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에 울고 웃은 민청학련 피해자들

국가배상금소송, 1심 뒤집고 승소... 소멸시효 문제 여전히 남아

등록 2014.11.27 18:06수정 2014.11.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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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법원종합청사(자료사진). ⓒ 연합뉴스


소멸시효 문제로 국가배상금소송 1심에서 패소했던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이 7개월여 만에 웃게 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부장판사 김인욱)는 지난 21일 정동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과 국악인 임진택 씨 등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와 가족 등 2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약 11억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유신 독재시절 국가가 불법을 저질렀지만 소멸시효(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가 끝나 배상금 지급 책임은 없다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였다(관련 기사 : '민청학련 사건' 국가배상금소송 패소... 이번엔 시효 논란).

임진택씨 등은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영장 없이 체포·구금된 뒤 구타와 협박 등으로 허위진술서를 쓴 다음 풀려났다. 그런데 이들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형사재판 재심 무죄 판결이 나오면 국가배상금청구소송을 진행하는 여느 과거사사건 피해자들과 달리 국가배상금을 청구할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결국 이들은 2010년 12월 16일 대법원의 첫 긴급조치 위헌 판결이 나온 뒤인 2012년 9월 이후에야 국가의 책임을 물으며 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2005년 12월 7일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민청학련사건은 조작됐고, 수사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고 발표한 만큼 임씨 등이 더 일찍 국가배상금을 청구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국정원 발표일부터 "원고들이 피고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사라졌고, 아무리 늦어도 민법 766조 1항이 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2008년 12월 7일 뒤에는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얘기였다.

항소심 재판부의 셈법은 달랐다. 21일 법원은 소멸시효 계산은 2005년 12월 7일이 아닌 2010년 12월 16일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 국정원의 과거사 반성만으로는 임씨 등의 피해 주장에 근거가 부족했고 ▲ 대법원 위헌 판결 전 긴급조치 피해자들은 법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재심에서 무죄가 아닌 면소 선고를 받아온 만큼 원고들이 국가배상책임을 주장하기 어려웠다고 봤다.

민청학련 피해자들은 다시 웃게 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여느 국가배상금소송처럼 이 사건 역시 국가의 상고로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또 '소멸시효'를 두고 1심과 2심 재판부가 극명하게 나뉘는 판단을 한 만큼 대법원의 최종 결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십 년 전의 고통을 계속 짊어지고 온 과거사 피해자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민청학련 #국가배상금 #과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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