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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원으로 빚 내 집 사기도... 2030 고통 더 심각"

[이영광의 '온에어' 207] MBC < PD수첩 > 황순규 PD

22.12.19 16:48최종업데이트22.12.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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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값이 미친 듯 올랐다.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영원히 집을 가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팽배했다. 그래서 대출받아 집을 장만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 아파트값이 오를 때 대출받아 집을 장만한 젊은 세대는 빚에 허덕이고 있다. 어떤 상태일까?

지난 13일 MBC < PD수첩 >에서는 '거품붕괴 2부-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편이 방송되었다. 다주택자인 김상우(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부동산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날로 심각해지는 가계부채 문제도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거품붕괴 2부-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편을 연출한 황순규 PD를 지난 1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황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입의 70~80% 이자로 내는 사례도 있어"
 

MBC < PD수첩 > 황순규 PD ⓒ 황순규 제공

 
- 지난 13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거품붕괴 2부-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편을 연출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지금까지는 방송을 끝내면 후련함, 아쉬움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내년에 닥칠 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일까요? 2023년 금리는 더 올라갈 것이고, 부동산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예상됩니다. 저희가 만났던 사례자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로 비슷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예상하기 힘든 공포스러운 날들이 다가올 걸 알기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감정이 더 큽니다."

- 이 아이템이 원래 예정보다 늦게 방송된 거잖아요. 힘들지 않았나요?
"원래 계획했던 '거품붕괴 1부-거래절벽과 아파트값'과 연속으로 나갔으면 좀 더 파급력이 있었겠지만, 카타르 월드컵 중계 등으로 어쩔 수 없이 3주 정도 떨어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금리는 더욱 올라갔고, 부동산 가격도 더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심각성도 더 부각할 수 있었습니다."

- PD님은 평소에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있었나요?
"사실 평소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았어요. 저는 저대로, 조윤미 PD도 본인 아이템을 찾고 있는 와중에 부동산 거래 절벽 그리고 금리 인상 등의 아이템을 각자 찾아보게 되었고, 두 개 아이템이 완전히 상관없는 아이템이 아닌 것 같아서 한학수 팀장과 회의를 통해 거품붕괴 2부작으로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판단하고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혹시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생각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동안 0%대 금리에서 오랫동안 생활을 해온 많은 사람은 대출, 빚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나는 단지 아파트를 사고, 은행에서 돈을 빌렸을 뿐인데, 내 자산 아파트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빚의 무게는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진다'란 부분이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 아닐까 생각합니다."

- 올해 35세의 김상우(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내는 수미상관 구조로 하셨잖아요. 왜 이렇게 하셨어요?
"어느 사례자가 가장 임팩트가 있고 제일 첫 번째로 가면 좋을지 메인 작가와 구성안을 가지고 치밀하게 회의했습니다. 김상우씨 같은 경우 아이템으로 볼 때 저희한테 상당히 중요한 사례자였어요. 이 사례자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면 훨씬 파급력이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분은 본인 자금은 적게 들었지만, 집이 총 네 채가 있는 거잖아요. 마침 취재 기간 빚을 갚기 위해서 새벽 아르바이트까지 추가로 늘려서 하는 상황이었어요. 처음에는 직장 마치고 저녁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제 점점 금리가 올라가니까 새벽 생닭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늘린 부분이었거든요. 그래서 새벽 아르바이트 부분도 마지막에 추가해서 넣자고 결정했습니다."

- 김상우씨는 무슨 일 하나요?
"김상우씨는 단체 급식 식자재 납품하는 일을 해요. 일반 회사원은 아니고 자영업자인데요. 사실 이분도 2017년도에 힘들게 첫 집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마련했어요. 근데 그 집이 가격이 급등하는 걸 직접 본 거죠. 그래서 이건 돈 벌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투기꾼 같은 사람은 아니었고요. 당시 분위기가 어떻게 보면 그 대열에 합류하게 만들었던 거죠."

- 김상우씨의 경우 친구와 공통 투자했다고 나오던데 방송에 나온 빚은 김상우씨가 갚아야 할 금액인지 아니면 친구와 같이 갚아야 할 금액인가요?
"고스란히 본인 혼자 겁니다. 이분은 2017년도에 인천 아파트가 처음에 있었고, 그다음에 천안 아파트 3억 7000만 원에 대출을 끼고 샀었고, 또 제천의 아파트는 9800만 원 그리고 마지막에 인천의 빌라 1억 6700만 원. 이렇게 3채를 더 추가로 구입했는데 친구와 공동 투자 했죠. 거기에서 나오는 이자는 친구와 절반으로 나눠서 내고 있었습니다. 친구와 나눠서 상환하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감당해야 할 돈은 월 350만 원이었습니다. 본인 수입의 70~80%인 거죠."
 

MBC<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2030에게 지금의 고통은 훨씬 더 심각"

- 금리를 안 올리면 환율이 오르니 금리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은데 다른 방법은 없는 거죠?
"전문가들 하나같이 결국 미국 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우리 금리가 낮아서 우리 채권이 인기가 없어진다면 결국 우리 돈 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오르고 우리나라 물가 또한 올라서 인플레이션을 맞이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한미 기준금리 그래프'를 보시면 알겠지만, 미국보다 우리가 높았던 금리는 현재 역전 당해 0.75까지 벌어져 있는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15일) 새벽이죠. 미국이 올해 마지막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기준금리를 4%에서 4.5%로요. 우리와 금리차는 22년 만에 최대 역전 폭인 1.25%P로 훨씬 더 벌어졌습니다. 이렇다면 우리 한국도 다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 노원구 아파트를 구매한 최민지(가명)씨 사례도 나오던데.
"지난 2년, 집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많은 분이 대출로 집을 샀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지금 가계부채 고통을 겪고 있죠. 그걸 뒤집어 생각해 보면, 이 고통받는 사람 중에서도 누가 제일 힘들지를 생각했습니다. 바로 자금력이 풍부하지 못한 사람, 즉 2030세대는 월급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엄청나게 지금의 고통이 클 것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 부분을 꼭 넣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최민지 사례자를 찾았던 거죠.

