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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속 뻥 뚫어주는 청정지대, 바로 여기

내려다봐도 올려다봐도 비경 선사하는 산속 암자, 해남 도솔암

등록 2020.03.07 21:23수정 2020.03.0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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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도솔암 풍경. 바위와 바위 사이를 돌로 평평하게 다지고, 그 위에 전각을 세웠다. '땅끝' 전라남도 해남에 있다. ⓒ 이돈삼

 
꽃피는 춘삼월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탓에 봄을 느낄 수가 없다. 우리의 일상도, 경제도 모든 것이 멈췄다. 봄맞이를 가는 것도 마음 편하지 않은 요즘이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를 물리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청정한 여행지'를 찾아간다. 평소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이다. 지금은 아예 뜸하다. 상업화된 관광지도 아니다.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풍광도 빼어나다. 분위기는 호젓하다. 언제라도 샤방샤방한 산속 암자다.


암자(庵子)는 큰 절에 딸린 작은 절집이다. 수행자의 은둔처다. 때로는 학자들의 학문 연마의 장이었다. 큰 절보다도 더 깊은 산속에 들어앉아 있다. 찾아가는 길도 숲속 오솔길이다. 편안하게 걸으며 마음 풀어 놓기에 제격이다. 오솔길을 따라 솔방솔방 걷다 보면 코로나19도 잠시 잊고, 세속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도 금세 활력으로 채워진다. 여행의 청정지대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 간다. 저만치 해남과 진도 바다를 내려다보인다. ⓒ 이돈삼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달마산이 품은 암자 도솔암. 암자가 바위 끝 절벽에 들어서 있다. ⓒ 이돈삼

 
풍광 좋은 해남 도솔암으로 간다. 도솔암은 한자로 도솔천 도(兜), 거느릴 솔(率)을 쓴다. 도솔천(兜率天)에서 따 왔다. 불가에서 수미산 꼭대기에 보석으로 지어진 천상의 세계를 가리킨다. 번뇌를 이겨내고 깨달음의 경지에 든 부처나 보살이 사는 청정한 땅이다. 극락이다.

'도솔암'이 전국에 많다. 해남 도솔암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해남 도솔암은 달마산에 있지만, 대흥사에 속한 암자다. 고창 선운산 선운사에도, 여수 영취산 흥국사에도 도솔암이 있다. 검색을 해보면 모두 30여 군데가 나온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기암괴석. 도솔암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달마산의 품안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지난 2월 서설이 내린 도솔암 풍경. 도솔암이 달마산의 바위 절벽에 걸려 있다. ⓒ 해남군


해남 도솔암은 전국에 많은 도솔암 가운데서도 빼어난 절경을 선사하는 암자다. 암자가 산정의 바위절벽 꼭대기에 올려져 있다. 흡사 허공에 떠 있는 것 같다. 날카로운 기암절벽을 품고도 기세등등한 달마산이 품고 있다. 신비롭다.

도솔암의 역사도 1000년이 넘는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통일신라 말기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도 여기서 수도했다. 정유재란 때 일본군에 의해 불에 탄 뒤 400여 년 동안 방치됐다. 지금의 암자는 20여 년 전에 법조스님이 다시 지었다.

법조스님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바위 사이를 크고 작은 돌로 메워 평평하게 다지고, 그 위에 암자를 지었다. 산 아래에서 나무자재와 흙기와 1800장을 일일이 옮겨왔다. 그것도 32일 만에 지었다고 한다.
  

달마산 도솔암 풍경. 전각이 바위 위에 올려져 있다. 암자의 마당도 손바닥만하다. ⓒ 이돈삼

   

도솔암 마당에서 본 전각과 기암괴석. 달마산의 기암절벽이 암자를 둘러싸고 있다. ⓒ 이돈삼

 
도솔암을 멀리서 보면 큰 나무에 걸려 있는 새집처럼 보인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천상의 암자 같다. 좀체 함락하기 어려운 요새 같기도 하다.

