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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 국회의원님들, 서울남부지법에서 봅시다

[주장]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서 드러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민낯

등록 2021.10.08 06:48수정 2021.10.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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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기자회견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 2020년 6월 8일 곽상도 의원

"경제부총리가 금융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 - 2020년 7월 28일 이광재 의원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 - 2021년 2월 1일 허은아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 - 2021년 3월 1일 조태용 의원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 - 2021년 3월 2일 윤희숙 의원

"3000원짜리 캔맥주...는 '친일'의 낙인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 2021년 3월 21일 김은혜 의원

국회의원들이 누군가를 비난하며 사용한 단어들이다. 장애인 당사자 5명은 '이런 단어 사용은 장애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이고 모멸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올해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첫 번째 변론기일이 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다. 
     
2019년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정치인의 장애인비하발언에 대한 의견표명'을 통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회의장에게 밝혔다. 그러나 재발방지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았고 정치인의 장애인비하발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구제소송에 임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볼 때 앞으로도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 소송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국회의장에게 재발방지대책으로 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징계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비하 발언을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019년 인권위 의견표명 결정을 이행해 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병석 국회의장은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법적 구속력도 없고, 징계권 행사 의무 등이 발생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답변서에는 원고들이 요청한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고, 그저 이 사건 소송을 각하 또는 기각하여 달라는 요청만 담겨 있다.
 

2021. 6. 18.자 피고 박병석(국회의장) 답변서 중 일부 ⓒ 최정규

 
책임 회피
 
"외눈박이"는 자연 상태에서 16,000분의 1의 확률로 발생하는 기형으로 알려져 있고, 피고 곽상도는 "외눈박이"에 대해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본 적 없어 만화나 동화 속의 가상 개체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실제 인물인 이 사건 원고가 당사자 적격이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 2021. 6. 4.자 피고 곽상도 제출 답변서 일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히드라처럼 서로 다른 주장이 동시에 분출되는 모순적 현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정신분열'이라는 용어이다." - 2021. 5. 28.자 피고 조태용 제출 답변서 일부

이광재 의원을 제외한 5명의 국회의원들은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는 책임회피식 주장만 하고 있다. 오히려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은 장애 당사자들을 비하하는 것으로 오해될만한 소지가 있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의 주장은 해당 발언을 듣고 모멸감을 느낀 장애인만 탓하는 것으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으로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했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결여된 것이다.  

또한 첫 변론기일이 지정되자 곽상도,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의원은 약속이나 한 듯 '변론기일이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 참석할 수 없다'며 '국정감사 기간이 종료되는 12월로 변경해 달라'는 '변론기일 변경신청서'를 지난 8월 말 일괄적으로 제출했다.

법원은 이 신청들에 대해 불허하였으나, 박병석 국회의장과 조태용 의원은 기일에 불출석하겠다는 불출석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변론기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정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상대방을 비하, 조롱, 비난, 모욕 등 공격의 도구로써 열등한 존재 혹은 혐오의 의미로 장애인이나 장애인비하 용어를 공연하게 언급하고 사용하는 것은, 다른 잠정적 발화자에게 장애인 집단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고무시키는 한편,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상처와 고통, 수치심, 모욕감과 좌절감뿐 아니라 자기 비하나 자기 부정을 야기하는 등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

2019년 11월 25일 인권위 결정문에 담긴 내용이다. 이 사건 소송 제기 이후인 7월에도 김두관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판하며 '자신이 검찰 수장이었음도 기억 못 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장애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용어 사용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인권위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애인비하발언을 계속 반복적으로 생산해 내고 있는 국회의원들, 재발방지대책을 만들라는 인권위 의견표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돌아서는 국회의장.

프랑스의 정치학자 자크 랑시에르는 '정치 바깥에서 배제된 자들이 정치인의 몫을 주장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라고 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어 제기한 이 사건 소송에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가 아닐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최정규 변호사는 (사)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비상근 소장으로 장애인 5명이 제기한 이 사건 소송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장애인차별구제소송 #장애인혐오발언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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