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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저예산 독립영화'...부산영화제 끝 수 놓았다

[BIFF]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만찬' 기자회견

13.10.10 19:16최종업데이트13.10.1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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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열린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만찬> 기자회견 ⓒ 성하훈


가난하지도 그렇다고 부하지도 않은 소시민의 가정. 딸은 이혼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고, 집안의 기둥 노릇을 하는 큰아들은 실직한 상태다. 연인과 동거 중인 막내아들은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노부부는 풍족하지 않은 형편 탓에 돈에 쪼들리지만 아들에게 손을 벌리기도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이 가족들에게 불운이 다가온다. 갑작스레 닥친 수난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그들은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김동현 감독의 <만찬>은 소시민들의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일상 속에서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갈등구조가 또렸하게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서민들의 삶을 그렸다보니 감정이입이 되면서 장면 장면에 몰입할 만큼 연출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만찬>은 감독의 설명처럼 경제적으로나 학력적인 면에서 윤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다가올 수 있는 일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희망이나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보다는 삶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힘겨운 마음도 생겨난다. 영화 속 현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표현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현실감 있게 전달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 오후 영화제의 마무리를 맡을 <만찬>을 기자시사를 통해 공개됐다. 올해 영화제가 부탄의 예술영화로 막을 올렸다면 막을 내리는 역할은 한국 독립영화가 맡게 됐다.

기자회견에서 폐막작으로 <만찬>을 선택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사전에 감독이 누군지 영화제가 지원을 해 준 작품인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영화를 봤는데, 마음에 들었다"면서 선정이유를 밝혔다.

이어 "올해 한국 독립영화의 제작이 무척이나 활발해 독립영화를 위해 나서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독립영화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도 있던 차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만찬>은 부산영화제 '2011년 ACF(아시아시네마펀드) 인큐베이팅 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무르익은 연출력으로 가족 멜로드라마 고전 만들어

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만찬>의 한 장면 ⓒ 김동현필름


김동현 감독은 "한국 독립영화를 선정해 준 부산영화제 측에 깊은 감사"를 나타냈다. 김 감독은 "말하지 않아도 올해 폐막작으로 선정해 준 것이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부산의 배려가 있었음을 알고 있다"면서 "제작 지원비가 수급되지 않으면 완성을 못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해 제작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그는 흥행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1억 원도 채 안 되는 저예산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흥행 등에 큰 욕심이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영화의 힘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출연한 배우들 역시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좋은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만나 좋은 작품을 찍게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싱글맘 여동생 경진 역을 맡은 이은주씨는 오늘 작품을 처음 봤는데 "감동적"이라고 자찬했는데, 이용관 위원장은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감동적이라고 말한 배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동현 감독은 몇년 전 아흔을 앞두고 계셨던 아버지가 햄버거를 사오신 일을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햄버거를 사오는 장면은 자식들이 미처 챙기지 못한 어머니의 생일에 아버지가 햄버거를 사와 아내를 기쁘게 해 주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김 감독은 부산영화제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음을 밝혔는데, 2번을 제외한 16회 동안 참여해 왔고 영화제 내내 30편이 넘는 영화를 보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폐막작 선정 직후 주변으로 부터 "부산영화제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폐막작으로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만찬의 감독과 주연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정의갑 , 배우 박세진, 김동현 감독, 배우 이은주, 배우 전광진 ⓒ 성하훈


김동현 감독은 1995년 배용균 감독의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고, 2005년 첫 장편영화 <상어>가 부산영화제 처음 초청됐다. 이후 2007년 <처음 만난 사람들>로 12회 영화제 넷팩상과 로테르담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만찬>에 대해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무르익은 연출력과 함께 가족 멜로드라마의 새로운 고전을 만들어 냈다"고 평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만찬 김동현 감독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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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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