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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살림'에 겨우 뽑은 극장가 10편의 기대작

[김성호의 씨네만세 105] 2016년 시샘달 10편의 기대작을 소개합니다

16.02.01 17:23최종업데이트16.02.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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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의 2월은 비수기다. 규모 있는 대작은 연말에 이미 개봉했고 여름 성수기를 노린 작품들은 후반 작업이 한창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통상 2월 말 개최되기에 각 분야에 노미네이트된 내실 있는 작품 상당수는 개봉을 3월로 미루곤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여부에 따라 흥행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2015년 <위플래쉬> 등이 그 예다.

아카데미와 별개로 흥행에 자신 있는 소수의 작품은 일찌감치 국내 관객들에 선을 보이는 편을 택한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아래 <레버넌트>), 쿠엔틴 타란티노의 <헤이트풀8>, 대니 보일, 아론 소킨, 마이클 패스벤더의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이다. 미국과 한국의 상영 일자에 차이가 클 경우 어둠의 경로로 영화가 풀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 먼저 개봉하는 편이 낫다고 본 것이다. 이 가운데 흥행에서 성공을 거둔 작품은 <레버넌트> 정도지만 세 작품 모두 작품성 측면에선 국내에서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더해 1월엔 <유스> <빅쇼트> <굿 다이노> <제로 모티베이션> 등 저마다 독특한 색채를 가진 작품들이 개봉했지만 이들 상당수가 충분한 상영기회를 갖지 못한 채 관객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아픔을 맛봤다. 특히 이스라엘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한국에 개봉한 <제로 모티베이션>은 3개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에 모두 걸리지 못하는 비극을 경험했다.

그렇다고 다른 영화가 뚜렷한 성취를 얻은 것도 아니다. 1월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영화는 <히말라야>로 2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통상 매달 최고의 흥행작이 500만 내외의 관객을 모으던 걸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수치다. 지난해 월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가운데 300만을 넘기지 못한 영화는 3월 260여 만 관객을 모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가 유일했다. 이 달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속한 작품들이 거둔 저조한 성적은 올 한 해 극장가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전조처럼도 느껴진다.

어쩌면 2월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더욱 척박한 시기가 될 수 있다. <검사외전>과 <동주> 등 국내 기대작이 속속 개봉하지만, 해외 유망한 작품은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상당수 영화가 정확한 개봉일을 잡지 않은 채 구체적인 사항을 조율 중이라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강동원, 황정민을 내세운 <검사외전>이 무난하게 흥행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어떤 영화가 대항마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부터 시샘달 기대작 10편을 꼽아보자.

[하나] 검사외전

▲ 검사외전 포스터 ⓒ (주)쇼박스


오는 3일 개봉하는 <검사외전>은 자타공인 2월 최대 기대작이다. 이일형 감독의 입봉작이라는 점에서 불안감을 사기도 하지만 <국제시장>, <베테랑>에 빛나는 흥행배우 황정민, <검은 사제들>로 확고한 팬덤을 확인한 강동원의 주연작이 흥행에 실패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쉽지 않다. 이렇다 할 대항마도 없다. 이성민, 박성웅, 김응수, 김병옥, 주진모, 김원해, 김홍파 등 잔뼈 굵은 조연들이 투톱의 뒤를 받치니 2월 극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 캐롤

▲ 캐롤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벨벳 골드마인> <파 프롬 헤븐> <아임 낫 데어>로 재능을 인정받은 다재다능한 영화감독 토드 헤인즈가 메가폰을 잡았다. 2월 개봉작 가운데 영화애호가들의 두드러진 지지를 받고 있는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강한 이끌림을 느낀 두 여인의 사랑을 그렸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간의 사랑 이야기를 전면에서 다뤄낸 시도가 눈에 띈다.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 같은 매혹적인 배우들이 저항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여인을 연기한다니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각기 아카데미 시상식 주·조연상 후보에 오른 두 배우에 더해 각색, 음악, 의상, 촬영 등 무려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오는 4일 개봉한다.

[셋] 자객 섭은낭

▲ 자객 섭은낭 포스터 ⓒ 영화사 진진


그 이름도 찬란한 <비정성시>를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감독으로 자리매김한 허우 샤오시엔이 무협 영화를 찍어냈다. 은원과 인륜을 끊어내지 못해 고뇌하는 여성 자객 섭은낭의 이야기로, 15년 전 <밀레니엄 맘보>에서 주인공 비키를 연기한 서기가 섭은낭 역할을 맡았다. 서기뿐 아니라 장첸, 츠마부키 사토시 등 대만과 일본의 간판 배우가 출연을 자처하고 나선 걸 보면 허우 샤오시엔의 이름값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강렬한 액션보단 허우 샤오시엔 감독 특유의 절제된 표현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된 거장이 찍어낸 완전히 새로운 무협물을 만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4일 개봉.

[넷] 대니쉬 걸

▲ 대니쉬 걸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을 통해 할리우드에서도 통하는 영국 감독임을 입증한 톰 후퍼의 신작이 오는 18일 개봉한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를 연기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룩한 에디 레드메인이 이번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혼란을 겪는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를 연기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벤 위쇼 등 각자의 자리에서 주목받는 젊은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펼쳤다는 평도 일찌감치 들려온다.

