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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심결 엠블럼' 논란과 박주선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해명

[取중眞담] <오마이뉴스> 통화 직후 "가시내 이XX"... 박주선 "기자 아닌 여성 직원에게 한 말"

등록 2022.04.18 18:11수정 2022.04.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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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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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 사진은 지난 3월 23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대통령 취임식 공식 엠블럼이 '사동심결' 논란 끝에 변경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위원장 박주선, 아래 준비위)의 석연치 않은 해명과 부적절한 대응이 뒷말을 낳고 있다.

"과도하게 왜곡", "억측 해소"... 취임준비위의 책임 떠넘기기

준비위는 지난 12일 오후 엠블럼이 모티브로 삼은 '동심결 매듭' 표식이 죽은 사람을 염할 때 쓰는 '사동심결'과 비슷하다는 주장에 대해, "디자인 시작 단계부터 '생동심결' '사동심결'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도 "일각에서 그 취지와 의미를 과도하게 왜곡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이 사동심결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억측을 해소"하려고 '업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1일 엠블럼을 처음 공개한 지 단 하루만이었다(관련기사 : 대통령취임준비위, 취임식 엠블럼 변경키로 "곧 공개" http://omn.kr/1ybrx).

사동심결 엠블럼 논란의 책임은 충분한 오해 소지가 있음에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준비위에 있었다. 하지만 준비위는 '과도한 왜곡'이나 '억측 해소'라는 표현을 써서, 그 책임을 '사동심결' 문제를 제기한 쪽에 전가했다.

준비위는 지난 11일 동심결 매듭을 활용한 엠블럼을 공개하면서, 동심결에 두 종류가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리지 않았다. 뒤늦게 누리꾼 사이에 길일에 쓰는 생동심결 매듭과 상례에 쓰는 사동심결 매듭이 서로 다르고, 취임식 엠블럼은 사동심결 매듭 모양에 더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나서야 대응했다.

준비위 주장대로 디자인 시작 단계부터 매듭이 두 종류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전통매듭 전문가 등에게 자문을 받아 '사동심결'을 닮았다는 오해 소지가 없게 엠블럼을 제작하거나, 적어도 발표 단계에서 언론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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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11일 발표한 취임식 엠블럼. 준비위는 취임식의 슬로건은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이고, 엠블렘은 ‘동심결’을 활용한 디자인이라고 밝혔다. ⓒ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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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심결(왼쪽)과 사동심결 매듭. 생동심결은 혼인 사주단자 등 길일에, 사동심결은 죽은 사람 염할 때 주로 사용한다. 사진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네이버지식백과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팩트체크를 거쳐 엠블럼 모양이 사동심결 매듭에 가깝다는 주장이 '대체로 사실'이라고 판정했다. 이전까지 언론 보도는 황교익 칼럼니스트나 누리꾼 주장을 논란으로 전했을 뿐 전통매듭 전문가인 국가무형문화재 제22호 매듭장 전수교육조교에게 확인해 보도한 건 처음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오후 2시경 팩트체크 원칙에 따라 사전에 준비위 입장을 확인하려고 직접 전화했지만, 박주선 위원장은 자신은 내용을 잘 모른다고 공을 넘겼고, 이도훈 취임식 총감독도 회의 때문에 바쁘다면서 답하지 않았다. 준비위 공식 입장이 나온 건 팩트체크 기사가 나간 지 3~4시간 정도 지난 뒤였다(관련기사 : "취임식 엠블럼, 장례 때 쓰는 사동심결" 주장은 '대체로 사실 http://omn.kr/1ybm4).

박주선 위원장, <오마이뉴스> 기자 통화 직후 "가시내 이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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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박주선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기자회견장에서 취임식 슬로건과 엠블렘을 공개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날 취재 과정에서 박주선 위원장이 보여준 태도도 석연치 않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2시쯤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와 전화로 대화를 끝낸 직후, 취재 내용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심지어 기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 팩트체크 인턴기자는 이날 오후 취임식 엠블럼 논란과 관련해 박주선 위원장과 통화했다. 그는 자신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이도훈 취임식 총감독과 통화하라면서 대화를 마쳤다. 박 위원장은 대화를 마치자마자 현장에 있던 다른 남성에게 통화 내용을 전달했다. 기자가 전화를 채 끊기도 전에 나온 발언이어서 이같은 대화 내용도 함께 녹음됐다.

박 위원장은 "가시내 이XX 이거"라면서 "동심결이 죽은 사람 염할 때 하는 매듭이 있고 산 사람 하는 매듭이 있고 그런다고"라고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남성에게 말했다.

'가시내'는 '계집아이'를 뜻하는 일부 지역 사투리로, 이 단어만으로는 욕으로 볼 수 없지만 '이XX'란 말과 결합하면 상대방이 누구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다. 더구나 여성 기자와 통화한 직후 다른 사람 앞에서 쓰는 표현으로 부적절하다.

<오마이뉴스> 뉴스본부는 이 같은 표현이 기자와 통화 직후 나온 것은 부적절했다고 보고, 바로 다음날(13일) 박 위원장에게 직접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해당 표현이 취재기자를 지칭해서 한 말이 아니었으며, 당시 여성 직원이 자신의 책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하고 사과 요구도 거부했다.

<오마이뉴스>는 이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보고, 박주선 위원장 해명과 함께 녹취록 전문을 공개해 독자들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당시 전화 통화 내용은 전문은 다음과 같다.
  
기자 :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사회부 인턴 OOO 기자입니다. 혹시 잠깐 여쭐게 있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박주선 : 뭘 여쭈시려고.

기자 :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 있잖아요. 그게 장례 치를 때 사용하는 사동심결과 유사하다고 얘기 나오고 있는데...

박주선 : 아니 그 이야기가 있어서 다 검토를 했구만. 우리 그.. 내가 그 이야기를 전달했어요. 다 검토를 해 가지고 한 건데, 내가 그 부분을 잘 몰라. 그러니 내가 검토하라고 보냈고 이미 다 검토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러니 이도훈 총감독 하고 직접 얘기해보세요.

기자 : 누구요?

박주선 : 이도훈 감독이라고 있어.

기자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주선 : (쯧) 가시내 이XX 이거 거 무슨.. 그게 또.. 무슨 또 동심결이 죽은 사람 염할 때 하는 매듭이 있고 산 사람 하는 매듭이 있고 그런다고.. 또

제3자: 그래서...

(녹음 중단)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 #취임식엠블럼 #사동심결엠블럼 #동심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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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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