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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극장판 제트', 앞으로의 '원피스'가 궁금하다면

[영화리뷰] 원작자의 깊숙한 개입으로 더욱 풍부해진 이야깃거리

13.03.24 15:30최종업데이트13.03.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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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피스 극장판 제트> 영화 포스터 ⓒ CJ E&M(주) 투니버스, CJ 엔터테인먼트


모든 해적을 없애버리는 것이 목표인 전 해군 대장 제트는 아인, 빈즈와 함께 네오해군을 이끌며 고대 병기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광대한 에너지의 광물 '다이나스톤'을 세계 정부로부터 강탈한다. 다이나스톤을 이용해 신세계의 바다 전체를 불태워 해적을 전멸시키려는 제트. 신세계의 바다에서 제트와 마주친 밀짚모자 해적단은 그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2012년 일본에서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둔 몇 편의 애니메이션

2012년 주요 국가의 박스오피스는 언제나처럼 할리우드 영화들이 대부분을 장식했다. <어벤져스>, <다크 나이트 라이즈>, <스카이폴> 등의 블록버스터를 앞세운 할리우드 영화는 각국의 영화시장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유럽에서 그나마 선전했던 국가는 프랑스가 유일했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는 동북아시아의 두 국가인 한국과 일본에선 맥을 못 췄다. 대한민국은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도둑들>과 <광해:왕이 된 남자>를 앞세워 흥행 10위권에서 7편을 자국 영화로 채웠고, 일본은 '재패니메이션'의 저력을 앞세워 흥행 10위 내에 5편의 애니메이션을 진입시키는 성적을 보여주었다.

2012년 일본에서 흥행한 다섯 편의 애니메이션 중에서 2편은 전통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도라에몽>과 <포켓몬스터>의 극장판이었다. 나머지 3편은 새로운 거장으로 평가받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늑대 아이>, 재패니메이션의 전설인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새로운 극장판 <에반게리온:Q>, 그리고 현재 일본에서 가장 큰 인기를 구가하는 <원피스>의 12번째 극장판 <원피스 극장판 제트>였다. 이들은 재패니메이션의 과거(에반게리온), 현재(원피스), 미래(늑대 아이)를 보여주는 척도이기도 했다.

▲ <원피스 극장판 제트> 영화 스틸 ⓒ CJ E&M(주) 투니버스, CJ 엔터테인먼트


<원피스>의 위상과 극장판 애니메이션

현재 <원피스>는 일본 만화잡지 '소년점프'에서 19년째 연재하면서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누적 판매량은 67권까지 2억 7천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 내에선 이미 <드래곤볼>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1999년부터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고, 지금까지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영을 이어가고 있다. 인기작 답게 극장판으로도 계속 선보인 <원피스>는 이번 <원피스 극장판 제트>까지 12차례나 극장판이 제작되었다.

엄청나게 인기를 끄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비해 <원피스>의 극장판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저 팬서비스 차원에서 평가받던 <원피스>의 극장판은 10번째 극장판 <스트롱 월드>에 이르러 일약 '작품'으로 도약했다. 이런 성장은 오롯이 원작 만화의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가 제작에 참여했기에 가능했다. 대단한 평가를 받았던 <스트롱 월드>에 이어 11기 극장판 <원피스 3D:밀짚모자 체이스>로 잠시 숨을 고른 <원피스>의 극장판은 12번째 극장판 <원피스 극장판 제트>로 다시금 대형 사고를 친다.

<원피스 극장판 제트>는 원작 작가 오다 에이치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으면서 더욱 깊숙히 개입했다. 이전에 그가 참여했던 <스트롱 월드>에서 돋보인 장점이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미였다면, <원피스 극장판 제트>에서 세심하게 만진 부분은 원작과의 연계성이다.

이것은 '기어 세컨드'나 '패기' 등의 단순한 기술적인 인용을 말하지 않는다. <원피스 극장판 제트>에서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앞으로 어떻게 <원피스>가 진행할 것인가를 살짝 엿보게 해준 점에 방점을 찍고 감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 <원피스 극장판 제트> 영화 스틸 ⓒ CJ E&M(주) 투니버스, CJ 엔터테인먼트


'제트'를 통해 <원피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원피스 극장판 제트>에서 네오해군을 이끄는 제트는 과거에 세계정부에서 강력한 해군을 육성하면서 해적을 소탕하는데 앞장섰다. 그가 반기를 들게 된 계기는 세계정부가 해군을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던 일부 해적과 손을 잡고 칠무해란 이름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를 보면서다. 더이상 세계정부에서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은 그는 스스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네오해군을 만든다. 그는 해적 소탕 과정에서 민간인의 피해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루피는 붉은 머리 샹크스와의 인연으로 해적왕의 꿈을 품게 된 남자다. 사실 <원피스>에서 밀짚모자 해적단은 일반적으로 정의된 '해적'으로 보기 어렵다. 도리어 그들은 모험을 떠난 탐험대에 가깝다. 그가 골 D.로져가 남긴 보물 '원피스'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동료를 만났고, 불의에 맞서거나 동료를 지키기 위해 세계정부와 싸웠다.

네오해군은 세계정부에 저항한 쿠테타 세력이기에, 혁명 세력의 대장인 루피의 아버지 드래곤을 연상케 한다. 앞으로 그동안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세계정부와 혁명 세력의 전장이 <원피스>의 주요 무대가 되고, 그 속에서 루피와 밀짚모자 해적단의 결정이 중심임을 예견하는 설정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아직 어떠한 개념인지 전혀 밝혀진 바 없는 '원피스'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오다 에이치로 작가가 푸른 꿩 쿠잔의 행보를 슬며시 집어넣은 점도 흥미롭다. 세계정부의 해군 대장이었고 해군 원수 자리를 노리기도 했던 그가 <원피스 극장판 제트>에서 세계 정부를 벗어나 질문하는 자의 행보를 보여준다. 쿠잔은 루피에게 "미래에 대해 너만의 해답을 보여달라"고 묻는다. 루피가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아직까진 불투명하다. 아마도 오다 에이치로 작가는 루피의 정의가 선보일 전장의 전초전 격으로 제트와 루피의 대결을 선보였을지도 모른다.

▲ <원피스 극장판 제트> 영화 스틸 ⓒ CJ E&M(주) 투니버스, CJ 엔터테인먼트


'제트(Z)'라는 명예훈장을 받기에 충분하다

<원피스 극장판 제트>는 어린 연령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치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액션에 집중해도 충분한 재미를 만끽할 영화다. 상당한 숫자의 원화와 동화를 사용하여 움직임은 부드럽고, 액션 장면의 연출은 다른 애니메이션의 것들을 넘어서는 대단한 재미를 보장한다. 다만, 지나친 폭력성 때문에 어린이에겐 보호자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 눈에 들어오는 점은 '제트(Z)'라는 명칭이다. 일본의 고속 성장을 상징하는 거대 로봇의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왔던 촉매제가 < 마징가 Z >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끈 만화로 알려진 <드래곤볼>의 후속작은 < 드래곤볼 Z >라고 이름 지어진 바 있다. 영화에서 거대한 팬층을 형성한 작품이 <스타워즈>라면 재패니메이션에선 단연 <기동전사 건담>이 존재한다. 많은 건담 시리즈 중에서 <기동전사 Z건담>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들에게 붙여진 제트(Z) 라는 칭호는 돌이켜보면 하나의 명예훈장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원피스>는 <원피스 극장판 제트>라는 제목을 붙였다. <원피스>는 제트(Z)라는 명예훈장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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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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