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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사이비, 국회가 관심 갖고 나서야"

[이영광의 '온에어' 248] MBC < PD수첩 > 전서진 PD

23.06.04 13:03최종업데이트23.06.0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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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중앙교회에서 벌어진 성범죄과 비리로 인해 이재록 목사가 2018년쯤 구속되었다. 이것으로 만민중앙교회 문제는 끝난 거로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만민중앙교회에서 나온 만국교회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5월 30일 MBC < PD수첩 >에서는 '끝나지 않은 만민중앙교회-쌍둥이 목사의 비밀 사업' 편이 방송되었다. 제보자의 증언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만민중앙교회 분쟁으로 나와 이희진, 이희선 목사가 세운 만국교회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 그리고 쌍둥이 목사의 연예 기획사 투자 의혹에 대해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 편을 연출한 전서진 PD와 지난 5월 31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전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끝나지 않은 만민중앙교회 - 쌍둥이 목사의 비밀 사업'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우선 방송 나가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도움 주신 제보자분들이 잘 봤다고 연락 주셔서 보람을 느끼고요. 시청률이 중요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시청률도 잘 나온 편이라서, 많은 분이 이 문제에 관심 가져주셨단 생각에 감사한 마음을 느꼈어요."

- 이단인 만민중앙교회의 분파인 만국교회 취재는 제보로 취재한 건가요?
"제보받고 취재를 시작하게 됐고요. 처음에는 '어떤 교회에 문제가 있다' 정도의 사전 설명만 들은 채로 제보자분을 만났어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성폭행으로 16년 형을 받아 수감된 상황인데, 그를 따른다는 쌍둥이 목사가 새로운 교회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심지어 만민중앙교회에 있을 때보다 폐쇄적이고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신도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단 생각에 심각성을 느껴서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 제보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저도 만민중앙교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이재록 목사만 부각 됐잖아요. 그 옆에서 일명 '대언자'로 불리면서 이재록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쌍둥이 목사들은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이분들의 존재를 알게 되니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직전에 JMS 다룬 방송에서도 정명석 외에 정조은, 양승남 같은 공범자들을 파헤쳤거든요. 만민중앙교회가 치료 안수를 빌미로 벌인 행각, 성범죄 등 여러 문제가 이재록 교주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쌍둥이 목사를 비롯해 그 집단이 조직적으로 벌인 일이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때 이재록의 조력자들을 제대로 막았더라면 지금 만국교회라는 결과가 생기지 않았을 테니까요."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시작했나요?
"제보 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그분들을 만나 그 교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듣는 걸로 시작했어요. 구체적으로 만국교회와 쌍둥이 목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했고요."

- 쌍둥이 목사는 만민중앙교회 있을 때부터 활동했나 봐요.
" 만민중앙교회에서 이재록 목사의 일명 '대언자'로 활동했어요. 자신들이 영적인 세계를 볼 수 있고 하나님의 말을 직접 받아서 직통 계시할 수 있는 사람이요. 어떻게 보면 이재록을 성령으로 만드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인 거죠. 지금 만국교회에서도 마찬가지고요."

