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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세파 속에 안녕치 못한 우리 가족의 이야기

[리뷰] 한 가족의 연이은 불행 속 우리들 가족 모두의 안녕을 묻다

14.01.25 14:19최종업데이트14.01.2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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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찬> 포스터 ⓒ 김동현필름


풍요로운 느낌이 드는 제목과 달리 영화 <만찬>이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은 냉소적이면서도 비관적이다.

극중 인철(정의갑 분)은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2남 1녀 중 장남이다. 그에게는 은퇴 이후 자식들이 주는 생활비에 의존하는 부모님이 있고, 이혼 후 홀로 자폐증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여동생 경진(이은주 분)은 심장이 좋지 않다. 막내 동생 인호(전광진 분)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인철과 아내 혜정(박세진 분)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풍족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살아가던 이 가족에게 찾아온 첫 번째 풍파는 인철의 갑작스러운 해고다. 하지만 이 가족에게 찾아온 시련은 장남의 실직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에 나섰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에 휘말린 인호, 그리고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경진. 연이은 불행 속에서도 남은 사람들이라도 살아보자며 애써 마음을 다잡는 가족. 그러나 이제 그들에겐 온 가족이 모두 모여 김치찌개를 먹는 소박한 행복조차 쉽게 꿈꿀 수 없는 사치가 되어버렸다.

평범한 식사조차 허락되지 않은 이 가족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다

영화 <만찬>의 한 장면 ⓒ 김동현필름


인철의 가족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 하에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었다. 살기 위해 악착같이 몸부림 칠수록, 돌아오는 것은 시련 뿐이었다.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니 우리들 가족과 비슷한 인철의 가족이기에 그들의 불행이 더욱 남의 일같지 않다.

'양극화 시대'라 불리는 2014년 대한민국. 영화 <만찬>은 경제적 몰락으로 견고하게 그들을 지탱하던 삶의 기반까지 송두리째 위협받는 한 가족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며 안녕치 못한 사회에서 안녕을 묻는다.

인철의 가족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과정이 좀 억지스럽게 흘려가는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도 예기치 못한 사고로 재기가 어려울 정도로 무너질 수 있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움직임은 굉장히 뚝심있고 우직하다.

영화 <만찬>의 한 장면 ⓒ 김동현 필름


예고도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불행이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상 회피하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영화 <만찬>은 상당히 불편하고도 암울하다. 자칫 잘못하면 회복 불능 정도로 몰락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항시 떨고 있는 2014년 대한민국 대다수 사람들에게 이미 완전히 붕괴된 인철의 가족 이야기는 일종의 공포다.

가족들끼리의 평범한 식사도 쉽게 허락되지 않는 척박한 세상. 경제적 이유로 뿔뿔히 흩어진다는 가족의 이야기가 점점 남의 일 같지 않게 다가오는 지금. 더 좋아질 기미가 보이긴 커녕, 더 큰 고난이 기다릴 것을 짐작하고 있음에도 '가족'이라는 이름 하에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아등바등 거리는 인철, 아니 우리 서민들의 뒷모습이 짠하다. 한국 독립영화 최초 2013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다. 1월 23일 개봉.

한 줄 평: 출구 없는 암울한 현실의 쳇바퀴. 여러분의 가정은 안녕하십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너돌양의 세상전망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만찬 가족 영화 중산층 붕괴 양극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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