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논문 들통나자 "원래 같은 연구"

교육개발원·연구교수 '거짓 해명' 의혹... 교육부 실태조사 착수

등록 2007.06.08 18:45수정 2007.06.10 10:23
0
원고료로 응원
2004년 발표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두 보고서가 사실상 '판박이'라는 '연구 부정행위' 의혹 보도 직후, 한국교육개발원과 연구자가 내놓은 해명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오마이뉴스>와 주간 <교육희망>, <한겨레>, <한국일보>, <문화일보>는 한양대 대학원장인 노아무개 교수와 서울교육대학교 총장 당선자인 송아무개 교수 등 5명의 교수가 작성한 '서울특별시 교육행정체제의 진단 및 혁신방향'(CR2004-9-1, 서울연구)과 '인천광역시 교육행정체제의 진단 및 혁신방향'(CR2004-9-4, 인천연구)이란 제목의 정책보고서가 결론 부분이 96% 가량 중복되는 등 오탈자까지 같은 '판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과 한국교육개발원은 해명 발언과 문서를 통해 동일한 연구임을 강조했다. "단일 연구였기 때문에 베끼기 행위가 용인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 위한 것.

이들은 그 근거로 연구계약금액이 6000만원으로 적혀 있는 용역계약서 내용을 들면서 "서울과 인천 지역 연구용역비가 각각 3000만원씩 책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연구자와 한국교육개발원의 궁색한 해명

a

연구팀 내부자료인 '지방교육행정시스템 혁신방안 연구 추진계획안' 내용. ⓒ 윤근혁

공동연구자 가운데 한 명이자 서울교대 총장 당선자인 송아무개 교수는 지난 6일 교육부 출입기자 90명에게 보낸 전자메일에서 "두 개의 연구로 오해될 수도 있으나, 사실은 '연구용역계약서'에 나타나 있듯이 6000만원짜리 한 건의 연구"라고 강조했다.

교육개발원 관계자도 7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6000만원이 시도별로 책정된 3000만원 더하기 3000만원이 아니다"라고 이전 발언 내용을 뒤집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03년 9월 계약 당시 용역계약서에 적힌 6000만원은 한 개 시도 기관 진단비로 책정된 3000만원을 합산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연구진행팀 내부 자료인 '지방교육행정시스템 혁신방안 연구 추진계획안'(2003년 8월)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A4 용지 51쪽으로 된 이 추진계획안은 용역계약을 앞두고 교육부가 주관교육청으로 선임한 경기도교육청이 작성한 것이다. 이 문서에는 총 9억8000만원에 수의계약을 맺은 교육개발원이 작성한 연구용역비 산출내역서도 포함되어 있다.

지방교육 행정체제 진단비로 모두 4억8000만원이 책정된 이 내역서에는 '3000만원×16개 지역'이라고 표기한 뒤 '1개 시도 기관 진단비 : 3000만원'이라고 적고 있다.

이어 이 액수를 방문 진단 수당, 출장비, 팀원연구활동비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총 연구비 액수를 맞췄다. 시도별 3000만원씩 별도 예산으로 독립 운영한 연구라는 사실을 정확히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 문서는 또 '진단팀의 역할과 책무'라는 항목에 '지역 특성에 따른 문제와 혁신을 위한 제언 포함'이라고 적어 놨다. 지역별 특징이 연구 성과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보고서의 제언 내용이 96.3%가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에 비춰보면 연구자들의 부정행위 의혹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a

송 아무개 서울교대 교수의 홈페이지. ⓒ 윤근혁

더구나 서울교대 총장 당선자인 송아무개 교수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별도 연구 형태로 이 두 보고서 현황을 적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연구보고서 및 연구비 수혜'란 사이트 항목에서 송 교수는 서울 연구와 인천 연구를 별도의 연구 성과로 제각기 적어놓은 뒤 각 보고서마다 연구비 액수까지 적시했다. 이뿐 아니라 액수를 각각 2000만원씩으로 다르게 적어놓았다.

이번 연구 내역을 정확히 잘 아는 위치에 있는 한 교수는 "궁지에 몰린 연구자들이 궁색한 변명을 하고 나섰지만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면서 "편의상 두 지역 연구를 같은 사람들이 한 것이기 때문에 용역계약서에 6000만원을 함께 적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내용 중복을 감추려고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연구비 공동 지급이 아니라, 보고서 복사 행위가 연구 부정행위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 두 보고서를 책임 집필한 한양대 대학원장인 노아무개 교수는 지난달 31일 기자와 통화에서 먼저 작성한 한 보고서를 갖고 다른 보고서를 복사한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교육부와 교육개발원 실태조사 착수

이에 대해 서울교대 총장 당선자인 송 교수와 보고서 책임연구자인 한양대 노 대학원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7~8일 몇 차례에 걸쳐 전화를 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이들의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한편 교육부와 교육개발원은 '연구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교육개발원은 보도 직후 TF팀을 구성해 내용을 분석한 뒤 교육부에 조만간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병영 교육부 지방교육혁신과장은 "당시 계약 실태와 보고서 내용에 대해 종합적인 실태조사에 들어갔다"면서 "이후 조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개발원은 지난 3일 자체 홈페이지에서 관련 논문을 삭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 쓴 내용을 깁고 더한 것입니다.
#연구부정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베끼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