노원구는 작년 한 해 4천 건에 육박하는 거래가 이루어졌는데, 절반가량이 2030 젊은 세대였어요. 그리고 노원구에서 2년간 가장 많은 거래가 이루어졌던 단지는 최민지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였어요. 그래서 제작팀은 지난 2년간 노원구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이루어진 아파트 단지 (3481세대)의 '등기부등본'과 '자금조달 계획서'를 분석했습니다."
 
- 분석한 것에 공통적인 게 있을 것 같아요.
"2년 동안 집값은 평균 1억 5000만 원 정도 올랐고, 355건의 거래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233건이 2030 거래였습니다. 또 열에 일곱은 금융권 대출을 받았고,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세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은 또 추가로 대출받았습니다. 자기자본이 집값의 10%에 못 미치는 집은 14가구나 되었으며 심지어 2021년 2월에 5억 9000만 원에 집을 산 30대는 자기 돈 900만 원 빼고는 모두 빚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자금 능력이 크지 않은 2030에게 지금의 고통은 훨씬 더 심할 것입니다."

- 빚 내서 집 사는 것에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집 안 사면 평생 집 못 살 것 같은 분위기를 언론이 조성했잖아요.
"맞아요. 언론의 책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때는 빚내서 집 사지 않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보도가 많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몇몇 부동산 유튜버들입니다. 거의 주식 종목 찍어주듯이 '지금 여기서 이 아파트 사야 된다'라고 했죠. 2030들은 TV로 미디어를 접하는 것보다 유튜브로 훨씬 더 많이 접하잖아요. 구독해놓은 부동산 콘텐츠들이 또 연계되어 '지금 집 사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이 기회다'라는 내용의 콘텐츠가 한 2년간 계속 쏟아졌어요. 그것 믿고 투자한 젊은 사람들은 지금 본인이 판단한 결과에 대한 고통을 고스란히 받는 거죠."

- 집 한 채가 성적표 같았다는 내용도 나오던데 그렇게 인식하는 사회가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죠. 최민지씨는 '집이 없으면 사회적으로 뭔가 숙제를 안 한 느낌이고, 집 한 채가 사회생활의 성적표 같았다'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상대적으로 가난해지고 뒤처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2년... 많은 사람이 빚을 내고 집을 샀습니다. 널뛰는 부동산 가격 속에서 우리 국민이 의욕을 잃거나 상처받는 세상은 분명 정상은 아닌 것이죠."
 

MBC < PD수첩 >의 한 장면 ⓒ MBC

 
- 가계부채가 1870조를 넘었던데 위험한 거죠?
"제가 이번 방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알리고 싶었던 부분이 바로 우리 가계부채가 지금 어느 정도 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은행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데이터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올해 1870조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율을 보면 105.8이라고 나오거든요. 이것은 전 국민이 1년 동안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도 그 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OECD 가입국을 놓고 봤을 때는 선두 그룹에 있긴 합니다만 스위스, 뉴질랜드보다는 좀 낮더라고요. 그렇지만 여기에는 보이지 않는 시한폭탄이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 뭔가요?
"바로 전세 보증금입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세라는 제도에 함께 있는 '전세 보증금'은 집 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사실상의 부채입니다. 이 전세보증금은 앞에서 말했던 GDP 대비 가계부채율 105.8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정부는 전세보증금은 개인 간에 거래로 공식 데이터로 잡지 않은 것이죠. 이 실질적인 빚, 전세보증금을 포함해서 부채를 다시 계산해보았더니 전 세계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1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너무너무 위험한 수치가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와 있고 실질통계청에서 나오고 있는 수치보다는 훨씬 더 많다는 걸 우리가 알아야 된다라는 걸 꼭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 부동산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만나셨잖아요. 어땠어요?
"우리가 만나본 많은 사람은 처음부터 투기를 위해 뛰어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집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뭔가 숙제를 안 한 느낌이었고 집 한 채가 사회생활의 성적표 같았던 시기였죠. 부동산 상승기의 분위기에 휩쓸려 '빚내서 집 사라' 정책에 아무 의심 없이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죠. 물론 이러한 투자는 본인의 판단하에 결정한 결과이기 때문에 오늘의 고통은 오로지 본인이 짊어지고 본인이 풀어나가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대한민국은 집에 대한 인식이 워낙 예민해요. 삶에서 집에 대한 부분을 상당히 크게 생각하고, 집으로 인한 가계부채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가계부채가 많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집을 살 때 생긴 그 빚이 얼마나 무서운 칼날이 되는지 또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이번 방송 통해서 저도 느꼈고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2023년 내년에는 그 칼날이 더 날카로워질 겁니다.

그리고, 제가 < PD수첩 > 오기 전 2년간 <라미란의 빈집 살래>라는 프로그램을 했잖아요. 저는 그 맥락이 비슷하다고 봐요. '집이란 무엇인가?'죠. 집은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가장 좋은 집이라고 하지 강남의 비싼 아파트가 좋은 집이 아니라는 것이죠. 집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것이다'는 인식들이 좀 더 자리 잡는다면 이런 투기성 성향들은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 합니다,
황순규 PD수첩 가계부채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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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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