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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이 국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맨체스터의 한국 방문이 최선이겠지만 또 다른 방법도

06.01.02 11:50최종업데이트06.01.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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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성
ⓒ 남궁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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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병술(丙戌)년 첫날에도 어김없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해 첫날 새벽, 두 눈을 부릅뜨고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박지성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다린 시간에 견주면 볼턴 원더러스전 출장시간은 짧기만 했습니다.

사실 TV를 통해 축구경기를 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야구의 경우, 어떤 이는 경기장에 가는 것보다 라디오 중계를 듣는 게 훨씬 재미있다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야구는 경기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그래픽중계가 가능했던 것이겠죠. 또 기록지만 있으면 경기를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축구는 그렇지 않습니다. 라디오 중계를 아무리 들어봐야 여간해서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전 골수 축구팬들은 교통편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효창운동장을 버스를 몇 차례나 갈아 타면서 찾았던 것입니다.

TV로 보자니 감질나고,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벌어질 A매치는 대부분 해외에서 치르게 될 것이니 박지성이 국내 그라운드에서 뛸 일은 당분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박지성이 뛰는 모습을 국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시아투어 때 한국에 들르는 것이겠지요. 지난해 맨체스터의 아시아 순방경기 때 한국은 빠졌습니다. 아니면 어느 종교 단체가 후원하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초청하는 것인데 초청비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25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980년 6월 차범근의 소속팀 프랑크푸르트는 한국을 친선방문해 국가대표팀과 3차례, 할렐루야(이영무 박성화 신현호 홍성호 조병득 박상인 등 뒤에 한국프로축구의 산파역을 함)와 한차례 등 모두 4차례의 경기를 가졌습니다.

분데스리가 진출 후 1년여 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한 차범근은 국내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2차전 결승골 등 맹활약했습니다. 박지성의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오는 8월쯤 한국을 찾으면 이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겠죠.

실현 가능성이 맨체스터의 한국 방문보다 매우 낮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1980년대초 당시 해외무대에 진출해 있던 선수들과 국내선수들이 일종의 올스타게임같은 경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축구를 어지간히 알고 계신 팬들도 이 경기에 대한 기억은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그때 경기 진행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2년의 일이니까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해입니다. 그해 7월1일 해외올스타팀은 서울운동장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국가대표팀을 1-0으로 물리쳤습니다. 해외올스타팀은 전반 24분 이강민이 결승골을 터뜨렸습니다. 해외올스타팀은 김진국 박상인 박종원(이상 서독) 허정무(네덜란드) 박병철 김현복 김강남·성남 쌍둥이 이강민 최종덕(이상 홍콩) 김황호(미국)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서독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던 차범근은 빠졌습니다.

이 무렵 열리고 있었던 스페인 월드컵대회 본선(6월14일~7월12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세비야 발렌시아 말라가 빌바오 바야돌리드 등.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쿠웨이트 뉴질랜드 출전) 진출에 실패한 국가대표팀은 최순호 정해원 이태호 이강조 조광래 박경훈 장외룡 박성화 정성교 등이 주력선수였습니다.

1차전은 국가대표팀이 전체적으로 우세한 가운데 경기가 펼쳐졌지만 결과는 해외 올스타팀의 승리였습니다. 2차전은 7월3일 부산에서 벌어졌는데 국가대표팀이 전반 42분에 터진 이태호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겨 1차전의 패배를 설욕했습니다.

해외올스타팀은 7월7일 전주에서 청소년대표팀과 3차전을 가졌습니다. 이 청소년 대표팀이 뒤에 일부 멤버가 바뀌긴 합니다만 이듬해 멕시코에서 ‘4강신화’를 이룬 바로 그 대표팀입니다. 이 경기에서 청소년대표팀은 기동력이 떨어진 해외올스타팀을 거세게 밀어붙여 전반 5분 박국창이 선제골을 넣은데 이어 후반 30분, 44분 이기근이 연속골을 터뜨려 3-0으로 완승했습니다.

1983년 6월 멕시코 고원을 뒤흔들었던 ‘붉은악마’들은 김풍주 김판근 노인우 장정 문원근 유병옥 김종건 이태형 신연호 이기근 김종부 등이었습니다.

이제 2006년 1월로 돌아와 보면, 곧 해외로 진출할 김동현 김정우 등을 포함해 현재 유럽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골 키퍼가 없고, 수비진이 모자라 보이기는 하지만 한 팀을 꾸릴 수는 있을 겁니다. 골키퍼의 경우 국가대표팀에서 한 명을 넘겨 줄 수도 있겠죠.

소속 클럽의 경기출전 허가 여부,선수들의 출전수당 문제 등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많겠지만 만약 이같은 경기가 이뤄질 수만 있다면 축구팬들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이벤트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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