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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간과한 '디지털 네이티브' 양성 조건

[아이들은 나의 스승] "코딩은 수단인데 목표인 양 왈가왈부"... 사교육 배만 불리는 일

등록 2022.11.08 21:45수정 2022.11.0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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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래 청소년 중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활용법을 학교나 학원에서 교육받은 경우가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코딩 교육(디지털 알고리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한 아이가 심드렁한 얼굴로 반문했다. 스마트폰만 손에 쥐면 못 하는 게 없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의 지시가 생뚱맞게 느껴진 모양이다. 코딩을 굳이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배워야만 하는 거냐는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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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월 27일 오후 생중계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로 키워야 한다"면서 "교육과정에서 획기적인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지않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에 코딩 과목이 편성될 기세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코딩(Coding)이란 컴퓨터 언어의 명령문을 써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을 뜻한다. 프로그래밍(Programming)과 바꿔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풀어 말하면, 일상 속 다양한 아이디어를 컴퓨터 언어로 변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일컫는다.

코딩이라는 단어를 어색해하는 아이들은 없다. 장래 희망을 프로그래머라고 적은 아이조차 프로그래밍보다 코딩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했다. '생활에 도움을 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게 코딩 아니냐'고 반문할 정도는 된다.

중학교 때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다고 했다. 현재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선택 교과의 하나로 '정보'와 '인공지능 기초' 등이 개설돼 있다.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한 아이들이 다른 교과에 견줘 다수가 선택하는 과목일뿐더러 코딩 교육이 강조되면서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그런 과목을 이수했다고 해서 딱히 코딩에 능숙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드물게는 단순하나마 스마트폰 앱을 만들어내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엉뚱한 친구들과 대화하다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답한다. 학교에 코딩 관련 동아리도 여럿이다.

수업 시간에 배워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놀다가 이것저것 시도해보게 됐다는 거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의 발상지인 세계적인 기업 애플도 빈 차고에 모인 컴퓨터 동호회의 취미활동에서 시작됐다. 공부가 아닌 놀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다.

등급 매기는 교육 환경에서 제대로 된 코딩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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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청소년진로페스티벌 코딩 체험 지난 10월 5일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에서 열린 '중랑청소년진로페스티벌'에서 학생들이 코딩 체험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코딩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아이들은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조변석개하는 대입 전형을 그때그때 알려주거나 자신의 흥미와 적성, 성적을 대입 전형에 매칭시켜주는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런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수능을 치를 수 있는 완벽한 보안 앱을 개발하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당한 아이디어일지언정 아이들의 만남 속에서 이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과 여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가르치고, 시험 보고, 등급을 매기는 기존의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코딩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 코딩 교육은 주입식 수업 그 너머에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코딩 교육이 필수가 되면 어떻든 대학입시에 반영될 테고, 내신과 수능에 대비한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날 게 분명해요. 결국 수업 시간에 기출문제를 풀면서 코딩을 배우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질 게 불 보듯 환해요."

한 아이의 예언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아무리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과목이라고 할지라도 대학입시 앞에서는 온갖 편법만 양산될 뿐이라는 사실을 아이들도 잘 알고 있다. 온존한 학벌 구조의 철폐가 실효적인 코딩 교육의 전제 조건임을 대통령과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코딩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방안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되고 교육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비유하자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재를 만들고, 교육부는 교육과정에 필수로 지정하라는 뜻이다. 코딩 교육을 코인만 넣으면 물건이 나오는 자판기처럼 여기는 거다.

중장기적 과제 두고 다그치기... 뒤숭숭한 교육 현장

교육과정에 버젓해도 당장 대학입시에 보탬이 안 되면 배제되는 게 고등학교 교실의 불문율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으로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능에 출제되지 않으면 수업조차 파행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상명하복의 군대식 명령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수업 시간도 배정하고 교사도 투입해야 하는데, 교원단체에서 호의적이지 않다는 애로사항을 들었다"고 했다. 마치 교원단체의 반대 때문에 코딩 교육이 어렵다는 식이다. 전공자도 부족할뿐더러 시수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교사들의 항변을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한 셈이다.

교사 양성 과정부터 교육과정 개정까지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장기적인 과제를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쓰듯 다그치는 모습에 교육 현장은 뒤숭숭하다. 윤 대통령의 의지로 보아, 교사들에게 코딩 연수를 의무화해 즉시 투입하는 식이 될 듯하다. 그런다고 수업할 역량이 길러질까.

단언컨대, 배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100%다. 그러잖아도 분야와 상관없이 교사 연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솔직히 법정 의무 연수조차 시간만 채우는 식으로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본 지식조차 부족한 상황이라면 연수를 받아봐야 딱히 득 될 것도 없다.

과거 독일어와 프랑스어 교사들이 자신의 전공을 버리고 다른 과목을 가르쳐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들 중에는 영어나 사회, 심지어 기술 교과로 전과하는 교사도 있었다. 당시 제2외국어 중 중국어와 일본어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달리 뾰족한 방도가 없었다.

바뀐 전공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 했지만, 전과를 위한 준비는 방학 때 얼마간 연수를 받는 게 전부였다. 수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 자꾸만 움츠러들었고, 당시 사직서를 내고 교단을 떠난 교사도 부지기수다. 이는 교육과정의 개편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하물며 코딩과 같은 디지털 분야는 연수를 의무화하는 정도로 해결될 리 만무하다. 코딩 연수를 이수한 뒤 교단에 선다고 한들 스마트폰을 제 몸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는 아이들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을 거다. 되레 '아이들이 가르치고 교사가 배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토록 원하는 '디지털 네이티브'가 실현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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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요컨대, 진정 미래세대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로 키우고자 한다면 학벌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수능 대박'을 되뇌는 현실에서 자칫 수능 5교시 제2외국어 영역에 이어 6교시에 코딩 영역이 치러질지도 모른다. 이는 코딩 관련 사교육의 배만 불리는 일이다.

아울러, 아이들에 앞서 교사들부터 디지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 교육은 교사의 수준을 넘지 못하는 법이다. 연수 의무화 따위의 구태의연한 방식 말고, 주입식 교육 대신 토론과 협동학습 등 다양한 수업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절실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샘솟도록 교실 수업을 바꾸자는 거다.

"코딩은 그저 도구나 수단일 뿐인데, 마치 교육의 목표인 양 떠들어대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구현하려는 콘텐츠 없이 컴퓨터 언어만 공부하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한 아이가 매조지듯 건넨 말에 무릎을 쳤다.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대통령이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설마 코딩 교육 관련 업체에 먹잇감을 제공하기 위한 '빅 픽처'라고 의심하면 과할까. 공교롭게도, 얼마 전 이주호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에듀테크 업체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교육계의 거센 반대에도 그를 후보자로 지명한 이가 윤석열 대통령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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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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