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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은 거뜬, '범죄도시' 시리즈 생명력

[김성호의 씨네만세 490] <범죄도시3>

23.06.09 15:30최종업데이트23.06.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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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으로 유명한 작품이 있다. 할리우드에선 무려 9편까지 쏟아진 <나이트 메어> 시리즈, 두 차례 리부트와 두 차례 리메이크를 포함해 13편의 영화가 나온 <할로윈> 시리즈, 스핀오프 등의 속편을 포함해 12편이 만들어진 <13일의 금요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리부트까지 5편이 제작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스핀오프 포함 모두 9편의 영화가 나온 <람보> 시리즈, 애니메이션까지 15편이 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주연 배우의 사망에도 11편이 만들어진 <분노의 질주> 시리즈나,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매 시대 새로운 주인공을 선발해 만들어지는 <007> 시리즈는 시리즈물 가운데서도 장수한 편으로 꼽힌다.
 
홍콩에선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가 눈길을 끈다. 모두 4편이 제작됐으나 리부트며 스핀오프, 약한 관련성을 지닌 작품까지 고려하면 4편 정도는 더 하나의 시리즈로 묶일 수 있겠다. 한국에선 여섯 편이 나온 <여고괴담> 시리즈가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그 아성을 위협하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범죄도시>라 하겠다.
 

▲ 범죄도시3 포스터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시리즈
 
속편으로 유명한 위의 여러 작품들을 돌아볼 때 속편이 많이 제작되기 위한 요건이 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첫 편으로부터 이어가고 싶은 틀, 혹은 인물이 있어야 한다는 건 그중 첫손가락에 드는 조건이다. 붕어빵을 찍어내는 틀처럼 전작을 이어받아 새로 재료만 보충하면 그럭저럭 볼만한 완제품이 나오는 것이 속편이 많은 영화의 특징이다.
 
<범죄도시3>는 향후 한국영화에 길이 남을 시리즈물이 또 한 편 탄생했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지난 몇 년 한국영화계를 주름잡은 마동석 표 오락영화로, 성공한 작품만큼 참담하게 망한 영화도 많았던 마동석 주연작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성취를 거둔 시리즈 최신편이다.
 
688만명이 든 1편에 이어 1269만 명의 관객이 든 2편은 영화를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한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이어 나온 <범죄도시3>는 코로나19 이후 얼어붙은 영화판을 뜨겁게 달구며 1편 총관객수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 범죄도시3 스틸컷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새로울 것 없지만 커져가는 규모
 
속편이 이어지는 영화답게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다.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였던 주인공은 어느덧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형사가 되었다. 자연히 판이 커졌고, 마주하는 범죄의 규모 또한 커졌다. <더티 해리> <리썰 웨폰> <다이 하드>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형사액션물의 줄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듯, 범죄와 이를 해결하는 주인공의 활약담이 그대로 되풀이된다.
 
3편의 주인공은 역시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다. 관할 지역에 새로 나타난 범죄자를 상대한 1편과 출장지에서 마주한 범죄를 해결한 2편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으로 넘어온 일본과 중국의 범죄자를 상대하기에 이른다.
 
시작은 인천항만에 들어온 화물선으로,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마약유통이 영화의 주된 문제임을 알린다. 일본 야쿠자가 빼돌린 마약을 모종의 한국인들이 유통하고 중국인들까지 큰 손으로 등장하는 판이 벌어진다. 수사하던 경찰까지 죽어나가는 이 무지막지한 범죄를 용맹한 형사 마석도가 통쾌하게 깨뜨려나가는 맛이 쏠쏠하다.
 

▲ 범죄도시3 스틸컷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타율 높은 코미디, 여전히 통하는 액션
 
잡고 던지기에 특화돼 있던 형사는 막고 치는 법을 습득하더니 3편에선 아예 권투를 기본으로 삼아 펀치 한 방에 거구의 악당까지 쓰러뜨리는 무지막지함을 과시한다. 액션은 자연히 새로 습득된 권투를 반영하여 강력한 펀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촬영된다. 전편보다 훨씬 커진 효과음은 쉰이 넘어 다소 느려진 주인공의 움직임을 보완하기 충분한 장치다.
 
영화는 마약이 국내에 유통되는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주지 않는다. 클럽은 물론 일상 속에서도 마약이 이미 심각한 상황으로 퍼져 있음을 아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지만, 영화는 대량의 마약을 사고파는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는 탓에 영화는 피부에 와서 닿는 새로움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1편이나 2편과 별반 차이가 없는, 나쁜놈과 치고 받는 형사의 이야기가 되풀이될 뿐이다.
 
그럼에도 여전한 파괴력을 과시하는 모습은 <범죄도시> 시리즈가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마동석이라는 배우의 무지막지함은 향후 10년은 그대로 이어질 듯 건재해 보이고, 이를 보조하는 마동석 표 유머 또한 꽤 높은 타율을 자랑하며 펑펑 터져나간다. 이를 보고 있자면 이 시리즈가 적어도 대여섯 편 정도는 꾸준히 이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기까지 한다.
 

▲ 범죄도시3 스틸컷 ⓒ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넘치는 소재, 4편의 선택은 무엇일까
 
형사물의 흔한 설정, 이를테면 일선 형사를 제어하려는 부패하고 타락한 상급자들의 모습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이 시리즈는 덕분에 더 강력한 적과 제대로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광수대 대표 형사로 마석도가 마주할 악당들은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욱 잔악하고 강력해질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사회의 각종 범죄는 그 종류와 규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만일 지난 십수 년 간 있었던 다단계며 금융범죄, 정치와 결탁한 다양한 종류의 범죄들을 영화 안으로 불러올 수 있다면 더 파괴력 있는 시리즈로 거듭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된다.
 
<범죄도시3>는 어김없이 성공했다. 그 반응 또한 긍정적이어서 <범죄도시4>에 대한 기대감이 위기감보다는 훨씬 크다. 꾸준히 발전하는 카메라기술은 예순은 물론 일흔이 된 액션스타도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동석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범죄도시3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마동석 이상용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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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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