<대니쉬 걸>은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 주연, 여우 조연, 의상, 프로덕션 디자인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에디 레드메인이 또 한 번 대선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물을 먹일 수 있을까? 궁금하다면 영화를 보라.

[다섯] 동주

▲ 동주 포스터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왕의 남자>부터 <황산벌>을 거쳐 <사도>까지. 사극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준익 감독의 사극이 또 한 편 등장했다. 조선, 백제 등 이 땅에 존재했던 나라와 왕조의 이야기가 아닌 70여 년 전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란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작품이기에 이준익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지만 유독 영상화된 작품이 없는 윤동주의 이야기를 이준익 감독은 어떻게 그려냈을까? 오는 18일 확인할 수 있다.

[여섯] 감독 미카엘 하네케

▲ 감독 미카엘 하네케 포스터 ⓒ (주)THE픽쳐스


작품 하나를 더할 때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의 반열에서 한 걸음씩 오르고 있는 미카엘 하네케의 지난 10년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09년 <하얀 리본>과 2012년 <아무르>를 통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차지했고, <아무르>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며 오스트리아와 유럽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작가로 자리를 굳건히 한 미카엘 하네케. 한국의 영화 팬이 미카엘 하네케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이 영화를 보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을거다.

할리우드 영화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수입·배급구조에서 <감독 미카엘 하네케>와 같은 작품을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다. 프랑스 출신의 영화평론가 이브 몽마외르가 지난 10년간 미카엘 하네케를 뒤쫓아 찍어낸 이 영화는 그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영화 애호가들에겐 보약과 같은 작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오는 25일 개봉.

[일곱] 양귀비 : 왕조의 여인

▲ 양귀비: 왕조의 여인 포스터 ⓒ 조이앤픽쳐스


중화권 톱스타 판빙빙을 원톱으로 내세운 사극 한 편이 오는 25일 개봉한다. 압도적인 미모로 일찌감치 존재를 알렸으나 한국 관객에게는 이 영화가 사실상 첫 대면이 아닐까 싶다. 절세미녀 양귀비의 일생을 다룬 사극으로 전장장에 이어 장예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애초에는 <엽기적인 그녀>로 유명한 곽재용 감독이 연출할 것으로 알려졌고 한국의 온주완, 일본의 오구리 슌도 캐스팅되며 기대를 모았으나 제작과정에서 감독이 하차하고 몇몇 배우들이 통편집의 쓰라림을 겪는 등 말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 작품이다. 곽재용 감독의 하차 당시 판빙빙과의 불화설이 제기됐고 이어 연출을 맡은 전장장 감독도 이후 장예모 감독에게 연출을 넘기는 등 제작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제작 과정에서 감독이 교체된 작품 가운데 기본적인 수준을 지켜낸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전장장, 장예모 등 중화권 대표 감독이 투입되고 규모 역시 작지 않은 영화인 만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중국 개봉에서는 일찌감치 흥행에 실패했다.

[여덟] 갓 오브 이집트

▲ 갓 오브 이집트 포스터 ⓒ 시네마서비스 , 나이너스엔터테인먼트(주)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돌아왔다. 피터 위어, 조지 밀러, 바즈 루어만 등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일련의 호주 출신 연출가들 가운데 막내 격인 그는 특별히 SF 장르에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연출가로 확고한 팬층을 형성해왔다. <다크 시티> <아이, 로봇> 등이 대표작인데 2009년 작 <노잉>의 실패로 한동안 모습을 감춘 바 있다.

한동안 호주 자본을 바탕으로 작은 영화를 연출했던 그는 <노잉> 이후 7년 만에 <갓 오브 이집트>를 들고 A급 무대에 복귀했다. < 300 >의 레오니다스 제라드 버틀러가 어둠의 신 세트 역을 맡았고 오스카 소장자 제프리 러쉬가 태양신 라를 연기한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로 명성을 얻은 니콜라이 코스터 왈도와 알렉스 프로야스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루퍼스 스웰도 비중 있게 출연한다. 오는 26일 개봉을 타진 중이다.

[아홉] 남과 여

▲ 남과 여 포스터 ⓒ (주)쇼박스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감성적인 작품을 찍어내는 감독 중 한 명인 이윤기 감독이 신작을 내놓는다. 2월 중 개봉이 예정된 <남과 여>가 바로 그 영화다. 1년 전 헤어진 연인에게 빌려준 350만 원을 받겠다며 갑자기 나타난 여인, 그녀에게 돈을 갚기 위해 하루 동안 함께 돈을 꾸러 다니는 남자. 전도연, 하정우가 주연한 <멋진 하루>와 같은 작품이 또 한 편 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올 한 해 한국영화가 거둘 최대의 수확이라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열] 스포트라이트

▲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 (주)팝엔터테인먼트


연기, 각본, 연출 등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는 토마스 맥카시의 연출작이 개봉한다. 매사추세츠주 가톨릭 교회에서 10여 년 동안 벌어진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친 '보스턴 글로브'지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의 실화를 배경으로 한다. 지난해 오스카를 눈앞에서 놓친 마이클 키튼에 더해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스탠리 투치, 빌리 크루덥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했다. 개봉일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2월 중 개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검사외전 캐롤 자객 섭은낭 대니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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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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