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 충북을 걷다 ①] 추풍(령) 이야기

등록 2012.07.05 10:27수정 2012.08.1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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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과 도착 그리고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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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에서의 발대식 ⓒ 이상기


6월 25일(월) 오전 10시 충북 도청에서 '2012 생생탐방 충북을 걷다.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 발대식이 열렸다. 그리고는 곧 바로 영동군 추풍령으로 이동, 북쪽 단양군 도담삼봉을 향한 걷기를 시작했다. 이번 '충북을 걷다' 프로그램은 6월 25일 12시 20분 추풍령을 출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7월 4일(수) 11시 40분 대원들이 도담삼봉에 도착하면서 10일간의 걷기 일정을 모두 마쳤다.


도담삼봉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11명으로 걷기팀 8명, 지원팀 2명, 취재팀 1명이었다. 걷기팀으로는 답사대장인 박연수 직지원정대장, 이광희 도의원, 공직에서 은퇴한 이제헌, 박정자 부부, 한명준 고조선 무술협회 회장, 이홍원 화백, 이동수 시인, 황인오 사회복지사가 있다. 지원팀으로는 강성구 백두대간 시민연대 간사와 백준용 회원이 활동했다. 그리고 전 구간 취재를 위해 한상두 CBitv P.D.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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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삼봉에서 완주를 자축하는 대원들 ⓒ 이상기


10일간 220㎞를 걷는 이번 탐사는 충북의 남쪽 영동군 추풍령에서 충북의 북쪽 단양군의 도담삼봉까지 옛길, 고갯길, 마을길을 걸으며 지리와 생태, 역사와 문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정리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공식적으로는 12명이 핵심탐사단을 이루고, 중간에 필요에 따라 8명의 인원이 합류했다. 그러므로 20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길에서 진주를 찾는 작업을 수행한 셈이다.

이번에 참가한 사람들의 전공분야를 보면, 산경, 역사문화, 환경과 생태, 스토리텔링, 음악과 미술,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하다. 이들은 약 한 달간 전공을 살려 보고서를 작성할 것이고, 그것이 8월 초 <2012 충북 생생탐방 충북을 걷다.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라는 책으로 묶여 발간될 것이다. 그리고 CBitv P.D.에서도 '충북을 걷다' 다큐멘터리를 제작 발표할 예정이다. 

'충북을 걷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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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한 대원들 ⓒ 이상기


충북의 옛길을 걸어보자는 생각은 처음 이광희 도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박연수 직지원정대장에게 말했고, 박연수 대장이 '충북을 걷다' 프로그램 기획안을 만들었다. 그 후 이들 두 사람은 차로 현장을 사전답사하면서 도상연습을 했고, 기획안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했다. 이들은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 걸으면서 탐사할 핵심과제를 다음 네 가지로 정했다. 


첫째 옛길, 고갯길, 마을길, 국도와 지방도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그 길이 가지는 의미를 찾아낸다. 둘째 산과 강, 마을에서 사람들이 이룩해낸 삶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셋째 중요 역사유적지를 탐방한다. 영동군 노근리, 보은군 동학유적지, 괴산군 화양동과 칠성댐, 충주호 수몰지역, 단양의 시멘트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넷째 금강권의 보청천과 한강권의 달천의 수계를 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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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리 마을회관 ⓒ 이상기


대원들은 이러한 활동상을 매일 매일 사진과 글로 정리했다.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로 탐사현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또 그때그때 신문과 방송사들이 동행 취재해 탐사상황을 보도하기도 했다. 숙소는 대부분 마을회관을 이용했고, 경우에 따라 교육관과 복지회관을 이용했다. 아침식사는 자체 해결했고, 점심은 식당에서 사 먹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저녁은 현지 단체장이나 지인들이 그 고장의 특식을 제공했다.

옛사람이 남긴 추풍령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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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탑과 추풍령 ⓒ 이상기


이번 탐사의 출발지 추풍령은 고개 이름이기도 하고 면 이름이기도 하다. 우리는 충북과 경북의 경계인  추풍령 고개에서 출정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추풍령 고개는 경북 쪽으로는 도로의 경사가 급하고, 충북 쪽으로는 경사가 완만한 편이다. 고개 이쪽편인 충북지역에는 추풍령을 알리는 표지석과 이랑탑이 세워져 있다. 이랑탑(Irang Tower)은 국악이랑 과일(감과 포도)이랑 함께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추풍령 표지석에는 60년대 인기를 누렸던 대중가요 '추풍령'의 가사가 적혀 있다. 추풍령은 전범성이 노랫말을 쓰고, 백영호가 작곡했으며, 남상규가 노래를 불렀다. 전체적으로 한과 슬픔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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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령 표지석 ⓒ 이상기


구름도 자고 가는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흘러간 그 세월을 뒤돌아보는
주름진 그 얼굴에 이슬이 맺혀
그 모습 흐렸구나 추풍령 고개.

