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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얹혀사는 여사친 "집 없어도 살 만해"

[TV 리뷰] JTBC <안방판사>

23.02.01 11:34최종업데이트23.02.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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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째 생활비도 내지 않고 남의 집에 빌붙어사는 뻔뻔함, 심지어 이성인 '보살' 남사친과 동거하는 '기생좌' 여사친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1월 31일 방송된 JTBC 법률예능 <안방판사> 2회에서는 '남의 집에 얹혀사는 전명선 강제퇴거 소송'편을 통하여 주거권 문제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해석과 공방을 다뤘다.
 
이날의 의뢰인은 '고소인' 여바다씨와 '피고소인' 전명선씨였다. 연인이 아닌 순수한 남사친-여사친 관계인 두 사람은 8개월째 한집에서 동거중이었다. 집주인은 여바다였고 전명선이 일방적으로 찾아와 무전숙식중이었던 것. 고소내용은 여바다가 전명선에게 퇴거 및 접근금지를 요구한 것이었다.
 
유튜버로 활동중인 전명선은 여바다의 집을 어질러놓는 것은 물론, 집주인의 동의없이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파티를 개최하는 각종 무개념 행태로 여바다를 분노하게 했다. 또한 전명선은 여바다 뿐만 아니라 이전 집주인인 박준희씨 등 여러 남사친과 동생들의 집을 전전하며 벌써 2년째 신세를 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선 이사, 후 통보' 기막힌 여사친
 

JTBC <안방판사>의 한 장면. ⓒ JTBC

 
'집없는 삶이란?'이라는 질문을 받자 전명선은 "살 만하다"며 마냥 해맑은 모습을 보였다. 전현무-오나라 등 전명선 측 변호인단은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를 직감하며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친구라도 이성끼리의 동거를 주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전명선은 "이성 남자와 남사친은 자신에게 다른 개념"이라고 주장하며 부모님과도 상의하여 허락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여자친구가 있는 여바다는 당연히 "여친이 처음에는 엄청 싫어했지만 긴 설득 끝에 겨우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전 집주인으로 함께 등장한 박준희씨는 친한 누나- 동생 사이였던 전명선과 동거했던 상황에 대하여, 서로 룸메이트가 필요했던 이해관계가 일치했고 월세와 공과금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동거를 시작하고 나니 생활패턴이 너무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문제는 현 집주인인 여바다와의 관계였다. 여바다는 전명선이 일방적으로 '선 이사, 후 통보'를 했으며, 박준희 때와는 달리 월세나 관리비도 거의 내지 않고 사실상 '무전숙식' 중이라고 폭로했다. 전명선은 여바다에게 1~2개월 정도 머물러도 되겠냐고 미리 동의를 구했다고 반론했다.
 
전명선은 최근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는 안타까운 속사정을 밝혔다. 당분간 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전명선은 부득이하게 친구들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기간이 이렇게 오래 길어지리라고는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바다는 그동안 전명선을 참고 기다려줬으나 어느덧 8개월이 넘으면서 최근 들어 나가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명선은 일부러 안 나가는 건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며 "목표한 집이 있어서 보증금을 열심히 마련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목돈 마련이 오래 걸린다"고 해명했다. 같이 생활하면서 커피나 배달음식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등, 얹혀살지만 나름대로 신세를 갚기 위하여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JTBC <안방판사>의 한 장면. ⓒ JTBC

 
여바다와 박준희는 고소인으로서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여바다는 전명선이 퇴거해줄 것과, 앞으로 만나더라도 밖에서만 만나고 주거지 반경 100미터 이내는 접근금지, 그리고 동거기간 동안에 지출된 공과금 등 최소한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박준희 역시 더 이상 집에 오지 않을 것을 약속하고 공증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법적으로 주거권 침입에 해당하는 조건과 그에 따른 금전적 손해배상 여부였다. 고소인 측은 '사기죄를 명목으로 기한내 퇴거 요청'을, 피고소인 측은 '암묵적 계약 성립을 근거로 거주권 주장'을 변론 전략으로 내세웠다.
 
집주인 측 신중권 변호사는 "주거 침입죄를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고소인이 적법하게 거주할 권한은 없다. 거주에 따른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고, 집주인의 호의를 권리처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집주인이 나가라고 요구하는데 거부하면 '퇴거불응죄'에 해당하고 이는 주거 침입죄와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거주권이 없는 피고소인은 퇴거 요청에 불응할 시,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형법 제 319조에 따르면 퇴거 요구 불응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한 민사적으로는 집주인에게 얹혀살면서 생활비를 아껴 이득을 얻은 만큼, 집주인은 피고소인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도 가능하다.
 
