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이 물어야 할 이자... 하루에만 무려 1151만원

[인혁당 사법살인 39주년- 가해자에서 채권자로 돌변한 국가②]

등록 2014.04.09 14:06수정 2014.04.0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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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은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일명 '사법살인'이 일어난지 39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8년 재심 무죄판결로 피해자들의 명예는 회복됐지만, 최근 그들과 가족들이 다시 신음하고 있습니다. 유신시절 고문과 조작의 가해자였던 국가는 2011년 이후 빚을 독촉하는 채권자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이 기획은 그에 대한 고발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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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고문·고작된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 '사법살인'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2013년 10월 24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 취하'를 요구했다. ⓒ 권우성


2013년 7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사건 피해자 16명과 그 가족들 앞으로 하나 둘 소장이 도착했다. 원고 '대한민국'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내용이었다.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라는 이름으로 고문·조작 등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국가는 2008년에야 재심 무죄로 잘못을 인정하고, 이듬해 위자료도 지급했다. 그런데 이 돈 일부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법'대로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 '법'은 대법원의 '셈법'이었다. 2011년 1월 27일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와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인혁당 재건위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16명과 그 가족 61명이 청구한 국가배상금의 이자(지연손해금) 계산법을 바꿨다.

이전까지 법원은 고문 등 국가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계산할 때 '그 행위가 종료한 날짜'부터 따졌다. 그런데 이때 대법원은 "통화가치 등에 상당한 변동이 생긴 경우, 현저한 과잉배상의 문제가 있다"며 이자 기준일을 손해배상소송 2심 변론종결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그해 1월 13일 아람회 사건 피해자들의 재판 때부터 같은 논리로 이자 계산법을 변경, 국가배상금 규모를 축소했다.

결국 이자 기준일은 30여 년씩 뒤로 밀려났다. 전창일·강창덕·라경일·김한덕·김종대·황현승·이창복·임구호·이태환·유진곤·조만호·전재권·정만진·이재형 선생과 그 가족의 이자 기준일은 과거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975년 4월 9일에서 2009년 11월 5일 또는 13일(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 됐다. 만기출소일(1979년 6월 27일)을 기준으로 삼았던 이현세 선생 쪽도, 형집행정지 특별사면을 받은 날(1982년 12월 24일)부터 계산했던 이성재 선생 쪽도 이자 기준일이 2010년 7월 2일로 바뀌었다.

이로써 피해자와 가족들이 받아야 할 국가배상금 규모는 763억 원에서 280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그런데 이미 피해자들은 2009년 6~7월 손해배상소송 1심에서 이긴 뒤 법무부에 가지급을 신청, 그해 8월 배상금(위자료 원금 + 이자) 중 3분의 2에 달하는 491억 원을 먼저 받은 상태였다. 국가배상금 최종 확정액보다 가지급금의 규모가 더 커져버린 것이다.

국가의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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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12년 9월 24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5·16과 유신,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 남소연


사과까지 했던 가해자는 채권자로 돌변했다. 이자계산법이 바뀌자 서울고등검찰청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211억 원을 2011년 8월 31일까지 돌려달라고 했다. 이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배상금을 받은지 1년도 넘은 시점이었다. 그러자 원고 '대한민국'은 지난해 7월 3일 이 금액에 이자를 더한 251억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비판이 이어졌지만, 국가는 지금도 꿋꿋이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4월 9일 현재까지 인혁당 반환금 관련  재판 16건 가운데 12건을 국가가 1심에서 이겼다. 그 중 5건은 피해자들의 항소 포기로 판결이 확정됐다.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4건도 상급심인 대법원이 판단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국가가 이길 확률이 크다.

이자는 반환금을 낼 때까지 계속 붙는다. 법원이 "피고들에게 소장을 받은 다음 날부터 부당이득금을 다 갚을 때까지 연 20%씩 이자를 더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구금액 251억을 기준으로 따지면 1년에 42억, 하루에 1151만 원 꼴이다.

당신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지금도 인혁당 재건위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국가에 내야 할 돈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인혁당 #국가배상금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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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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