추풍령은 죽령, 조령, 화령과 함께 충청도와 경상도를 잇는 4대 고개였다. 그러나 다른 고개에 비해 높이가 낮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관방으로의 역할이 미약했던 것 같다. 관방이란 방어진지 또는 요새 개념으로, 임진왜란 때에 왜군이 한양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인 조령과 추풍령을 선택했다. 왜군은 이들 두 고개를 넘어 충주와 청주로 진출한 다음 한양으로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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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령 고개 ⓒ 이상기


조선 후기 최고의 문장가인 다산 정약용은 '추풍령을 넘으며(踰秋風嶺)' 다음과 같은 시를 지었다. 이 시에서 다산은 임진왜란 때 이 고개를 지키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은 길이 추풍령을 넘어 대전과 천안을 지나 서울로 이어지지만, 옛날에는 청주와 죽산을 지나 한양으로 이어졌다.

태백산 소백산이 산세도 장하구나.          二白飛騰脊勢强
달리던 용의 머리 여기에서 수그려          神龍於此地中藏
북쪽으로 통한 시내 황간으로 달려가고    溪通北地趨黃澗
서쪽으로 뻗은 산은 적상산을 에워쌌네.   山出西枝繞赤裳
봉마다 우뚝우뚝 성벽은 쌓았다만.          每向高峯增塹壘
이 재가 요새란 걸 어느 누가 안단 말고    誰知平陸是關防
청주 고을 큰 들판 천리에 트였으니         淸州大野開千里
추풍령 빼앗기면 멱살을 잡히리라.          一據秋風便搤吭

그리고 조선 중기의 학자 정온(鄭蘊: 1569-1641)도 경상도를 떠나 '추풍역에 이르러(到秋風驛)' 고향땅을 그리워하는 시를 지었다. 이처럼 추풍(령)은 옛 시인묵객들의 글 속에 수도 없이 많이 등장한다.

추풍역을 찾다 만난 근대문화유산 급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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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령역 ⓒ 이상기


우리는 추풍령 면소재지를 지나 조선시대 추풍역을 찾아간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보면 추풍역리라는 지명이 나온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추풍역은 김산군(金山郡: 현재 김천군) 서쪽 35리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이 지역 주민들을 통해 추풍역이 현재 추풍령역 뒤편 급수탑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추풍령역은 면소재지 서쪽에 있다. 역으로 가는 길에 버스터미널이 있고, 우체국이 있다. 우체국을 지나자 왼쪽으로 현대식 추풍령역 건물이 나타난다. 추풍령역은 1905년 경부선 철도의 개통과 함께 보통역으로 업무를 시작했고, 1941년 역사(驛舍)를 준공했다. 그리고 현재의 역사는 2003년 구 역사를 철거한 후 신축했다. 현재 추풍령역에는 서울과 부산 방향으로 가는 기차가 각각 6편 정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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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수탑 ⓒ 이상기


우리는 역사 안으로 들어가 옛날 추풍역의 위치를 묻는다. 그런데 부역장도 그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급수탑 뒤쪽이 추풍역이라 하니 급수탑으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러자 그는 급수탑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문화재 제47호라고 말하며 열쇠를 가지고 온다. 급수탑은 철로 건너편에 있어 조심을 해야 한다. 철로를 건너니 2층의 직육면체 형태에 지붕을 얹은 급수탑이 보인다.

급수탑 뒤에는 연못이 있어 급수탑에 물을 공급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못(샘) 근처가 바로 옛날 추풍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역이나 원 주변에는 반드시 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급수탑을 한 바퀴 돌며 외관을 살펴본다. 1층의 아랫부분에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미닫이창이 두 개 있고, 윗부분에 사면으로 채광창이 나 있다. 추풍령역 급수탑은 1939년에 만들어진 과도기형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급수탑은 원통형인데, 이것은 방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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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탱크와 배관 ⓒ 이상기


우리는 부역장의 안내로 급수탑 안으로 들어간다. 급수탑 안에는 펌프와 물탱크 그리고 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함께 한 연방희 대원이 급수탑의 원리를 설명해 준다. 아랫부분의 펌프가 바깥 연못의 물을 끌어올려 물탱크에 담은 다음 배관을 통해 증기기관차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은 물을 끓여 만들어진 증기의 압력으로 피스톤을 돌리기 때문에 끊임없이 물이 필요하다.

급수탑을 보고 나오자 부역장은 급수탑문을 채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시 철길을 건넌다. 부역장은 추풍령 급수탑이 등록문화재 급수탑 중 유일한 방형으로 그 가치가 높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방문기록을 남겨달라고 한다. 우리는 흔쾌하게 사인을 하고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문화유산을 답사하다 보면 유세를 부리는 공무원들이나 관리인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역장 덕에 우리는 급수탑을 자세히 보는 행운을 누렸다. 앞으로 탐사가 순조로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6월 25일부터 7월4일까지 10일간 충북의 옛길을 걸었다. 이번 '2012 생생탐방 충북을 걷다'를 통해 충북의 지리와 생태, 역사와 문화(유산), 사는 이야기 등을 정리했다. 앞으로 25회 정도 탐방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6월 25일부터 7월4일까지 10일간 충북의 옛길을 걸었다. 이번 '2012 생생탐방 충북을 걷다'를 통해 충북의 지리와 생태, 역사와 문화(유산), 사는 이야기 등을 정리했다. 앞으로 25회 정도 탐방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2012 생생탐방 #충북을 걷다 #추풍(령) #도담삼봉 #추풍령역 급수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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