막상 가서 보면, 커다란 바위 사이에 올려져 있는 한 칸짜리 전각이 전부다. 전각이 서너 평 남짓으로 작다. 몇 사람 들어가면 꽉 찬다. 전각과 다정한 친구처럼 어우러진 팽나무 한 그루도 멋스럽다. 마당도 손바닥만하다. 전각과 마당을 포함해 암자의 넓이가 10여 평 된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환상적이다. 도솔암 마당에서 해남 어란진과 어불도, 진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암자 주변은 삐쭉삐쭉 솟은 기암괴석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지천의 진달래가 피면 꽃대궐을 이룬다. 구름이라도 끼는 날이면, 흡사 구름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왜 암자 이름을 도솔암이라 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달마산 도솔봉 중계탑 아래에 세워져 있는 도솔암 표지석. 암자까지 800m를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 이돈삼

  

도솔암으로 가는 길의 풍경. 가까이에는 기암괴석이, 그 너머로는 해남과 진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인다. ⓒ 이돈삼

 
도솔암은 밑에서 올려다보는 모습도 비경이다. 조망지점은 도솔암 바로 아래에 있는 삼성각이다. 여기서 요새 같은 도솔암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성각 아래에 용담도 있다. 일 년 내내 마르지 않는 샘이다. 바위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만들었다. 바위산의 산정에 샘이 있다는 것도 기이하다.

산속 암자가 지닌 묘한 매력을 다 갖고 있는 도솔암이다. 땅끝마을에 있어서 더 매력적이다. 암자는 여럿이 가는 것보다, 혼자 가는 게 더 좋다. 둘이 오붓하게 가도 괜찮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외롭고 고독한 나를 만날 수 있다. 겉모습은 작지만, 내공은 한없이 넓은 도량이다.
  

달마산의 기암괴석. 도솔암으로 오가는 여행객들이 여기저기에 돌탑을 쌓아 놓았다. ⓒ 이돈삼

   

도솔암으로 가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완도 앞바다. 해남과 완도를 이어주는 완도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 이돈삼

 
도솔암은 달마산 미황사나 송지면 소재지에서 갈 수 있다. 미황사에서는 5㎞ 남짓 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택한다. 송지면 소재지에서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자동차를 타고 도솔봉 정상까지 갈 수 있다. 콘크리트 도로가 3㎞ 가량 된다. 길도 제법 아찔하다.

차는 도솔봉 중계탑 아래에 둔다. '땅끝에서 만나는 하늘끝 도솔암 800m'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도솔암까지 거리가 800여m, 걸어서 20∼30분 걸린다.

암자로 가는 숲길의 풍치도 빼어나다. 기암괴석과 다도해 풍광이 내내 동행한다. 산자락에는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날카롭게 솟아 있다. 기암괴석 너머로는 해남의 너른 들과 바다가 보인다. 해남과 진도 앞바다, 완도대교와 상황봉이 보이는 완도앞바다까지 펼쳐진다.

암자로 가는 길도 평탄하다. 산정에 나 있는 길이지만, 오르막 없이 옆으로 간다. 길도 조붓하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기에 좋다.
  

바닷물이 빠진 해남 중리 앞바다 풍경. 드러난 바닷길에 자연산 굴이 지천이다. ⓒ 이돈삼

   

해남 대죽리 앞바다의 해넘이. 도솔암에서 내려와 보는 땅끝바다의 일몰이 황홀경이다. ⓒ 이돈삼

 
도솔암에서 땅끝바다가 가깝다. 바닷물이 빠지면 섬까지 길이 드러나는 대죽리와 중리가 있다. 자연산 굴이 지천이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지는 송호해변도 멋스럽다. 땅끝전망대도 멀지 않다.

가까운 현산면에 윤철하 고택도 있다. 마을 앞에 방풍림으로 서 있는 팽나무숲과 정자를 지나서 만나는 옛집이다. 돌담과 어우러지는 대문간, 안채, 사랑채, 별당채로 이뤄진 큰집이지만 겉보기와 달리 소소하다. 안채 뒤의 후원과 사랑마당의 조경도 볼만하다.
  

윤철하 고택으로 가는 길목. 팽나무 고목과 정자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해남 윤철하 고택. 겉보기에도 고풍스런 예집이다. 안에는 조경이 잘 돼 있다. ⓒ 이돈삼

 
#도솔암 #달마산 도솔암 #해남 도솔암 #암자 #해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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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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