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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터... 이래선 안 됩니다

[학교 안의 유령, 비정규직 여성이야기④] 특수교육대상자 지원하는 8725명, 휴게시간 필요

등록 2022.12.05 07:07수정 2022.12.0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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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 유령노동자가 있다. 90%가 여성이고, 비정규직이다. 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체 교직원의 40%를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어 온 돌봄노동이 학교라는 공적 공간에 그대로 옮겨왔고 임금노동으로 '공식화'되었다. 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노동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학교의 많은 직군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적은 인력으로 힘든 일을 시키며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교육 예산이 넘쳐나도, 국가는 비정규직 노동권 향상을 위해서 예산을 배분하지 않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사회 유지에 꼭 필요한 공공 교육·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어디서 어떻게 일하는지 국가와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그들, '학교 안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급식조리사,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실무사), 청소실무사, (초교병설)유치원 방과후전담사, 돌봄전담사의 이야기를 6회의 연재를 통해 전한다. - 기자 말


보람을 느끼며 일합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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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지도사의 역할 중 하나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이동지원 업무이다. ⓒ 박미경

 
저는 특수교육지도사(특수교육실무사)입니다. 특수학급에 많게는 6~7명의 특수교육대상학생이 배치되고 특수교사 1인의 역할만으로는 학급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중증중복장애학생까지 특수교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합니다. 특수교육지도사의 지원이 없다면 거의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아침에 등교하는 특수교육대상학생을 맞이해서 교실로 함께 이동하는 순간부터 하교하는 시간까지 옆에서 지원합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은 특수교육지도사의 손길이 없다면 학교에서의 생활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특수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수학교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 중증중복장애학생의 학교생활을 전담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 지원업무는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노동을 수반합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특수교육지도사는 사명감을 갖고 아이들이 변화 발전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지도사의 업무일지>

"학교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해야 하는 손 소독을 학기 초에는 거부하며 완강하게 저항하던 아이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손 소독기 앞으로 가서 양손을 번갈아 소독기에 넣고 빼는 행동에 어려움이 없다."


"화장실에서 아이의 대소변 기저귀를 교환하고 나면 아이와 나는 세면대 앞에 나란히 서서 아이의 두 손을 씻어준다. 처음에 낯설어하며 저항하던 아이도 이제 손 씻는 느낌을 즐기는 듯 자연스럽고 기분 좋게 손을 씻을 수 있게 되었다."

"교실문을 여닫는 것도 가능하면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려고 기다린다. 문을 내가 열어주는 것이 훨씬 쉽지만, 아이가 스스로 직접 해볼 수 있게 하고 오랜 시간을 거쳐 그것이 습관이 되고 아이가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지 않도록 세심히 지도한다."

"아이가 사람을 때리지 않도록 때리고 꼬집으면 다른 사람이 아프다는 것을 알려주고, 꼬집고 때리는 것을 그만하도록 반복적으로 부탁하고 이야기하고 알려주면 어느샌가 아이는 그런 행동을 하려다가도 스르르 몸에 힘을 빼고 횟수가 줄어들면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급식시간에 아이가 직접 수저를 들고 음식을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한다. 내가 음식을 입에 떠먹여 주는 게 더 수월할 수 있지만, 이 아이가 누군가의 도움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교사가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네~' 하고 학생이 위험하게 달려간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한발 뒤에서 따라가며 '00아 천천히 조심해서 가자, 교실 앞에 가면 문을 똑똑 두드리고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다음 이것 갖다 드리러 왔습니다 하고 말씀드리는 거야'라고 지도한다. 예전에 아이는 교실문을 노크하지 않고 휙 열고 아무 말 없이 물건을 놓고 문을 꽝 닫고 그냥 나오곤 했다. 이제 00이는 심부름에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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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특수교육지도사 조합원들이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특수교육지도사는 기계가 아니다

특수교사는 보통 주당 17~18시간 수업시수를 감당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특수학교의 고등학교 수업 과정이 주당 수업 시간 40분씩 34시간 잡혀 있습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특수교육지도사는 거의 39시간 지원 업무를 합니다. 긴장의 연속으로 온종일 학생을 지원하고 학생이 하교하면 특수교육지도사들은 탈진 상태가 됩니다. 휴식과 재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예전에 병설유치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하면 8시 40분부터 등원하는 아이를 맞이하고 아이가 방과후돌봄을 끝내고 귀가하는 오후 4시 30분까지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은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특수교사는 정규수업이 끝나는 점심시간 이후에는 교무실로 갔고 저는 계속해서 아동을 데리고 통합반 교실로 가서 오후 방과후돌봄이 끝날 때까지 학생을 지원했습니다. 몸은 점점 지쳐갔고 '왜 우리는 휴게시간이 없을까' 의문이 생겼습니다.

