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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통령, 풍산개 논란에 "법 위반 논란 소지, 지금 감사원이라면..."

[전문] 9일 직접 페이스북에 입장 밝혀... "이제 그만들 하자"

등록 2022.11.09 18:34수정 2022.11.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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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가 낳은 새끼들을 공개 했다. ⓒ 청와대 제공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논란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본래 법령상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풍산개 '곰이'와 '송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관리 위탁받아 경남 양산 자택으로 데려와 양육해왔다. 그러나 당초 약속됐던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전 대통령 측이 두 마리의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하기로 하면서 ​​전·현직 대통령이 충돌하는 양상까지 빚어졌다. 이 사안이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도 주목하면서 정치 쟁점으로 비화하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셈이다.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 해제 등 불가능 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은 풍산개들이 어떻게 양산 자택으로 오게됐는지 설명하면서 ▲다음 정부에서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기관이 제3자에게 관리위탁할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는 점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양육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는 점을 짚었다. 

그러나 그는 현 정부에서 시행령 입법예고는 있었으나 정작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면서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봤다.

문 전 대통령은 "해결책은 간명하다"면서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해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면서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라고 했다. 또한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통령은 풍산개 문제는 비용과는 상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현임 정부에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정비를 당부했다. 아래는 문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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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청와대 관저에서 평양 방문 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가 낳은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전문]

1. 퇴임을 앞두고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게 되었을 때 청와대, 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은 고심했습니다.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된 초유의 일이 생겼고, 대통령기록관은 반려동물을 관리할 수 있는 인적·물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고심의 핵심은 반려동물에게 적절한 관리방법이 뭘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선물 받았던 풍산개가 시간이 흐른 후 서울대공원에 맡겨진 것에 대해 반려동물에게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그 같은 방식의 관리는 적절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그리하여 세 기관은 협의 끝에, 풍산개들을 양육해온 퇴임하는 대통령이 퇴임 이후에도 대통령기록관으로부터 관리를 위탁받아 양육을 계속하기로 하고, 다음 정부에서 빠른 시일 내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관이 아닌 제3자에게 관리위탁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규정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관리를 위탁한 후 사후에 근거규정을 갖추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준 덕분이었습니다.

나로서는 별도로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풍산개 세 마리의 양육을 더 맡는다는 것이 지원이 있다 해도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키워온 정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감당해보기로 했습니다.

2. 현 정부는 그에 따라 지난 6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으나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고, 퇴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시적인 근거규정의 부재가 잠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면서,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입니다.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명합니다. 관리위탁을 하지 않기로 하고, 풍산개들을 원위치시켜 현 정부의 책임으로 적절한 관리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자고 했더니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합니다.

3. 사료값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으로 데려오는 비용과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 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입양과 파양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입니다. 반려동물들이 명실상부하게 내 소유가 되어 책임지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하여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4. 이제 그만들 합시다.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입니다.

또한 반려동물이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일이 또 있을 수 있으므로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 #풍산개 #시행령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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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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