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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인력 충원만 됐어도... 구의역 김군 이전 돌아가선 안 돼"

오봉역에서 또 사망 사고, 올해만 4명째... 노조 "코레일·정부가 안전대책 요구 묵살"

등록 2022.11.08 15:24수정 2022.11.0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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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저녁 8시 20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차량 입환 작업을 하던 노동자(33)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이후 사고 현장 모습. ⓒ 철도노조 제공


지난주 토요일(11월 5일) 저녁 8시 20분께,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차량 연결 작업 중이던 서른셋 젊은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주말 야간 근무 도중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해당 작업은 3인 1조 작업으로 이뤄지지만 이날은 2인 1조였다. 오봉역엔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 통로도 없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안전 통로 설치를 요구해왔지만 코레일 측은 예산이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코레일에서 일하다 죽은 노동자만 4명에 달한다.

현장 노동자들 "인력 충원해달라고 요구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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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서울본부. ⓒ 연합뉴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노동자들은 현장 인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오봉역에서 화차 차량 연결 등 수송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52명이다. 4조 2교대 체계로, 주간 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 야간 조는 오후 6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일한 뒤 교대하는 방식이다. 앞서 2020년, 노동 강도를 줄이려 당초 3조 2교대로 돌아가던 근무를 4조 2교대로 전환했지만, 인력은 그만큼 충원되지 않으면서 1조당 작업자가 16명에서 13명으로 줄었다.

오봉역에서 고인과 함께 수송 업무를 했던 성아무개씨는 "입환(차량 연결·분리) 업무는 위험하고 노동 강도도 높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들이 꺼린다"라며 "그동안 입환 업무를 하는 수송원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했고 열차 입환 방식도 지금처럼 후진 방향이 아닌 직진 방향으로 하는 '견인' 방법으로 바꿔달라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성씨는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작업자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며 "함께 일하던 동료가 망인이 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현장엔 작업자들을 위한 전용 통로 등 기본적인 안전 장치도 없었다. 현장 노동자들에 따르면, 사고 지점을 포함한 대부분 구역에 선로와 선로 사이의 폭이 2m도 안 될 정도로 좁아 안전 통로를 만들 공간조차 없다. 성씨는 "오로지 효율성만 생각해 좁은 공간에 선로를 많이 때려 넣다 보니 이동 통로가 있을 수가 없고, 작업자들은 선로 사이를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번처럼 화차 입환 작업을 하다가 열차에 부딪혀 사망한 노동자는 최근 10년간 4명에 이른다. 이번 사고에 앞서 2014년 오봉역, 2017년 광운대역, 2021년 괴동역에서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노조 "윤석열 정부, 구의역 김군·김용균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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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실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오봉역 사망사고 관련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를 연결·분리하는 과정에서 코레일 소속 30대 직원 A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 연합뉴스


철도노조는 사고가 난 오봉역 외에도 전국 철도기지가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안전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또 "현장에선 안전 관리 인력이 부족한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철도공사 인원을 감축하려 한다"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반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은 8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력 충원을 통해 수송원 3인 1조 입환 작업 확보 ▲안전한 작업통로 설치 및 조명탑 추가 설치 ▲전국 주요 철도기지 입환 작업 실태조사 착수 및 근본적인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미 2019년에 4조 2교대 전환에 따른 필요 인력을 산출하기 위해 노사 공동 직무 진단을 실시했고, 그 결과 1800여 명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끝내 인력 충원 요구를 묵살했다"라며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데도 국토부와 기재부는 또다시 '혁신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외주화와 정원 감축을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사고가 난 수송·역무 직종은 철도공사 내 관리직 비율이 가장 높은 부문"이라며 "철도공사 측에는 관리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보강해달라고 10년 넘게 요구해왔고, 국토부에는 절대적인 인력 증원을 요구해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외주화 등을 통해 철도공사 인원 1000명 이상을 감축하려 한다"고 말했다.

허병권 철도노조 노동안전국장은 "2016년 이후 철도공사 내 산재 사망이 15건이었는데 올해만 벌써 4건 발생했다"라며 "적어도 안전 업무는 외주화하지 않아야 한다.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김용균씨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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