특수교육지도사에게 허락된 하루 1시간(그나마도 축소되거나 쉬지 못할 때가 많지만)의 휴게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주당 40시간 온전히 학생을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온종일 특수교육대상학생의 수업과 안전한 학교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교육지도사는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못하고 근무합니다. 일과가 끝나면 그제야 긴장이 풀리고 녹초가 된 상태로 퇴근합니다.

특수교육지도사에게도 휴게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요구에 학교관리자들과 교육청들은 "특수교육지도사가 쉬면 그 시간에 학생은 누가 돌보냐, 특수교육지도사의 휴게시간에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수 있냐"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지금도 저는 점심을 먹지 못하고 일합니다. 학생의 식사 지원을 하면서 저도 점심을 먹다가 소화불량에 시달리면서 결국 점심 먹는 것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학생을 먼저 먹이고 나중에 따로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그렇게 하게 해 달라고 관리자에 제안하고 요구했으나 "가능하지 않다"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하루이틀만 하는 봉사활동이 아닌데 특수교육지도사는 언제까지 이렇게 근무해야 할까요?

또한, 특수교육지도사는 학생을 가장 가까이에서 대면하는 업무 특성상 일상적으로 다치고 병드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지난 6월에 노동조합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특수교육지도사 10명 중 6명이 사고성 재해를 입었고 10명 중 8명 이상이 근골격계 질환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특수교육지도사는 다치고 아파도 산재처리는커녕 쉴 수도 없는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링거 투혼으로 우리의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병원 가기 전에도 병원에 다녀와서도 학생을 지원하는 일에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해왔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우리의 손길이 잠시라도 닿지 않으면 문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힘들어도 아파도 참고 견디며 일을 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없다면, 특수교육지도사로서의 사명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특수교육지도사가 학교에서 계속 건강하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라도 휴게시간 확보와 같은 최소한의 처우와 근무 여건 개선이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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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일 학교비정규직 총궐기에 참가한 특수교육지도사들이 특수학급당 1명 이상의 특수교육지원인력 배치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특수교육지도사도 특수교육의 한 축

2022년 4월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특수교육대상자 수는 10만 3441명이고 이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지도사 수는 8725명이라고 합니다. 특수교육대상자 수 대비 특수교육지도사 수의 비율은 고작 8%에 그칩니다. 이렇듯 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대상학생 수에 비해 지원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인력배치에 민원이나 문제가 계속 발생합니다.

학급당 지원이 필요한 학생 수가 많아 특수교육지도사들은 숨을 돌릴 수가 없는 경우도 많고, 누가 봐도 지원인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배치되지 못하기도 하고, 지금 담당하고 있는 학생보다 더 장애가 심한 학생이 있다는 이유로 특수교육지도사들은 일방적으로 이동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한 반에 특수교육대상 학생 7명이 배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중증중복장애학생들로 구성된 그 학급은 오랜 경력을 가진 특수교육지도사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학생이 특수학급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때 실질적으로 특수교육지도사가 오롯이 학생의 수업을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특수학급당 지원인력 1명 이상 배치에 대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수교육이 특수보육에 머물지 않고 학생들이 지금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원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합니다.

특수교육지원인력으로 채용되어 학교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육지도사는 내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내가 지원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며 일합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특수교사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역할로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담당 학생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담당 학생에게 적합한 지원업무를 하면서 1년 동안 학생이 학교생활을 통해 성장·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교사의 업무를 지원하지만 궁극적으로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교육 활동을 돕고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가 살기 좋고 행복한 사회가 선진국 아닐까요? 사람은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습니다. 저는 특수교육지도사로 근무하면서 만약 내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고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금보다는 더 발전된 양질의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이라서 어쩔 수 없이 시혜적으로 베푸는 교육이 아니라, 특수교육대상학생들도 당당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권리를 보장받고,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수교육의 질이 보다 향상되기를 바랍니다.

특수교육지도사도 특수교육의 한 축이며 협력자이자 동반자입니다. 오늘도 우리 전국 8000여 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특수교육지도사들은 사회와 학교에서 그림자 취급을 받으며 저임금으로 고된 노동을 견디고 있지만, 묵묵히 특수교육현장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지도사 #여성노동자 #학교비정규직노동자 #필수노동자 #특수교육지원인력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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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에서 특수교육실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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