- 전 그게 잘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보통 일반 교회에서 목사 설교를 하나님 말씀으로 당당히 말한다고 하거든요. 신학대에서도 그렇게 가르쳐요. 근데 따로 있다는 게 납득 안 되어요.
"저도 그게 좀 흥미로웠는데요. '이재록이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말해주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했는데 어쨌거나 이재록은 성령이자 목자로서 신도들을 이끄는 사람이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받지는 못해요. 이 옆에 쌍둥이 목사가 있으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이재록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신도들에게 이재록의 권능이라면서 보여줬던 거죠. 그런데 이게 만났던 분들의 얘기에 따르면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무슨 의도요?
"예를 들면 이재록이 스스로 '나는 성령이고 내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면 솔직히 믿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있고 그 옆에 있는 사람들이 바람을 잡는 거죠. '이분은 성령님이야 이분은 하나님이 인정한 사람이야'라고 여러 명이 얘기하고 이게 퍼지고 퍼져서 전체가 얘기하기 시작하면 집단 세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 이희선 목사가 과자를 던져주고 신도는 그걸 받아먹는 모습이 이해 안 되던데요.
"목회자가 신도들에게 하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상식적인 모습은 아니잖아요. 바닥에 떨어진 걸 주워 먹으려고 다들 노력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굴욕적이기도 한 행태인데 그 사람들은 너무 즐겁게 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 장면을 통해서 이희진 이희선 목사가 그 교회에서 목사 그 이상의 권위를 갖고 있고 굉장히 수직적인 관계라는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요?
"만민중앙교회에서 대언자의 역할을 했잖아요. 신도 입장에서는 쌍둥이 목사를 통해서 내가 하나님의 얘기 받을 수 있는 거죠. 그러니까 단순히 나와 같은 '그냥 사람'으로 대하기는 힘든 거예요. 교인들은 하나님을 섬기기 때문에 이 하나님의 말을 전하는 사람도 권위를 갖게 되거든요. 그렇게 신도들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말씀도 주면서 동시에 '하나님이 너 이렇게 하지 말래', '하나님이 너 이러면 벌 줄 거래'라고 두려움을 심어주기도 하고 이런 다양한 과정들을 통해서 신도들에게 군림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을 거로 생각해요."

- 새신자 전도를 극히 꺼리고 외부인 출입 막는다던데 왜 그럴까요?
"이 교회에서 굉장히 흥미로웠던 점은 신도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폐쇄적이고 새신도를 잘 안 받으려고 해요. 외부인이 교회에 출입하는 자체를 막아요. 취재하다 보니 느낀 건 이곳은 굳이 전도해서 외부인을 받을 필요가 없는 거예요."

- 왜요?
"이미 만민중앙교회로부터 충분히 세뇌된 신도들을 데리고 나온 거잖아요. 그 덕에 만국교회에서 자신들이 왕처럼 군림하고 있는데, 세뇌의 단계를 거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왔을 때 교회의 모습이 이상해 보일 수 있거든요. 만국교회는 신도 수는 적어도 여타 대형교회와 맞먹는 규모의 헌금이 나오고 있어요. 청년 헌신 예배 하루에 24억이 나올 정도니까요. 지금 있는 기존의 신도들만 데리고도 금전적으로나 권력적으로나 충족이 되기 때문에 굳이 외부인을 들여서 고발당한다던가 내부 균열이 생길 필요가 없어요. 기존의 신도들이 자신들을 의심하지 않게 관리만 해주면 되는 거예요."

- 믿음의 분량에 대해서도 나오던데 이게 신천지로 말하면 144,000명 아닌가요? 신천지도 144,000명만 천국 간다는 거로 한다던데.
"맞아요. 어떻게 보면 신천지도 14만 4천 명 그런 식으로 제한된 인원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설정을 해두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만났던 전문가분들은 이런 식으로 딱 목표치를 정해줌으로써 신도들 사이에 어쩔 수 없이 경쟁시키는 구도를 만드는 거라고 분석해요.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교회 생활을 게을리하거나 조금이라도 우리 교주의 말을 의심하던가 이런 식으로 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잘못 보여서 삐끗하면 구원의 순위에서 멀어지는 거죠. 여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터널 비전이라고 해서 터널 안에서 입구만 보고 달려가듯이, 교리나 단체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리는 거죠."

- 쌍둥이 목사는 신도들 마음을 이용하는 거 같던데.
"기독교인들에게 구원이라는 건 되게 큰 의미거든요. 쌍둥이 목사들은 이걸 활용해서 길흉화복과 관련해서 두려움을 심어준다고 해요. 상과 벌을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절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하고 자신들에게 얽매이게 만드는 거죠."

- 성폭행이나 헌금 부분은 JMS 복사해 붙여 넣은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유사한 것 같던데.
"JMS 정조은은 얼마 전에 성범죄 방조 혐의로 구속기소 됐잖아요. 그런데 2018년 그 당시에는 이재록 목사의 성범죄 혐의를 밝히는 데 집중하느라 쌍둥이 목사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교주의 여신도 성폭행에 있어서 조력자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전이기도 하고요. 제가 지난 회차에 JMS 정조은을 취재하고 나서 이번에도 취재를 시작했는데 여러 가지 부분이 유사하더라고요."

