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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자' 정부에 왜 이리 덤덤할까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문재인정부와 비교해 조용... 왜?

등록 2022.08.29 15:11수정 2022.08.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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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 참석, "이제 더 이상은 전 정권에서 잘못한 것을 물려받았다는 핑계도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현직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직접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예상치 못하게 주목을 받은 이는 권성동 원내대표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오미자를 권하며 "음주 자제"를 당부했는데도 기자들과 가진 술자리 영상 및 사진이 공개되면서 당 안팎의 입길에 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찬회를 마친 직후인 26일 "철저한 반성"을 다짐했다.

이런 다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음주 파문에 이어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에 법원이 손을 들어주면서 빛이 바랬다. 여당은 연찬회를 마친 직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야 했다.

이 와중에 묻힌 것이 있다. 공교롭게도 바로 연찬회 와중이던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관보를 통해 공개한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 현황이었다.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갖가지 분석과 평가가 쏟아져야 마땅한데도 상대적으로 잠잠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 참여 인사 중 적지 않은 수가 이명박 정부 인사라는 점을 봤을 때 더욱 그렇다.

2008년 4월 첫 재산공개 당시 '강부자(강남 땅부자) 내각', '강부자 청와대'란 지적이 줄을 이었던 것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및 김건희 여사의 재산을 포함해 우선 관보 및 복수의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 정부 인사들의 눈에 띄는 재산 현황을 짚어 보자.

부자 정부라는 확고한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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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8.29 ⓒ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 현직 차관급 고위 공직자 52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16명으로 대략 3명 중 1명꼴이었고, MBC는 이를 전체의 30.7%라 보도했다. 또 대통령실에 속한 14명 중 9명이 다주택자였고, 이중 서울 강남 3구와 분당, 목동에 부동산을 소유한 공직자는 8명이었다.


- 뉴스타파에 따르면, 고위공직자 50명이 재산신고내역상 건물을 등록했고, 이 건물들 중 70%가 강남 3구 및 용산구에 몰려 있었다.

- 다주택자 중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본인 명의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19억 4900만 원)와 배우자 명의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아파트(15억 2477만 원)를 보유하고 있었다.

- 이밖에 이진복 정무수석, 윤재순 총무비서관 등 대통령실 참모 5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이노공 법무차관,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등 다수가 본인 및 공동 소유로 등록된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윤석열 대통령의 재산은 76억3999만원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본인 명의로 5억 2595만원을 신고했고 나머지 71억1404만원은 김건희 여사 명의 재산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재산은 예금이 49억 9993만 이상이었고, 서초구 아파트 외에도 경기 양평의 임야와 창고 용지, 대지 등 총 12곳에 3억1411만 원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공직자 52명의 재산 보유액 평균은 44억 원에 달했고, 최고액 신고자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292억 이상)을 제외하면 평균 39억 가량이었다.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160억 이상), 이인실 특허청장(86억 이상), 한덕수 국무총리(85억 이상), 백경란 질병관리청장(61억 이상)이 뒤를 이었다.

- 백경란 질병청장은 보유한 상장주식(2억 4천 만원 상당) 중 직무와 관련돼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30주), SK바이오팜(25주), 바디텍메드(166주), 신테카바이오(3천 332주) 등 상장주식을 보유했다. 이중 평가액 3천만 원 이상인 인공지능 신약 등 플랫폼 사업 업체 주식을 보유해 백지신탁 대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후배가 운영하는 반도체회사 채권 12억 원가량을,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가족 회사 주식을 200억 원 넘게 보유해 이해충돌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300억 원에 육박하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재산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극우 언론조차 '슈퍼 리치'란 표현을 아끼지 않을 만했다. 지난 정부와 비교해 2.5배 이상이란 보도도 나왔다. 이해충돌 논란은 예사요, 다주택자도 즐비하다.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것을 떠올리면 그다지 화제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 완화 정책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14년 전 이명박 정부와 다를 게 없다. '부자 정권'이 부자들을 위한 세제 혜택을 추진하는 '셀프 감면'이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김건희 여사 재산 신고에 대한 지적도 뒤따른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보석류의 경우 500만 원 이상은 모두 재산 신고 대상"이라며 "김건희 여사의 수천만 원대 귀금속은 왜 누락했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전 정권과 상이한 반응

비교적 잠잠하다. '강부자 정권' 논란이나 문재인 정부 고위직을 향한 다주택자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특히 야당 시절 국민의힘이 문재인 청와대 및 고위 인사들 중 다주택자들에 대한 비난에 열을 올리며 정국을 주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날 윤석열 정부의 첫 재산공개 결과 1기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 52명의 재산 규모가 평균 43억 원에 달했다. 이런 재산가들이 서민들의 처지를 얼마나 이해할까 싶다. 관련 당국은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여부를 엄격히 검증해 응분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 26일 <경향신문> 사설 <백경란·이상민 '이해충돌 주식' 보유, 공직이 그리 가볍나> 중에서

최근 며칠간 정부·여당 관련뉴스가 국민의힘 내분으로 뒤덮였던 것을 감안해야 할까. 그럼에도 언론의 보도 논조 자체가 담담하다. 26일 관보 공개 직후 이를 언급한 일간지 사설은 위에 소개한 <경향신문> 사설을 포함해 <한국일보>의 <고위공직자 3명 중 1명이 다주택이라니>까지 단 두 건이었다.

언론보도가 적으니 소셜 미디어를 비롯해 인터넷 상 언급량도 상대적으로 많지않다. 국민들의 체감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부 언론보도로 부각된 백경란 장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고위 공직자들이 소나기를 피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 선출에, 정의당은 비례대표 총사퇴 투표에 몰두해서였을까. 야당들조차 역시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진보당만 유일하게 26일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속한 고위공직자 14명 중 9명이 다주택자"라며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당장 도입하라"라고 촉구했을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과 '민생'을 강조해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랬던 현 정부의 정체성은 '슈퍼 리치', '부자 정부'로 귀결된다. 종부세 감면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향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리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그럼에도 꽤나 잠잠하다. 윤석열 정부 취임 넉달 째에 접어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국민이, 건설사를 비롯해 자본 권력의 지배율이 높아져만 가는 언론계가 윤 대통령 이하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부자 정부'라는 정체성 자체를 인정하거나 긍정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봐야 할까. 당혹스럽다. 시대정신의 문제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 말이다.
#윤석열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재산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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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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