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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화제 후폭풍... '정준호 집행위원장 반대' 영화인들 사퇴

독립성 훼손한 전주시장 성토... 권해효, 방은진, 한승룡 등 사퇴 "영화제 정체성 못 지켜"

22.12.15 17:44최종업데이트22.12.1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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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5월 7일까지 개최된 23회 전주국제영화제 ⓒ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전주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우범기 전주시장이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을 밀어붙이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정준호 임명을 강하게 반대해 온 방은진 감독, 권해효 배우, 한승룡 감독 등 영화인 이사 3인은 지난 14일 이사회 직후 항의 차원에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은 영화인 3인의 반대 속에 시장과 전 시의원, 전주시 국장 등 공무원과 지역인사 등 4명의 찬성만으로 이뤄졌다. 영화계 동의를 얻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관련기사 :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카드 꺼낸 전주영화제... 영화계 '비판' http://omn.kr/21zqj)

영화인 이사들 "영화제 정체성 못 지켜 죄송"
 
영화인 이사들은 이사회 결과에 대해 "전주영화제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영화인 이사들의 임무였는데, 이를 지키지 못해서 몹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뜬금없이 아무 사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주시장의 강력한 의지로 공동집행위원장이란 대안(?) 아닌 대안으로 안건이 상정됐다"며 "반대 3표, 찬성 4표가 나온 결과에 따라 진작 사퇴 의사표명을 했던 권해효 이사를 필두로 영화인 3인이 사의 표명을 하고 끝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마치 우리 이름을 내세워서 용인한 것처럼 인식할 수 있는 보도가 나온 것에 화가 난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인 이사들은 한국영화와 독립영화에 기여했고 전문성도 높이 인정받고 있으며, 전주영화제 정체성과 방향성에 부합한 인사들로서, 이들의 사퇴는 결과에 대한 항의와 함께 전주시장에 대한 공개적인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해효 배우의 경우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올해까지 22년째 진행했고 자비를 들여 배우 프로젝트를 신설하는 등 독립영화계에 신망이 매우 두텁다. 방은진 감독 역시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강원영상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영화 행정에서도 능력을 발휘해 왔다. 한승룡 감독은 전주대 교수로 전북지역 영화계를 대표하고 있다.

"전주시장 부끄럽다"  
 

우범기 전주시장 ⓒ 전주시청

 
영화계는 전문성이 없고 정체성에 안 맞는 배우를 전주시장이 밀어붙인 것은 영화제 독립성 훼손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주영화제가 성장해 오면서 거쳐 간 역대 전주시장들이 영화계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준호 배우 임명은 막무가내식 낙하산 인사로 비치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는 신임 집행위원장 임명과 관련 보도자료에서 '정체성 확립과 대중성 확보'를 언급했으나, 영화인 이사들은 "그건 시장이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라고 일축했다.
 
전임 시장의 경우 외풍에서 영화제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 영화계의 박수를 받았는데, 현 시장은 도리어 영화제 인사에 간섭하면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의 기본원칙조차 무시한 모양새가 됐다.
 
금강역사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낸 김대현 감독은 "'민주당 시장' 전주시에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20년 넘게 쌓아온 공든 탑을 시장 한 명이 무너뜨리는데, 영화인들이 가만히 있을 거 같냐"고 분개했다.
 
독립영화를 대변하는 권해효 배우가 이사에서 사퇴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은 독립영화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앞서 시장 취임 이후 전주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사퇴한 박흥식 감독은 "영상위에 찾아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반말을 하는 전주시장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꼈다"며 "인사권자를 존중해 물러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은 "영화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준호 임명을 밀어 불인 시장의 태도는 기존 행동의 연장선이다"라고 평가했다. 전주시장은 취임 전 막말 논란을 일으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 강행... 영화제 독립성 침해 우려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이 강행되면서 영화제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텃밭에서 뒤통수를 맞는 모양새가 되면서 부산영화제나 부천영화제 때처럼 제도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전주영화제가 매해 민감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정치인 선거 지원유세에 모습을 드러낸 배우의 집행위원장 임명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그간 전주영화제는 <노무현입니다>를 비롯해 보수정권의 간첩 조작을 비판한 <자백>,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삽질> 등을 공개해 주목받아 왔다. 이런 특성과 전혀 맞지 않는 배우를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영화제의 정체성 훼손이 염려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주영화제 측은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프로그래머가 책임지고 있다"면서 "굳이 간섭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북지역 한 영화제 관계자는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인상을 주는 배우 아니냐"면서 "지역 영화인들 대부분 황당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주영화제 자문위원인 조시돈 전 전북독립영화협회 대표는 15일 "전주시 예술상 후보자로 추천됐다는 연락을 받았으나, 영화제 독립성을 훼손하는 이런 시장에게 상을 받고 싶지 않다"며 "후보에서 빼달라는 입장을 추천한 분께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주영화제 우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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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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