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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 멘붕? "견디고 살아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인터뷰] <뉴스타파> 시즌2 김일란 앵커, "서로를 인정하자"

12.12.29 12:42최종업데이트21.01.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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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언론인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인터넷 방송 <뉴스타파>는 앵커였던 노종면 기자가 다시 YTN 노조로 돌아감에 따라 새 앵커를 맞이했는데 그는 바로 <두개의 문>을 공동연출 했던 김일란 감독이었다. 그야말로 파격적인 영입이었다.

김 감독이 '연분홍치마'라는 여성주의 미디어공동체에서 활동하며 몇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특히 <두개의 문>으로 인지도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뉴스타파>의 새 앵커 발탁은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상황.

사실 처음 김 앵커는 왠지 부자연스러웠고 어색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카메라 뒤에서 있다가 카메라 앞에서 서려니 얼마나 떨렸을까?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 차차 안정되었고 노종면 기자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8월부터 시작한 <뉴스타파> 시즌2가 지난 대선 직전인 12월 14일 방송을 끝으로 시즌3 준비에 들어갔다. 그동안 <뉴스타파>를 마치면서 느낀 소회와 지난주 치러진 대선에 대해 듣기 위해 26일 홍대 근처 한 커피숍에서 김일란 앵커를 만났다.

다음은 <뉴스타파> 김일란 앵커와 나눈 1문 1답이다.

- <뉴스타파> 시즌2를 마감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16회 정도 한 듯해요. 매회가 부담이었죠. 가장 큰 부담은 아무래도 <뉴스타파> 시청자분들의 기대가 큰데 그 기대에 제가 못 미치는 것 같아서 약간 죄송스런 마음도 있었고 또 <뉴스타파>에서 함께하는 분들은 해직 언론인과 언론에 뜻이 있는 분들이 하시는데 제가 그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혹시라도 해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해서 나름 노력을 했었어요."

- 본업이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시잖아요.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어땠어요?
"이근행 PD에게 제안을 받았는데 흥미로웠죠.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셨어요. 제안을 받았을 때가 한창 <두개의 문>을 상영할 때였는데 용산참사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마음이나 <뉴스타파>가 하는 일이 일정부분 의미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대의 마음으로 한 것 같아요."

<뉴스타파> 시즌2 앵커를 맡았던 김일란 감독. ⓒ 뉴스타파


부족한 건 당연, 하지만 진실에 대한 확신 갖고자 했다

- 아무래도 전임 앵커가 워낙 잘하셨기 때문에 부담이 있지 않았어요? 노종면 앵커와 차이가 있다면요?
"당연히 있죠. 어차피 노 기자처럼 잘 할 수는 없어요. 그건 아예 비교도 안했었어요. 다만, 조금이라도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게 중요했죠. 저는 아마추어 중에서도 아마추어고 앵커로 훈련된 사람도 아니잖아요. 노 기자님이 제가 앵커를 맡는 동안 많이 도와 주셨는데 '앵커가 진실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가 진실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지 않으면 그것을 듣는 사람도 확신을 못 갖게 된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말이 힘이 됐죠."
    
- 아무래도 첫 방송이 기억에 남지 않나요?
"첫 방송은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오히려 마지막 방송이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대선 직전이었고 <뉴스타파> 시청자에게 진실을 함께 이야기하는 게 투표라는 형태로 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보다 나은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지막 방송이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던 것 같아요."

-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이 넘어 가네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개표방송을 할 때 제가 활동하는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서 <종로의 기적>이란 다큐를 재개봉했거든요. 19일에 저녁 상영과 함께 관객들과 같이 개표방송을 보면 어떨까 해서 나름 이벤트를 꾸몄죠. 이미 8시를 넘었을 때 박근혜 후보가 유력하다는 것이 방송에서 떴잖아요. 당황했죠. 9시 정도엔 유력도 아니고 확실이라는 말이 뜨는 거예요.

관객들 틈에서 탄식이 나오고 다들 소위 멘탈붕괴에 빠졌어요. 아마도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이번 대선을 hd해 '우리는 어떤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난 총선부터 대선까지 우리가 어떤 착시 속에서 환상을 만들었는지 냉철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 속에서 앞으로의 5년 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 해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영화 <두개의 문>의 한 장면. ⓒ 연분홍치마


각 세대들, 서로에 대한 인정이 필요...서로 힐링했으면

-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컸음에도 이루지 못했는데 원인은 무엇일까요? 세대 갈등의 양상도 나타났고요.
"어려운 질문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 불안인 것 같아요. 자신의 삶에 대한 비전, 스스로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그리고 불안한 관계를 어떤 방법으로 해소해야 할지 모르는 데에서 왔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불안할수록 뭔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고 안정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20대와 대화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들은 현실, 미래, 자기 자신에서 오는 불안을 제대로 해소할 방법을 잘 모색하지 않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선 많은 정치평론가나 문화평론가들이 말씀을 하시겠죠. 제 생각엔 서로에 대한 인정, 그러니까 충분히 다들 치열하게 살고 있음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20대의 고충을 50대가 이해 못해요. 반대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서로 힘든 건 사실이거든요. 서로의 치열함과 고통을 인정하지 못하기에 세대 갈등이 나는 거 같아요.

세대 갈등은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예요. 갈등이 없어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세대 간의 삶의 조건을 서로 인정하면서 차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겠죠. 차이는 없어질 수 없어요. 오히려 그 차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다이내믹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뉴스타파>의 한장면 ⓒ 뉴스타파


- 이번 대선을 통해 언론의 편파성도 드러났고, 언론의 중요성이 등장했잖아요?
"언론은 중요하고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편파성도 있었다고 봐요. 언론이 바로 서야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개발, 철거민의 문제를 예로 들면, 재개발 때문에 사람들이 쫒겨 나고 원하지 않는 비극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을 우린 다 알잖아요? 영화나 드라마든, 소설이든 신문을 통해서 말이죠.

그런데 기본적으로 더 큰집, 더 많은 돈을 얻고 싶어 하는 등의 욕망은 정확한 정보가 주어진다고 해서 바뀌는 건 아니죠. 언론이 대단히 중요하고 건강하게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 역할을 성찰하는 시민으로서의 자의식이 없다면,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성찰하지 않는다면 한국사회가 달라지진 않을 거 같아요. 정권교체가 권력교체가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문제해결엔 언론 혼자만 잘해선 해결할 수 없다고 봅니다."

- 대선 이후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연말 인사와 함께 어떤 힐링 메시지를 나눌 수 있을까요?
"51대 49 아니면 52대 48이잖아요. 아군아니면 적군이라는 생각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선거라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 다 표현 되었지만 그 선택의 저변에는 다른 가치들이 움직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피아라는 개념으로 나누기 보단 조금 더 우리와 생각을 같이할 사람들을 찾아야 힐링이 되지 않을까요?

어느덧 한해가 저무네요. 저는 사느라 수고하셨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봤던 영화중에 <안녕 평양>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파란만장하게 살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딸이 슬퍼하니까 아버지가 슬퍼하지 말라면서 사느라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면 된다는 대사가 있죠. 정말 사는 게 수고스러운 것 같아요. 한 해 동안 사느라 그리고 견뎌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이에요. 요즘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함께 견디면 좋겠어요."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공동연출한 김일란 감독이 6월 27일 오후 서울 서교동 상상마당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뉴스타파 김일란 두개의 문 박근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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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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