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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팀 통해 보는 '새 미국', 한국은 언제쯤?

[기고] 여성·청년으로 꾸려진 '바이든 경제팀'... 솔직히 '뜨끔'했다

등록 2020.12.15 18:04수정 2020.12.1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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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미국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미국 최초 여성 재무장관으로 재닛 옐런을 지명하는 동시에 재무부 차관에는 월리 아데예모,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에는 니라 텐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에는 세실리아 루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브라이언 디스를 지명했다. 

경제팀 인선을 보면서 '뜨끔'한다. 한국 정부의 경제팀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구성원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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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새 행정부의 '경제팀'. 왼쪽부터 재무장관 지명자 재닛 옐런,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차관 지명자, 니라 텐튼 백악관 예산관리국 국장 지명자, 세실리아 루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지명자,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지명자. ⓒ 오마이뉴스

 
미국 경제팀 고위급 5명 중 3명이 여성이다. 지명된 남성 둘은 청년이다. 모두 다양한 배경과 경력을 가지고 있다.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재무부, 백악관 예산관리국, 경제자문위원회라는 경제부처의 최고위직을 모두 여성이 차지하게 된다. 백악관과 재무부가 소재한 워싱턴D.C. 중심가에는 세계은행과 IMF도 있다. 두 기관 모두 여성 수석 경제학자를 임명했고, 대서양 건너 유럽 중앙은행에는 전 IMF 총재인 크리스티나 라가드가 있다. 이제 우리는 외국 뉴스를 볼 때는 최고위급 경제회의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돼 있는 광경을 보다가, 한국 채널로 돌려보면 단 한 명의 여성도 없는 남성 경제팀을 보게 될 것이다.

지명된 남성 중 재무부 차관인 월리 아데예모는 39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브라이언 디스는 42세다. 한국 정치에서 청년이라고 불리는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이들이 관록과 자질을 갖추고 있고, 현안을 새로 파악해야 할 필요도 없고, 취임 첫날 곧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30대 초반부터 미국 정부의 중심에서 주요 정책을 만들고 결정해온 검증돼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만 있으면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기회가 주어지고, 관료 출신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분야에 역량을 기여할 수 있는 사회 구조의 결과다.

바이든 경제팀 인선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진보적이라는 측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내각을 인구 분포, 성별 분포 등 실제로의 미국과 같이 꾸미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둘째, 정책 추진 과정에서의 유연성과 개방성  


미국의 역대 관료들을 보면 관료·학계·민간·싱크탱크, 정치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고, 경제정책과 관련된 여러 기관을 거치면서 관록을 쌓는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와 국가경제위원회는 학자와 관료들로 구성돼 정부 내 싱크탱크처럼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경제 정책 결정과 추진 과정이 관료 중심이다. 미국의 재무부와 백악관 예산관리국의 역할은 한국에선 기재부 한 곳에 집중돼 있다. 고시 출신 관료 중심으로 정책을 만들다 보니 외부 전문가의 영향력이 적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경제정책을 만드는 과정부터 '민주화'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바이든 경제팀을 보면 미국 경제의 정책 방향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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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공식 발표된 이후 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AP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은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주의자)이자 정부의 확대 재정을 옹호하는 '케인스주의자'다. 노동경제학자인 옐런은 연준 (미국의 중앙은행) 의장 재직시절에도 인플레이션보다 고용에 초점을 두고 양적완화를 유지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6.7%에서 4.1%로 다른 연준 의장들 재임 때보다 크게 하락했다. 실물경기 회복기에는 서서히 금리를 인상해 충격을 최소화했다. 이제 옐런이 재무장관이 됐으니 확대재정이 코로나 극복과정뿐만 아니라 그 직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된 세실리아 루스는 평등한 교육기회를 위해 연구해온 노동경제학자다. 예산관리국 국장으로 지명된 니라 텐튼은 미국 진보센터 소장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의료보험 정책인 '오바마케어' 초안을 만들었다. 이들의 임명을 볼 때 노동자의 소득 개선과 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부처 장·차관 인사 발표를 보며 향후 정책 방향이 그려진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한국에서 새롭게 짜여지는 경제팀에 입성하는 건 성공한 관료들의 '마지막 승진 자리'로 볼 만한 경우가 잦았다. 평생 공무원으로 결정된 정책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다가 수장이 되는 경우이니 철학이 있어도 알 수 없다. 한국 경제팀에서 안정적인 관리형(Manager) 수장은 기대할 수 있으나, 본인의 철학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책임지는 선도형(Leader) 수장을 기대할 수 있을까?

트럼프시대를 뒤로 하고 다양성과 역동성이란 미국의 가치를 되찾겠다는 바이든 당선자의 의지는 경제팀 구성만 봐도 바로 읽어낼 수 있다. 한국은 그럴 수 없을까. 사실, 경제팀 구성을 통해 '새 경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는 한국이 더 쉬울 수 있다. 관행으로 굳어버린 '관료 출신 남성' 일색에서만 벗어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최지은씨는 더불어민주당 국제대변인입니다.
#바이든 #팀바이든 #경제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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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과 AfDB에서 경제학자로 활동했다. 11년간 중국, 아프리카, 중앙아, 유럽에서 거시, 통상, 산업정책 자문 및 차관사업을 지휘했다. 저서로는 미래의일자리(영문)가 있다. 북한에 대한 관심으로 하버드에서 행정학과 국제개발 석사, 옥스퍼드에서 국제개발 박사를 취득했다. 대통령직속 정책위 위원, 민주당 국제대변인 및 국가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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