- 쌍둥이 목사가 연예 기획사 투자자란 의혹도 있다던데 어떻게 된 거죠?
"만국교회는 신도들을 굉장히 통제하잖아요. 대중가요도 못 듣게 하고 무리한 금액의 헌금을 내게끔 종용한다고도 하고요. 그런데 쌍둥이 목사가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연예 기획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고, 회사 운영자금이 교회로부터 나온 수익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거예요."

- 기획사 대표인 이민정(가명) 씨가 이희진 목사의 딸일 가능성이 있는 건가요?
"이 대표와 이희진 목사가 어떤 관계인지는 의견이 분분한데요. 어쨌든 최소한 두 사람은 호적상 이종사촌 간이고, 이희진 목사가 이 대표를 갓난아기 때부터 딸처럼 길렀다고 해요. 밀접한 관계로서 이 대표가 연예 기획사의 실질적인 대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쌍둥이 목사가 지원을 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거죠."

- 만국교회에 갔는데 쌍둥이 목사를 못 만났잖아요. 어떠셨어요?
"사실 저희가 만나려고 여러 번의 요청과 시도를 했는데요. 취재를 시작할 때쯤에 이분들이 취재 사실을 알고 비대면 예배로 전환했어요. 교회에 쌍둥이 목사가 출근 안 하는 상태로 예배를 진행하는 거죠. 정말 만나서 인터뷰 해보고 싶었거든요. 신도들이 헌금을 마련하기 위해 힘들게 산다는 걸 알고 있는지, 그렇게 받은 예물과 헌금은 어디에 사용되고 있는 건지 묻고 싶었어요. 쌍둥이 목사가 자신들 말대로 대언자고 신념에 맞게 신도들을 이끌고 있는 거라면 교회 지도자로서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기존 이단 사이비의 경우를 보면, JMS와 만민중앙교회 모두 정명석과 이재록이 성범죄로 처벌받았어요. 교주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형법상의 죄를 저질렀을 때는 처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제재하기 어려워요. 한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거든요. 이희진, 이희선 목사가 만약 성범죄와 같은 형법상의 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아무리 피해자가 생겨도 이들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적인 안전망이 없는 거예요.

이단 사이비 단체들은 계속해서 고질적인 문제를 반복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교주 개인을 처벌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교주가 사라져도 생명을 이어가는 사이비 종교단체들을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보고 있잖아요. 사이비 단체가 조직적으로 여러 공범자에 의해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시스템 전체를 들여다보고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가 방송을 통해 제안한 사례는 일본의 통일교 구제법이에요. 법안이 만들어진 것을 보며 많이 부럽더라고요. 법안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로 종교단체에서 전도 할 때 자신들의 신분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JMS나 신천지 등등 대체로 처음 접근할 때는 일반 교회인 것처럼 접근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상대가 빠져들었다 싶을 때쯤에 정체를 밝혀요. 이런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인 거예요.

두 번째 골자는 길흉화복으로 상대에게 불안감을 주는 방식으로 헌금을 종용했을 때 피해 당사자뿐 아니라 그 가족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많은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가족과 연락을 끊고 맹목적인 신앙을 이어가잖아요. 가족이 사이비 종교 단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음으로써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를 꺼내온다던가 대처가 가능해져요. 한국은 종교의 자유 때문에 사이비 단체를 막기 어려워요. 종교 권력도 워낙 강력하고요. 국회에서 관심갖고 나서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만국교회를 탈퇴하신 분들과 인터뷰하면 '내가 뭔가 홀렸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왜 믿었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세요. '홀린다'는 표현을 쓸 만큼 그 당시에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거예요. 굉장히 장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강도를 높이며 이루어진 세뇌고요. 믿게 만든 환경에서 믿는 건 죄가 아니잖아요. 그런 과정을 고려해서 시청자분들이 피해자들에게 힘이 돼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피해자들이 삶을 바치게끔 만들었던 쌍둥이 목사 같은 지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보시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 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전서진 PD수첩 만국교회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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