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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싸우다 '이단' 몰려... 임보라 목사 별세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교단과 싸우며 인권운동 참여... 7일 오전 발인

등록 2023.02.05 17:19수정 2023.02.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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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월 6일 오전 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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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사진은 지난 2017년 11월 5일 오후 창원YMCA 강당에서 "성소수자와 인권"에 대해 강의하는 모습 ⓒ 윤성효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에 참여해온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가 지난 3일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1993년 강남향린교회 전도사로 목회 활동을 시작한 임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대의원, NCCK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섬돌향린교회 담임 목사를 맡아왔다.

그는 특히 성소수자에 배타적인 기독교계를 비판하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교 연대' 공동대표를 맡는 등 꾸준히 성소수자와 연대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퀴어성서주석> 번역본 발간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보수교단은 그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임 목사는 2018년 당시 <오마이뉴스>에 실린 비온뒤무지개재단과 한 인터뷰에서 "다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설명을 하니까 '아 알겠다. 그럼 이단 아닌 거네' 이러시고. 차라리 이걸 계기로 더 (성소수자 인권이) 얘기될 수 있다면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혐오범죄의 온상지와 같은 극우 기독교 보수, 수구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 외에도 우리 사회의 수많은 약자들과 함께 했다. 그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에도 동참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자 '벌금은 시민운동을 위축시킨다'며 노역을 선택했다. 또 성폭력 근절, 동물권 보호,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 13일에는 고 전태일 열사의 52주기를 추모하는 거리기도회를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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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개최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쟁취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담임목사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참가자들에 부과된 벌금형 대신 노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 목사의 빈소는 강동경희대병원 장례식장이고, 6일 오후 7시에는 장례식장에서 인권·시민사회장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발인은 7일 오전 7시,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유족으로는 남편과 딸 2명이 있다.
 
[관련 기사]

성 소수자 인권 보호 활동과 퀴어 성서 번역 출판이 이단 행위? https://omn.kr/nmmc
보수 교단이 '이단 지정'한 목사, "차라리 잘 됐다..." https://omn.kr/1en3n
#임보라 목사 #성소수자 #인권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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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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