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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감독의 개막작 '바라', "부산영화제의 커다란 축복"

[BIFF] 개폐막작 '바라:축복' '만찬'에 관심 높아져...24일부터 예매 전쟁 시작

13.09.23 10:17최종업데이트13.09.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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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바라 : 축복>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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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개폐막식 예매가 24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개막작인 부탄 영화 <바라 : 축복>과 폐막작인 한국 독립영화 <만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화 제작이 많지 않은 영화 후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부탄 영화와 한국의 독립영화가 영화제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처럼 세계적인 규모의 영화제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다, 폐막작 역시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라는 점에서 올해 부산의 선택은 눈길을 끌만 하다. 일단 영화제 측은 "보면 알겠지만 매우 흡족한 작품"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는 홍콩 영화가 개막작이었고 방글라데시 영화가 폐막작이었는데, 폐막작이 개막작 보다 더 나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영화제 내부적으로 고심이 있었지만 영화 후진국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올리기에는 부담감이 있어 홍콩 영화를 선택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부산영화제 측은 "부탄 영화라고 해도 올해는 개막작 선정에 어떠한 고민도 없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바라 : 축복>, 불교 승려 감독이 만든 힌두신에게 바치는 춤

부탄의 승려 감독 키엔체 노르부. 19세기의 고명한 성인이자 위대한 종교적 지도자였던 '잠양 키엔체 링포체'의 환생자이기도 하다.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개막작 <바라 : 축복>은 부탄의 승려 감독 키엔체 노르부의 작품으로 인도 저명작가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인도 남부지방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암'을 매개로, 남녀의 아름다운 사랑과 자기희생, 역경의 삶을 헤쳐 나가는 여인의 강인한 의지가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펼쳐지는 작품이다.

영화에 나오는 '바라타나티암'은 힌두신에게 바치는 춤으로 불교 승려인 감독이 종교를 초월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키엔체 노르부가 티벳의 위대한 스승 잠양 키엔체 링포체의 세 번째 환생자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와는 달리 후보작이 많지 않았다"며 "영화를 본 순간 이게 개막작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영화를 책임지고 있는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저희들에게는 그야말로 커다란 축복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개막작 선정과정을 공개했는데, "임순례 감독의 연락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임순례 감독은 1회 부산영화제 때 상영된 <세친구>로 데뷔했고, 흥행영화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남쪽으로 튀어> 등을 연출했다.

김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바라:축복>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 즉 잠양 키엔체 링포체는 서울 봉은사와 상도선원에서 8월 3일과 4일에 법회를 갖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다. 임순례 감독이 키엔체 노르부 감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됐는데, 신작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부산영화제 출품을 제안하며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어와 연결시켜 줬다는 것이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지난 1999년 영화 <컵>을, 2003년에 <나그네와 마법사>를 연출했고, 두 작품 모두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된 인연이 있었다. <컵>은 4회 영화제 때 국제평론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3년에는 <나그네와 마법사>로 직접 부산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당시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며 "사실 이번 신작 제작 소식도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통해 전해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이 대만에서 후반작업을 하면서 허우샤오시엔과 교류를 나눴는데, 부산영화제와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관계가 돈독하기에 그 내용이 전해진 것이다.

전화통화 후 모든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한다.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미국의 제작자를 연결시켜줬고, 곧바로 미국에서 보내온 온라인링크로 영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프로그래머는 "보자마자 (개막작은) '이거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가지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감독의 개막식 참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부산영화제 기간 중 키엔체 노르부 감독은 긴 동굴수행에 들어가야 했고, 혼자 하는 수행이 아닌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수행이어서 일정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알려온 것이다.

김 프로그래머는 "링포체 님께서 수행 때문에 개막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관객들도 다들 이해해 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면서 "동영상으로 인사말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주연배우인 샤하나 고스와미, 데베시 란잔, 그리고 미국인 제작자 나네트 넴스가 개막식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개막작은 개막식 외에 영화제 기간 중 3회 추가 상영될 예정이다.

올해 부산서 소개되는 한국 독립영화의 큰 특징은 '재미'

18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만찬> ⓒ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만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세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삶의 불행이 악인의 의도적인 범행이 아닌 사소한 실수, 우연이 낳은 악순환, 나약한 몸과 마음,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가족들은 간절히 서로를 위하지만 함께 만찬의 자리에 앉지 못한다.

거듭 가슴이 아려오는 우리 시대 평범한 가족의 뜻하지 않은 우여곡절을 통해 관객들에게 지금 우리 그대로의 모습에 화두를 던지는 영화로 누구나 한번쯤 경험할 법한 가족의 불행과 불운을 집요한 관찰력으로 재현해냈다.

<상어> <처음 만난 사람들>의 김동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인데,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무르익은 연출력을 선보였다는 것이 영화제 측의 평가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로 아주 뛰어난 연출력을 보이고 있는 영화"라고 폐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영화를 담당하고 있는 남동철 프로그래머도 "김동현 감독의 <만찬>을 폐막작으로 결정한 것은 올해 독립영화의 괄목할 성과를 상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한국영화를 선정하는 과정은 놀라운 발견의 연속이었다"며, "깜짝 놀랄 영화들이 여러 편 나왔다"고 설명했다. <만찬> 역시 그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또한 올해 부산에서 소개되는 한국독립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있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개폐막작 24일, 일반상영작은 26일 예매 시작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사전 준비의 백미로 불리는 예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열흘 앞으로 다가온 영화제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예매의 고속도로로 통하는 예매권은 지난 3일 판매개시와 함께 1만 장이 일찌감치 동 났고, 21일의 관객숙소 예약 역시 시작 몇 분 만에 모두 매진됐다.

부산영화제 예매는 '예매전쟁'으로도 불릴 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올해 역시 그 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폐막작은 24일 오후 5시, 일반상영작은 26일 오전 9시부터 온라인 예매가 시작된다. 지난해의 경우 개폐막작 매진에 걸린 시간은 각각 1분 34초와 3분 31초였다. 부산영화제 측은 관객들에게 배정된 개폐막식 일반 예매 좌석은 1700석 정도라고 밝혔다.

부산영화제 바라 축복 만찬 BIFF 키엔체 노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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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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