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국가의 애도는 달라야 합니다

[내가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는 방법] 애끊는 슬픔을 존중하기

등록 2022.11.22 14:50수정 2022.11.22 15:1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계속해서 수많은 무례와 무책임을 보고 있습니다. 나름의 선의로 한 말이나 행동 또한 또다시 상처를 만들어내는 일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개인이 나누는 대화 속에도 있었지만, 최근 희생자 명단을 유가족 동의 없이 공개한 행위에서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래는 신형철 작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한 구절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감히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니요. 하물며 애끊는 슬픔에 처한 타인을 공감하는 일은 어렵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노력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내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거나,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말하는 대신 '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깊이 동화되어 보는 것입니다.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은 곧 가장 가까운 타인입니다. 타인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면 가장 친밀한 타인의 일로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표현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두려움과 슬픔이 함께 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이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타인이 있을 것입니다.

대학교 4학년이 되던 해에 소중한 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졸업 전시를 앞둔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멈춘 그의 시간을 위해, 흘러가는 나의 시간에서 안식을 기원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영혼의 안식과 가족의 회복을 기도하며 그저 작업을 했습니다. 홀로 가만히 할 수 있는 애도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개인의 애도는 진심이 작동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가능합니다. 다만 변하지 않는 전제는 있습니다. 심장이 뜯기고 숨조차 쉴 수 없는 슬픔에게는 말 한 마디, 몸짓 하나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선의를 전달하기 위해 건넨 한 마디가 어떤 아픔을 불러올지 알 수 없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내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 앞에서는 소란한 말과 행위는 위로보다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애도는 나의 시간을 나눌 때 넓고 깊게 남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꽃 한 송이 일 수 있고, 시 한 구절이 되거나 노래 한 곡조이거나 혹은 돈의 형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모든 형태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바로 한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백만 명의 한 시간이 모이면 백만 시간이, 천만 명의 한 시간이 모이면 천만 시간이 됩니다. 시간과 시간이 이어지고 쌓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숨 한 번 쉴 수 있게 된다면 비로소 그 마음이 전해진 것이 아닐는지요. 사람 사이에서 지킬 수 있는 예의와 위로는 이정도가 최선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a

종교를 떠나 조용한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 서인희

 
그러나 국가가 해야 할 애도는 다릅니다.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뒤 매일 조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바꾸는 일을 해 나갔습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던 시간이 흐르던 지난 7일, 대통령은 국가 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 엄정히 책임을 묻겠다', '책임지고 챙기겠다'와 같은 발언도 있었습니다. '대국민 사과'는 없었는데 매일 조문하는 모습과 회의석상의 발언으로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라는 기사들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 관대함을 저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워 서글픔만 늘어갑니다.

'책임지고 챙기겠다'는 것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책임을 말합니다. 가장은 가족의 삶을 책임지고 기업가는 직원의 삶을 책임지듯, 국가를 이끌어가는 자들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엄정한 무거움을 가져야 합니다. 국민이 준 더 큰 힘에는 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 무게를 원치 않는다면 자리를 내려놓음이 합당할 것입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회를 삽니다. 희생자는 있지만 책임지는 자는 없는 사회에 평범한 우리들이 있습니다. 매일 더 막막해지는 삶 속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사회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힘에 의해 개인이 더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진정 바라며 지금 할 수 있는 정성으로 바로 곁에 있는 서로를 위로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더 따뜻하고 더 정갈한 사회를 꿈꾸는 엄마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런 사회를 바라며 저는, 느리지만 분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 2 동료도 친구도 다 속았다...신혼부부 울린 공인중개사의 이행각서
  3. 3 김건희 연루 정황 공개한 검사, 세계은행 파견...법무부 해명은?
  4. 4 젊은 여성들 떠나고 있다... 부울경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나
  5. 5 [단독] 노무현 지정기록물 해제 앞두고 대통령기록관장 직위 해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