22.09.02 19:44최종 업데이트 22.09.0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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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1 [공동취재] ⓒ 연합뉴스

 
[검증대상]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
 
"결론적으로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8억 달러(약 6.12조 원) 중 2억 1650만 달러(약 2800억 원)에 대하여 론스타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44.5억 달러(약 5.8조 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승소하였습니다. 정부는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입니다." (법무부, 8월 31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 보도자료)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 원 이상을 배상하게 됐음에도 법무부가 이를 '95.4% 승소'라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재판정부는 8월 31일 론스타가 10여 년 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에서 우리 정부에게 론스타에 이자 포함 약 3000억 원(아래 1달러당 1300원 기준 적용)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론스타 청구금액 가운데 4.6%만 인정했음을 들어 "95.4% 승소"라고 표현했고, 국내 일부 언론도 이를 '사실상 승리'라고 보도했다.


과연 법무부 주장대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에서 한국 정부가 "95% 승소"했다고 볼 수 있는지 따져봤다.

[검증내용] 외환은행 매각 손해 50% 인정... 전문가 "한국 정부 패소"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02%를 1조 3834억 원에 사들인 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해 약 4조 7000억 원 규모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하지만 론스타는 지난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손해를 봤다며 중재판정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는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이란 지적을 받았지만, 우리 정부는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과정은 물론 지난 10여 년 간 국제투자중재 과정에서도 론스타의 자격을 문제 삼지 않았다.

론스타가 제기한 여러 쟁점 가운데 한국 정부 책임을 인정한 건 하나였다. 중재판정부는 2011~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금융당국이 승인을 지연한 행위가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봤다. 다만 당시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해 50% 과실상계를 인정했고, 인하된 매각 가격 4억 3300만 달러(약 5630억 원) 가운데 50%인 2억 1650만 달러를 배상하도록 했다.

반면, 론스타는 지난 2007~2008년 영국계 HSBC(홍콩상하이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할 때도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승인을 지연시켜 매각이 무산됐다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에서 근거로 삼았던 2011년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 발효 이전 행위여서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밖에 론스타의 불공정 과세 주장 역시 기각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 "핵심 쟁점에서 론스타에 진 것"

하지만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애초 론스타의 6조 원 배상 청구금액 자체가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하나금융지주 매각 지연 손해가 핵심 쟁점이었음을 들어, 론스타의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다.

앞서 론스타는 지난 2020년 11월 최초 청구금액의 1/5 수준인 약 8억 7000만 달러(당시 약 9600억 원, 현재 환율 약 1조 1300억 원)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우리 정부는 거절했다.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론스타 ISDS 중재결정 국회 긴급 간담회’ ⓒ 김시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지낸 송기호 변호사는 2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론스타에서 청구한 6조 원 가운데 2조 9000억 원은 론스타 승소시 승소금에 매겨질 세금이었고, HSBC 매각 손해를 인정할 경우 하나금융 매각 건과 이중 손해여서 (배상금) 계산 자체가 불가능했다"면서 "법적 판단 대상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은 하나금융에 팔 때 깎인 액수가 한국 정부 책임인가였고 이 유일한 쟁점에서 5:5 판정이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론스타에 3000억 원 국민 세금이 나가게 만든 책임자를 규명하고 이득을 본 자에게 배상금을 부담시켜야 하는데, 장관이 '95% 이겼다'는 프레임을 짜면 책임 규명에 관심이 모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95% 승소했다', '취소 신청 승산 있다'는 발언은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수임견적서 내는 로펌 변호사가 할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도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론스타 ISDS 중재결정 국회 긴급 간담회'에서 "정부에서는 95% 승소했다고 하는데, 핵심 쟁점에서 한국 정부가 진 것"이라면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확인되지 않았으면, 6000억 원 배상금에 이자와 변호사 비용까지 7000억 원이 넘을 뻔 했는데 우리가 95% 이겼다는 건 어이없는 얘기"라고 밝혔다.

민변 "비상식적 부적절한 표현"... 변협도 "95% 숫자에 현혹돼 자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9월 1일 성명에서 "95.4% 승소라는 언급은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이라면서 "4.6% 패소라는 언급 또한 상황의 엄중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데, 론스타 사건에서 인정된 배상금액이 약 3000억 원을 상회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배상금의 규모는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부담한 배상책임 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2일 논평에서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 승소 비율이 62%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청구 금액의 95.4% 기각이라는 숫자에 현혹되어 자위할 상황이 아니다"면서 "정부가 이의신청을 적극 검토한다고 하지만,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 판정 이유 누락, 심각한 절차 규정 위반 등 협정상 이의 사유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오른쪽두번째)과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론스타 배상 결과 관련 정당·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법무부 "모든 쟁점에 최선 다해... 실망스런 결과에 취소신청 검토"

한창완 법무부 국제분쟁대응과 과장은 1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이같은 견해에 대해, "평가는 여러 가지 다를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하나 쉬운 쟁점이 없었고 모든 쟁점에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취소 신청 여부는 일단 판정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여러 가지 기록들을 모두 살펴본 뒤 정부에서 취소 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신청해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라면서 "실망스러운 결과에 (취소 신청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고 만약 취소 신청을 하는 걸로 결정하면 국민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증결과] "한국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 법무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

법무부는 론스타에 30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95% 승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애초 론스타의 청구금액 6조 원 자체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점, 핵심 쟁점인 하나금융 매각 지연 손해 가운데 절반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된 점, 3000억 원 배상금액은 역대 최대인 점 등을 감안하면 '95% 승소'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

이에 법무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95% 승소했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2.08.31
  • 출처
    한동훈 법무부 장관 브리핑과 보도자료출처링크
  • 근거자료
    법무부,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선고’ 보도자료(2022.8.31(자료링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논평, '론스타 중재판정문을 즉각 공개하라'(2022.9.1.)자료링크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논평, 정부는 론스타 분쟁과 관련하여 외환은행 인수부터 국제중재결정까지의 절차적 문제점과 그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고, 이후 유사한 국제분쟁에 대비하여 제도개선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2022.9.2)자료링크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2022.9.2)자료링크 이해영 한신대 이해영 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론스타 ISDS 중재결정 국회 긴급 간담회' 발언(2022.9.2.)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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