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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폴 빅4 부진했는데... '공조2'가 증명한 흥행공식

[하성태의 사이드뷰] 100만 돌파한 영화 <공조2>

22.09.10 11:47최종업데이트22.09.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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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 CJ ENM

 
추석은 추석이다. 추석엔 코미디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 산업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작금의 세계적 K-컬처의 인기를 구가하기까지 극장가를 지배해온 공식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장가를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공식은 공고했다. 지난 2년간 자취를 감췄던 그 공식이 2022년 추석 극장가에서 완벽히 부활했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을 통해서다.

21만 6천 명. 7일 개봉한 <공조2>가 끊은 쾌조의 스타트다. 개봉일 21만 관객을 동원하며 123만 관객을 돌파한 2위 <육사오>(6/45), 할리우드 공포물인 3위 <블랙폰>과의 거리를 벌렸다. 이날 <육사오>는 1만7천, <블랙폰>은 1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날 <공조2>의 박스오피스 좌석 점유율은 66.3%, 좌석 판매율은 13.3%였다.

연휴 시작 전날이던 8일 목요일부터 극장가 사이즈가 덩달아 커졌다. <공조2>는 28만5천 명을, 2위 <육사오>는 2만9천 명을 동원했다. <공조2>의 경우, 추석 연휴기간 최대 300만은 훌쩍 넘길만한 흐름이 예고됐다. 이날까지 <육사오>는 126만 관객을 동원했다. 두 작품 모두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다.

그리고 개봉 3일 차이던 9일, <공조2>가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일일 관객 수는 53만2천 명으로 누적 관객 수는 104만 명을 기록했다. 이날 <공조2>의 좌석 점유율은 64.4%를 기록하며 개봉일보다 소폭 줄은 반면 좌석 판매율은 29.7%를 기록해 2배가 넘는 상승폭을 보였다. <공조2>의 흥행이 본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수치였다. 이날 <육사오>도 7만6천 관객을 더했다.

사실 시작부터 무주공산에 가까운 게임이긴 했다. 지난 여름 소위 빅4의 흥행은 <한산: 용의 출현>과 <헌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를 두고 온갖 분석이 난무했다. 배급사별로 각기 천만 영화를 꿈꿀 만한 텐트폴 영화들을 한 주 간격으로 시장에 공개한 것 자체가 문제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범죄도시2>와 <탑건: 매버릭> 등의 흥행을 보며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랐다. 극장들이 무리하게 강행한 티켓값 상승에 따른 관객들의 소비 심리 위축이나 지난 2년 간 OTT 시대를 통과해온 관객들의 성향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난무했다.

지난해 6월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 1년을 넘게 기다린 <공조2>의 흥행 성적은 그래서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여타 거대 배급사들이 지난 여름 흥행 시장의 여파로 눈치보기에 돌입했고, 이른 추석 시장을 포기해 버린 형국이 됐다. 그 가운데 CJ ENM의 <공조2>가 유일하게 판을 벌린 셈이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육사오>의 뒤늦은 100만 돌파도 그래서 가능했던 것이고. <공조2>의 흥행은 그래서 더 눈여겨 볼 만하다.

전편과 다른 선택, 추석은 코미디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 CJ ENM

 
고 김주혁 배우의 말년 작품 중 하나인 <공조>는 2017년 1월 설 연휴 대목을 노리고 개봉, 최종 781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었다. 경쟁작이자 '대한민국 검사 해부기'를 다룬 <더킹>이 500만을 가까스로 넘긴 것과 비교하면 액션과 코미디를 뒤섞은 <공조>의 흥행 우위는 따놓은 당상이라 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선호와 달리 평가는 박했다. 당시 영화 전문지나 포털사이트 네이버 평론가 평점에는 '★★ 코미디와 액션이 서로의 발목을 잡는, 망한 공조' (황진미), '★★ 액션과 코믹과 감동의 어쭙잖은 공모', '★★ 액션은 좋다만… 코미디와 드라마가 아쉽다'(장영엽), '★★ 허풍과 억지의 찰떡 공조(박평식)' 등 이구동성으로 드라마와 서사의 약점을 지적하는 평이 주를 이뤘다.

<공조>는 산전수전 다 겪은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와 특수부대 출신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이 합작한 '공조 수사'라는 단순명쾌한 태그라인은 확실히 관객의 구미를 당길만 했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출연했던 <의형제>의 남북 공조 및 <쉬리>와 같은 북한 '빌런'에 친숙한 형사물과 가족 코미디의 외피를 버무리는 기획이야말로 명절 연휴에 부담없이 즐길만한 상업영화의 기획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흥미롭게도, 속편의 공식에 맞게 '삼각 공조'라는 형식을 통해 판을 더 벌린 <공조2>는 코미디의 기운을 강화했다. 강진태(와 그 가족들)와 림철령의 공조에 한국계 FBI 요원 잭(다니엘 헤니)이 합류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현지 촬영 대신 세트에서 소화했다는 오프닝 뉴욕 액션신은 <공조2>가 글로벌하게 판을 키웠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로는 코미디의 공식이 강화된다. 전편의 강진태와 림철령은 중후반부까지 서로를 의심하며 공조 수사의 목적과 결과를 회의하기를 반복한다. 티격태격을 넘어 둘의 갈등과 반목이 극의 중심 갈등으로 작용한다.

