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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형' 선수 박지성의 3년 전 모습은?

교토 퍼플상가 일왕배 우승으로 이끌고 유럽으로 간 박지성

05.12.28 15:02최종업데이트05.12.2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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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의 박지성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금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펄펄 날고 있지만 3년 전인 2002년 말~2003년 초에는 일본프로축구 J리그의 교토 퍼플상가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3년 전 이 무렵 일본에서는 일왕배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시미즈 S펄스의 최태욱이 올해 이 대회 준준결승에서 멋진 어시스트로 팀을 준결승에 올려 놓았지요. 시미즈는 29일 홈인 시즈오카에서 세레소 오사카와 준결승전을 갖는데 이 경기에서 이기면 2006년 1월 1일 도쿄에서 결승전을 치릅니다. 2003년은 계미(癸未)년이었습니다. 계미년 새해 첫날 박지성은 유럽리그 진출을 자축하는 축포를 터뜨렸습니다. 1월 1일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제82회 일왕배전일본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교토 퍼플상가의 박지성은 0-1로 뒤지던 후반 7분 가시마 앤틀러스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스즈키가 왼발로 감아 올린 프리킥을 골문 정면에서 머리로 받아 넣어 극적인 동점을 이뤘습니다. 박지성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 교토는 야나기사와 아키타 등 일본국가대표 출신들이 포진한 가시마에 다소 밀리는 경기를 벌였습니다. 박지성의 골에 힘을 얻은 교토는 후반 36분 구로베의 결승골로 가시마에 2-1로 역전승해 대회 첫 우승의 기쁨과 함께 1억엔의 두둑한 상금을 받았습니다.
 박지성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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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가시마 골대 뒤쪽 스탠드에 자리잡은 교토 응원단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고, NHK 캐스터는 박지성의 골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안정환의 골을 떠올리게 한다며 일본인 특유의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이었고, 신세대 축구팬들에게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한국-일본의 경기(1997년 9월 28일 한국 2-1 역전승, 득점자 서정원ㆍ이민성)가 펼쳐졌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요요기 국립경기장에는 이날 5만여 명(유료관중 5만526명)의 축구팬이 들어찬 가운데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일본의 FA컵 대회격인 그해 일왕배에는 도·부·현(都·府·縣) 대표, 고교대표, 대학대표, JFL대표 J2(12), J1(16) 등 모두 80개 팀이 출전해 12월 한 달 동안 녹다운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습니다. 올해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대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3년 전 대회에서는 고교팀인 구니미 고등학교가 2라운드에서 대학 강호 고쿠시칸 대학교를 2-1로 제치고 3라운드(32강)에 올라 화제가 됐습니다. 올해 대회에는 마루오카 고등학교 등 4개 고교팀이 출전했는데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습니다. 구니미 고교를 32강까지 진출시킨 주인공은 현재 네덜란드 리그에서 활동하고 히라야마입니다. 히라야마는 청소년대표 시절 한국과의 경기를 통해 국내 팬에게도 알려진 190cm의 키 큰 공격수입니다. 이날 박지성의 활약을 지켜 본 교토팬들의 마음은 착잡했습니다. 교토 퍼플상가를 2002년 시즌 J1 리그 전·후기 종합 5위로 끌어 올린 데다 팀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안긴 주역 박지성이 유럽리그로 가기 때문이었죠. 일본의 주요언론들도 일왕배 결승 기사를 다루면서 박지성의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행 사실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무대로 가는 박지성이기에 축하해야겠지만 교토팬들의 허전한 마음은 크기만했습니다. 교토는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쯤 되는 조용한 도시입니다. 박지성은 그곳 시민들에게 잔뜩 '축구 바람'을 불어넣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 버린 것입니다. 3년 전 일본에서 나온 박지성 관련기사에서 가끔 보였던 내용은 "(박지성은) 2006년 독일월드컵대회에서 더 큰 기대를 걸 선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 그대로 이제 박지성은 국가대표팀에서 실력은 물론이고 나이로 봐도 중견에 해당하는 선수로 컸습니다. 박지성을 보면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는 '계단형'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월드컵, 나아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2010년)까지 박지성의 성장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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