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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하고 왔다"더니... 점점 꼬여버린 유병호의 입

[국감-법사위] ‘문자 파동’ 집중 추궁에 엉뚱답변·회피로 일관... ‘위증’ 지적에 황급히 발언 정정

등록 2022.10.11 22:49수정 2022.10.1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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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 남소연

 
"각오하고 왔습니다."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 국정감사 시작 전 "오늘 만만치 않을 것"이란 야당 의원들의 예고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렇게 응수했다. 

실제로 그는 이날 감사원 국감의 주인공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주고받은 문자가 '대통령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 증거'라며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유 사무총장은 국감 초반 김도읍 법사위원장에게 발언권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어했지만, 야당의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의 발언이 점점 꼬여갔다.

[당황하더니 증언 거부] "제가 답변 드릴 의무 없다"

이탄희 의원이 '문제의 문자말고도 이관섭 수석과 연락한 적 있냐'고 묻자 유 사무총장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기억을 못한다"더니 급기야 "제가 답변 드릴 의무가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 정한 증언 거부사유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제가 증언 거부를 한 게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관섭 수석과 통화한 내용을 "미주알고주알 답변 드리는 게 부적절하다"고 둘러대기도 했다.

[거듭된 말돌리기] "이관섭은 정책전문가, 바쁜 분이고..."

유 사무총장의 말돌리기는 계속 됐다. 그는 '이 수석과 몇 번이나 통화했냐'는 기동민 의원의 물음에 "그렇게 통화할 사이가 아니다. 그분은 정책전문가이고, 저는 감사전문가"라고 대답했다. 기 의원이 통화 횟수를 묻고 또 묻자 "그분은 저보다 바쁜 분"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또 다시 '증언 거부'라는 지적이 나왔을 때는 "증언을 거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실 업무에 대해서 제가 말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빠져나가려고 했다.


유 사무총장은 문제의 문자를 '지웠다'고도 주장했다. "습관적으로 지운다"며 "그냥 집사람하고 주고받은 것도 다 지운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이 "그렇게 답변 거부하면 안 된다"고 하자 유 사무총장은 "폰을 매일 매일 정리한다는 뜻"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그는 '떳떳하면 포렌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포렌식한다고 다 정확히 나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더니 박주민 의원의 반복된 질의 끝에야 "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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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은 최재해 감사원장. ⓒ 남소연

 
[꼬리잡힌 말바꾸기] 위증 지적에... "말을 잘못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피해가려던 유 사무총장의 말들은 끝내 뒤엉켜버렸다. 저녁 식사 후 감사가 재개됐을 때, 이탄희 의원은 앞서 자신과 기동민 의원이 질의했을 때 유 사무총장의 대답이 '이관섭 수석과 문제의 문자 외에 연락한 적 없다. → 기억할 수 없고, 몇 번 되지도 않는다'로 바뀐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말이 바뀐 내용 중에, 둘 중 하나는 위증"이라며 "책임지셔야 한다"고 질타했다.

유 사무총장은 몹시 난감해했다. 그는 "상황이 제가... 정신이..."라더니 결국 "일상적인 문의 수준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 "아까 '(대통령실로부터) 문의가 없었다'는 말은 말이 헛나간 것"이라며 "'(제가) 문의가 없다'고 말한 것은 저도 이제 화면 보고 알았다. 제가 말을 잘못했다"고 정정했다. 유 사무총장은 "여기 있으면 사실 정신도 없고, 집중도..."라며 "왜냐면 방역수칙 때문에 물도 못 마시고, 의원님 말씀에 신경 쓰고 있다"고 변명했다.

[구원투수 국민의힘] '모범답안' 내놓고 '내로남불' 거론도

보다 못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유상범 의원은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이관섭 수석과 의사소통이 있었다고 치고, 감사 대상 선정 등을 협의하는 통화나 문자가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단순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감사원의 독립성 침해와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유 사무총장은 곧장 "그거는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수석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냐'는 추가 질의에도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김도읍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님들이 감사원의 정치화를 종일 비판하는데, 감사원의 정치화 정수는 김종호 전 민정수석"이라며 "2007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문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17년 조국 민정수석실 초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갔다가 1년 3개월 만에 감사원 2인자 사무총장 2년 하다가 다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갔다"고 날을 세웠다. 또 "감사원을 이렇게 질타하는데, 내로남불의 끝이 어딜까 참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해명자료 나간다"... 감사원 사무총장, 대통령실에 문자 보고 http://omn.kr/210wk
'하명 감사 문자' 여진... 첫 질의도 못한 감사원 국감 http://omn.kr/213rv
이탄희 추궁에 "답변 의무 없다"던 유병호 '뒷수습' http://omn.kr/213xp
#유병호 #감사원 #법사위 #국정감사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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