<공조2>에서 다시 만난 남북 형사들에게 그런 장치는 불필요하다. 대신 한국계 미국인 잭이 그 갈등 요소를 떠맡는데, 그 갈등의 농도가 훨씬 얕다. 중반부 고깃집 술자리 한 번으로 형, 동생 사이를 표방하는 진태와 잭의 행동이 이를 대변한다. 잭이 끝끝내 림철령의 목적을 의심하는 갈등 요소 역시 관객들에게 진의를 일찌감치 내비치며 손쉽게 마무리 된다.

전편에 이어 연출을 맡은 이는 <방과후 옥상>(2005), <댄싱퀸>(2011),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등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이다. 액션 등이 섞이긴 했지만 모두 코미디를 표방했고 흥행 성적도, 나름의 완성도도 출중했던 작품들이다. 그 기운을 이어받은 <공조2>가 코미디를 대놓고 펼칠 수 있는 기반은 배우들 및 전편이 쌓아올린 이미지에 꽤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그런 의도가 적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스타 시스템을 적절히 활용한 코미디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 스틸 ⓒ CJ ENM

 
<공조2>의 카메라는 종종 남북미 세 형사가 나란히 걷는 장면을 고속 촬영으로 전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훤칠한 키와 출중한 외모를 자랑하는 현빈과 다니엘 헤니 가운데 유해진이 걷는 이러한 장면 만으로도 코믹한 상황이 연출된다. 충무로식 스타 시스템의 좋은 예라고 볼 만하다.

특히 현빈과 다니엘 헤니의 외모는 <공조2>의 코미디를 완성하는 주요한 소재요, 이를 완성하는 것이 바로 강진태의 처제 박민영(임윤아)의 존재다. 전편에서 림철령에게 반한 박민영의 직진과도 같은 들이대기가 코미디의 주 요소였다면 <공조2>는 다니엘 헤니의 등장 하나로 이 로맨스 서사를 삼각 관계 구도로 승화시킨다.

박민영이 소위 '얼빠'(잘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에 이성애 로맨스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고스란히 친숙하고 낯익은 로맨틱 코미디의 관습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소녀시대 출신 임윤아가 전편의 코믹 연기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도 장점으로 기능한다.

<공조2>는 여기서 더 나아가 잠복근무 장면을 포함해 후반부 공조 수사에까지 박민영을 투입하며 임윤아 카드를 적극 활용한다. 전편에서 후반부 인질극 상황에서 박민영의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리며 서사의 구멍이라 지적됐던 약점을 적극적인 캐릭터 활용을 통해 반전시킨 셈이다.

이러한 박민영의 활용은 확실히 전편의 약점을 보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전편은 박민영의 게으른 활용과 더불어 강진태의 아내와 딸을 인질극의 피해자로 설정한 것을 두고도 여성 캐릭터를 낡고 게으르게 묘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조2> 역시 그러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박민영의 활약을 내세우며 그러한 지적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무엇보다 전편은 중후반부까지 림철용의 내외적 갈등 묘사에 꽤 많은 분량을 들였다. 유해진식 코미디와 장영남과 임윤아의 분량과 그러한 진중한 드라마 분량이 유기적으로 화합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앞서 언급한대로 <공조2>는 세 형사의 갈등이나 반목, 공조 수사에 대한 회의 자체를 최소화했다.

그에 비해 명절 코미디란 성격에 걸맞게 웃음과 유머의 분량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세 형사가 화해를 이룬 그날 밤, 잭이 강진태의 집에 방문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아내와 처제, 딸까지 모두 다니엘 헤니에게 반하는 장면이야말로 <공조2>란 영화가 발휘하는 유머 감각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효과적이었는지는 온전히 관객히 판단할 몫이다.

그건 악역 묘사에도 해당한다. 고 김주혁 배우가 연기한 전편의 북한 악당과 비교해 진선규가 연기한 장명준은 캐릭터의 전사는 물론 범죄를 묘사하는 감정적 세기 역시 크지 않다. <공조2>는 이 북한 출신 글로벌 악당에게 나름의 명분을 쥐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장면준을 코미디 장르의 악당 사이즈로 묘사하는데 만족한다.

현실 속 남북 간 최악의 분위기는 고려될 필요도, 여지도 없다. FBI까지 참전한 공조 수사의 사이즈 자체도 삼각 관계를 포함한 삼각 구도 코미디를 위해 복무할 뿐이다. 관객들이 인정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유해진과 진선규에 현빈과 다니엘 헤니, 임윤아란 스타 시스템이 오로지 코미디의 완성을 위해 뛰고 달리는 <공조2>가 올 추석 연휴를 통과하며 지난 여름 시장이 빚은 극장가의 암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역시나, 추석은 코미디 아닌가. 
공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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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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