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원은 아무나 하나? 정치인 팬클럽 가입해보니...

[체험기] 문자인증 혹은 이틀 이상 방문해야 자격 부여, 가입 눌렀지만 차단도

등록 2017.03.20 16:11수정 2017.03.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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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주요 대선 후보자 팬클럽 배너 갈무리. 위로부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안희정, 국민의당 안철수, 민주당 이재명 ⓒ 신민정


난 정치 '머글(덕후가 아닌 일반인)'이다. 오히려 문외한에 가깝다. 정치인 하면 '정장 입은 중년'이란 이미지만 떠오른다. 얼굴만 봐도 이름이 생각나는 정치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내가 오마이뉴스 수습기자가 돼, 2월13일부터 3월12일까지 약 한 달간 정치부에서 활동하게 됐다.

수습기자인 내게 정치인 지지자들은 '별나라 사람들' 같았다. 그들은 포털‧SNS 등에 팬카페를 만들어,지지 후보의 정책과 하루 일정을 공유했다. 해당 페이지에 아침인사나 응원의 메시지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 지지는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았다. 일부는 직접 집회에 나와 "문재인", "갓재명" 등을 외쳤다. 연예인 팬클럽 저리가라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팬클럽 '문팬', 안희정 충남지사의 팬클럽 '아나요', 이재명 성남시장의 팬클럽 '이재명과 손가락 혁명군'(이하 손가혁)에 가입하고 정회원 신청을 해봤다.

'충남 엑소'의 정회원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

안희정 충남지사의 팬클럽인 '아나요'의 벽은 견고했다. 일단 실명 확인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선 관련 보완프로그램과 통신사를 통한 본인확인이나 아이핀 인증을 해야한다. 난 휴대폰 본인확인을 택했다.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 번호, 보안숫자를 입력하고 인증번호까지 받으니 그제야 실명확인이 됐다.

카페 가입신청 페이지가 열렸다. 그러나 곧 '당신이 생각하는 안희정의 장점은?'이란 주관식에 답해야했다. 안 지사 별명이 '충남 엑소'라니까 외모를 적을까 하다가, 혹 장난으로 오해할까 싶어 안 지사가 강조하는 '통합'을 적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안희정에게 올해 바라는 점은?'이란 물음에도 응답해야했다. 어떻게든 답을 짜낸 뒤 보안문자 단계로 넘어갔다.

이내 가입 완료. '안희정아나요 카페의 준회원으로 가입되셨습니다'란 창이 떴다. 하지만 기쁜 마음도 잠시였다. "저희 안희정 공식 팬카페는 정회원으로 '등업'이 되셔야 카페활동이 가능합니다. 정회원이 되시려면 양식에 맞는 '등업글'을 작성해주셔야 합니다"란 글을 발견했다. '설마 가입보다 까다롭겠어?'란 생각으로 양식을 확인했다.

가입보다 까다로웠다. 무려 총 8개의 항목에 주관식으로 답을 해야 했다. ▲ 회원가입시 정보를 운영진 공개로 했는지 여부 ▲ 닉네임 ▲ 성별·나이(17세 이상만 가입가능)▲ 사는 곳(시,구)▲ 안희정을 처음 알게 된 시기와 계기 ▲ 본인이 생각하는 안 지사의 장점 ▲ 정당 가입 여부 ▲ 정치인 안희정이 나아 가야할 길 등이 그것이다.

8번째 답변을 달고 기쁜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작성 후 2일 이상 방문을 하는 조건이 남아있었다. 정회원이 되기까지는 2~3일이 더 걸린다는 설명이 붙어있었다. 그렇게 난 '아나요'의 정회원이 되는 것을 포기했다.

문자 인증해야 정회원 되는 '문팬'

문재인 팬카페인 '문팬' 역시 실명인증이 필요했다. 이 부분은 '아나요' 가입으로 확인이 돼 가볍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아나요'와는 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는 내가 자주 쓰는 이메일 주소와 휴대 전화 번호, 거주지(시/구/동) 등 다소 민감한 개인정보가 모두 필수 기입사항이었다.

그렇게 준회원이 된 이후에도 일단 기다려야했다. 운영진들이 가입할 때 적은 번호로 문자를 보내고 그에 답해야만 정회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입 후 약 하루가 지난 뒤 핸드폰이 울렸고, 보는 즉시 곧바로 답장을 했다. 그렇게 겨우 정회원이 됐다.

전화번호, 거주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적고 문자에 답도 하는 절차는 가입자.운영자 모두에게 복잡한 일이다. 관련해 문팬의 카페지기 '지리산반달곰'(53)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문 전 대표님을 흔드는 세력이 많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라며 "카페에 분란 세력이 와서 도배하는 '카페테러'가 있을 수도 있어서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등업' 질문 5개만 답하면 '손가혁' 정회원

이재명 시장의 '손가혁' 가입 절차는 속전속결이었다. 사용하고 싶은 닉네임과 보안문자만 적으면 된다. 정회원 절차도 일사천리였다. '가입(등업)인사' 게시판에 관련 양식이 포함된 글을 쓰면 된다. 그 게시물엔 5개의 '등업 질문'의 답을 적어야한다. 질문도 카페 가입 계기와 자주 쓰는 SNS 아이디, 앞으로의 각오 등 간단한 편이었다. 이날 오후 8시쯤 정회원 신청을 했는데, 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알림이 왔다. 준회원인 '십만대군ː일병'에서 정회원인 '십만대군ː병장'이 됐다고 말이다.

같은 날 정치인 후보 세 곳의 대표적인 팬 카페에 문을 두드린 결과, 가입한 날 즉시 정회원이 된 팬클럽은 이재명 후보 팬클럽 '손가혁' 뿐이었다. 문재인 후보 팬클럽 '문팬'은 문자 인증까지 하루가, 안희정 후보 팬클럽 '아나요'는 이틀 방문이 더 필요했던 탓이다.

팬클럽 가입.활동을 통해 해당 후보를 알고자 했던 사람으로서, 이처럼 까다롭거나 복잡한 절차는 진입장벽으로 느껴졌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들 듯, 다른 지지자가 분위기를 흐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게 쌓인 벽이 나 같은 정치 입문자에겐 너무 높은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운영진들이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신지수 기자는 2017년 오마이뉴스 수습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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