피고소인 측은 고소인 측의 주장이 "피고소인에게 주거권이 없다는 전제로 변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법적권한이 없다 해도 전명선은 사실적 거주권자이기에 주인집에 살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집주인 측 변론에 나선 이찬원은 "피고소인은 집주인의 주거 평온을 침해했기에 주거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며 재반론했다.
 
이에 피고소인 측은 "집주인과 피고소인 사이에 '묵시적인 계약'이 성립된 만큼 전명선 측에도 주거권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집주인 측은 "집주인이 허락한 기간은 한두 달이었다. 설사 묵시적인 계약이 있었다고 해도, 그 기간을 넘어섰고 현재 집주인은 계속해서 퇴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집주인 측의 승소... "집 구하고 다 보답하도록 하겠다"
 

JTBC <안방판사>의 한 장면. ⓒ JTBC

 
전명선은 "원래는 처음부터 두 달만 있다가 나가려는 계획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집주인 측은 "만일 진짜 의도를 숨긴 채 거주 허락을 받은 것이라면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소인 측은 "전명선은 정말 집을 구해서 나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사기나 기망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집주인 측은 "2개월간 아무런 행위가 없다가 8개월이 되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니까 불응한다? 사기의 고의란 범죄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의 고의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명선은 "사기를 당하여 어쩔 수 없는 사정을 설명했고, 집주인도 강력하게 당장 나가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집주인 측 홍진경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집주인이 착한 마음에서 피고소인이 상처받을까봐 싫지만 수긍하고 배려해준 것을, '암묵적 동의'라는 법적인 잣대에 이용하다니"라며 분개했지만, 변호사들은 "그게 바로 암묵적 동의가 맞다"고 설명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주거권 침해에 따른 실제 판례는 어떨까. 이런 경우가 가장 빈번한 것이, 동거하던 연인이 헤어지거나 부부의 이혼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별 후 나가지 않고 버티면서 무상거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또한 기혼 자녀의 집에 부모가 무단으로 방문할 때도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장모의 지나친 간섭에 짜증이 난 사위가 처가를 주거침입으로 고소한 사례가 있었으나, 부부에게는 공동거주권이 적용되는 것을 인정받아 장모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남편이 없는 사이에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남의 경우가 있다. 과거의 판례에는 이런 경우에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었지만, 최근에는 판례가 바뀌어서 상간남이라도 공동거주권자인 아내의 동의를 받아 들어왔다면 주거침입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실제로 간통죄가 페지된 이후 가장 많은 소송이 주거침입 관련 소송이라고 한다.
 
노종언 변호사는 이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주거 평온의 범주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현우 변호사는 "애매한 경우가 있다. 객관적으로 명백한 기준없이 추정적 의사(객관적 정황으로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 억울한 사람이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아버지와 살고 있는 집에 딸이 몰래 남자친구를 데려온 경우라면? 모든 주거권자의 주관적 의사를 반영하면 주거침입죄 적용에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허점을 지적했다.
 
집주인 측 이지훈 변호사는 전명선에게 "인간의 등급을 1에서 9등급까지 나눈다면, 그 밑에도 있다. 사람이 아닌 벌레, 즉 기생충이다. 피고소인은 잘못하면 9등급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웃는 얼굴로 독설을 날리며 전명선을 당황하게 했다. 집주인들은 "피고소인이 알아줬으면 하는 걸 너무 정확히 이야기해줬다"면서 오히려 통쾌해했다.
 
최후 변론에서 피고소인 측 이언 변호사는 "과연 어디까지가 호의고, 어디서부터가 권리가 되는 것일까. 내가 누리는 법적 권리가 친구 관계에서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내가 누리는 것이, 친구들의 도움 덕이라는 걸 잊지 말고 앞으로 꼭 갚으시길 바란다"며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최종판결은 예상 대로 집주인 측의 승소였다. 전명선은 판결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말로서는 늘 고맙다고 하는데 행동으로 안 보여줘서 친구들이 와닿지 않았던 거 같다. 앞으로 집을 구하게 되면 친구들에게 받았던 것을 다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훈훈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안방판사 주거권 주거침입죄 영화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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