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지금 버린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자동차보험 만기일 앞두고 노이로제 걸렸습니다

등록 2011.11.22 17:51수정 2011.11.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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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차할 수 없는 1995산 프라이드. 퍼질 때까지 타고 다닐지 지금 고민 중이다. ⓒ 김동수


1995년 7월에 산 프라이드를 아직까지 타고 다닙니다. 100km 이상 장거리를 갈 때마다 마음을 졸입니다. 달리다보면 제 차는 제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주인님 더 못가겠으니 알아서 하세요. 저도 지쳤으니 어쩔 수 없네요. 저를 16년 동안 아껴주고 사랑해주신 것 다 압니다. 저를 버린다고 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제 차의 나이는 16살(우리나라 나이로는 17살)이지만 낼 것은 다 냅니다. 자동차세를 꼬박꼬박 내기 때문입니다. 이 프라이드는 제가 직접 산 것이 아닙니다. 지난 2001년 12월 5일, 처남이 제게 이 차를 줬습니다. 그래서 매년 12월 5일은 제 자동차보험 만기일입니다.

만기일을 한 달쯤 남겨두고 자동차보험 회사에서 수시로 전화가 오곤 합니다. 하루에 적게는 2~3번, 많게는 5~6번 정도입니다.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10월 말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보세요."
"고객님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다 됐습니다."
"여보세요. 지금은 10월입니다.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12월 5일이고요. 벌써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합니까. 끊겠습니다."

"아니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다가와서 알려 드리는 겁니다."
"알았으니 끊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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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만기일 다가오면 하루에 전화가 적게는 2~3번, 많게는 5`~6번을 받았다. 노이로제가 다 걸렸을 정도다. 결국 아는 분을 통해 한 자동차보험회사에 가입했다. ⓒ 김동수


며칠 후 전화가 다시 옵니다.


"고객님 지난 번에 전화 드렸듯이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다 됐습니다."
"아직 한 달 남았잖아요. 이렇게 계속 전화를 하면 그쪽 회사 자동차보험을 들고 싶어도 마음이 싹 가십니다."
"그럼 다음에 전화 드릴 때 꼭 가입 부탁드립니다."
"그것은 약속할 수 없네요."


자꾸 이렇게 전화가 오니 어떤 때는 '02-1544-0000' '02-1566-0000' 같은 번호가 찍힌 전화는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에 있는 자동차보험 회사에서도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자동차보험 회사들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보험회사에 다니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했습니다.

"자동차보험 가입 전화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것 같아요."
"요즘 경기도 나쁘니까. 그럴 거예요."
"연식도 1995년이라 보험료도 얼마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가장 저렴한 것으로 해요. 그런데 자동차가격이 30만 원밖에 안 나오네요."
"그럼 자차 보험은 들지 않아도 되겠네요."

가장 저렴하다고 해서 이것 빼고 저것 빼고 가입한 것은 아닙니다. 자차만 빼고 할 것은 다 했습니다. 결국, 오늘 보험증권이 왔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또 왔습니다.

"고객님 자동차보험 만기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저 자동차보험 가입했는데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자동차보험만기일이 다가오면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전화를 받는지 모르겠습니다. 자동차보험은 당연히 가입하는 것인데, 한 달 전부터 전화해 사람을 피곤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발 사람 좀 피곤하지 않게 해주길 간절히 부탁합니다. 노이로제 걸립니다.
#자동차보험 #만기일 #프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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