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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내가 김용균이다'를 외치는 이유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100일 남은 고 김용균 3주기... 차별구조를 바꿔보자

등록 2021.08.31 09:30수정 2021.08.3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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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공공운수노조와 강은미 국회의원 기자회견 ⓒ 발전비정규연대회의


우리는 '김용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면서 2년 8개월 넘게 노동자가 죽은 자리에서 또 다시 일어서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로, 다단계 하도급으로, 안전 불감증으로, 기업의 이윤을 대변하는 정책 속에서 죽거나 고통 받는 노동자는 여전하다. 이를 막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역시 누더기가 되어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발전소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석탄운반선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었다. 28일 현재, 그 중 1명은 숨지고 1명은 중상이라고 한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이 27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상자 중 40대 A씨가 지난 22일 새벽 6시쯤 숨졌다. 누군가의 친구이자, 아들, 아빠, 남편의 죽음 앞에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뿐이다. 그 외에도 20대 노동자 1명은 중상을 입어 현재 치료 중이라 한다.

다단계 하도급이 만든 위험

노동자들이 사경을 헤맬 때, 사업주는 사고 하루 뒤인 23일 작업중지명령 해제 신청을 했다. 노동부 천안지청은 작업중지 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사흘 뒤에 작업중지명령을 해제했다. 정말 빠른 민원처리다. 마치 준비 된 것처럼... 이 뒷면에는 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해야하는 석탄운반선의 체선문제와 안전관리 구멍을 감추고 싶은 맘이 있을 것이다.

화물을 하역하다보면 항만하기로 정해진 날짜가 있지만 그 날짜를 넘어서 머무를 때가 있다. 이번처럼 사고가 나거나 하역작업이 늦어질 때다. 그럴 경우 체선일에 따라 비용을 더 내야 한다. 결국 비용이다. 그리고 공공기관 안전관리의 구멍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속내가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6월 9일, 17명의 사상자를 냈던 광주 건물해체 과정에 발생한 붕괴참사 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이 얼마나 많은 병폐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했다. 결국 국민의 공분이 일자 재하도급 업체대표, 현장소장, 굴삭기 기사 등 4명이 구속되었다. 하지만 모든 권한을 가진 책임권자,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은 실질적인 책임은 지지 않고, 관리감독 소홀이라는 비난으로 면피하고 있다.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발전소에서도 이어졌다. 당진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그날 오후 10시 27분께 전남 여수 호남연료전지발전소에선 1층 오동작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보호계전기 점검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높은 전압에 노출되면서 입은 사고로 경상 1명을 제외한 4명이 4~12주의 화상을 입었다.

이곳의 계약관계 역시 하도급 다단계다. 발주사는 한국동서발전이고 도급인은 SK에코플랜트, 수급인은 P&K 파워시스 BND, 솔루션 블룸, 에너지코리아(유)로 알려지고 있다. 참 기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이고, 재해자 5명 모두가 수급인 소속의 노동자였다.

지난 27일 기재부가 발표한 안전관리등급제 심사결과에 따르면 안전관리 개선이 시급한 4등급 이하의 공공기관은 33개에 달한다. 공공기관 10곳 중 3곳 꼴로 안전관리가 낙제점인 것이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벌써 잊었는지 되묻고 싶다.

다시 외치는 "내가 김용균이다"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촉구 청와대 앞 1인 시위 중 ⓒ 이태성

 
우리는 고 김용균 3주기 100일을 앞두고 '내가 김용균이다'를 다시 외친다.

여전히 발전소 현장에서 외주화 된 노동으로 살아가는 김용균 동료들이 문재인정부에 약속했던 발전산업 안전강화대책을 조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착복한 임금개선과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대책 마련을 위해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와 직접대화하자는 처절한 외침이다.

4년이 넘는 희망고문 속에서 문재인정부의 무책임한 모습,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회적 담론, 여러 곳에서 불거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이해당사자들은 아파하고 서로 공격까지 한다. 최근 류호정 의원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 도 현장노동자로서 고민도 된다. 이미 비정규직 문제는 오래전부터 노동 현안이었지만 과연 나는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얼마 전 발전소 내에서 정규직-비정규직 백신 차별이 발생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코로나19 백신접종에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라'는 단 한마디 권고라도 했다면, 이런 끔찍한 차별이 또 생겼을까. 발전소의 오래된 이중 고용구조, 그로 인해 파생되는 끔찍할 만큼의 계급적 문화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사가 결코 모를 수 없다.

이런 문제는 철도 자회사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렇게 정부가 강조했고 대책이라고 발표한 원·하청 안전근로협의체는 사실상 그 역할과 기능을 못하는 형식적 논의기구였다. 결구 이중적 고용구조가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발전 비정규직들은 지난 2일부터 청와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제 한 달이 지나가고 있고 9월 2일 정부를 향해 "내가 김용균이다"를 다시 외친다. 이제 정부가 행동해야 한다. 자유총연맹이 보유한 한전산업개발 지분 31%를 한국전력과 5개 발전 자회사가 조속히 공동 인수해 재공영화를 이뤄야 한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위한 발전경상정비노동자에 대한 고용보장과 처우개선 합의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시행하려는 공동수급 의무화 역시 해결해야한다. 안전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하여 사각지대를 없애고 노무비 지급개선을 통해 불균형에 대한 전반적인 차별구조를 없애야 한다.

마지막으로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대책 마련을 위한 비정규직노동자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한다. 더 이상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로 달려가지 말고 소통과 협치를 중요시 해주길 바란다. 고 김용균 노동자를 가슴에 품고,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고 차별받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싶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사)김용균재단 운영위원이자 발전 비정규직 연대회의 간사입니다.

#김용균재단 #다단계 하도급 #내가 김용균이다 #백신차별
댓글1

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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