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3 11:36최종 업데이트 24.05.1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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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일본 최초의 채권형 주식 상장식에서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가 타종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라인야후 네이버 지분 매각 강요 움직임이 지난 8일과 9일 라인야후와 소프트뱅크의 결산 발표를 기점으로 확실시됐다. 특히 소프트뱅크 미야카와 준이치 최고경영자(CEO)는 "1주부터 전체 지분까지 (매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네이버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매수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자인했다.

이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일본 정부는 "지분 매각을 공식적으로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10일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 대신 역시 정례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정보유출이라는 시큐리티적 관점에서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기에 총무성으로서는 철저한 재발방지대책, 이용자 이익의 확실한 보호를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한 것이고, 그 내용은 안전관리조치 등의 강화, 자본적 지배를 상당 부분 받고 있는 관계의 재검토, 지주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시큐리티 거버넌스의 본질적인 재검토를 가속화해달라고 했을 뿐 경영권 관점에서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적은 없다."

그는 자본관계, 즉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말했지만 이와는 모순되는 "자본적 지배를 상당 부분 받고 있는 현재 관계의 재검토"를 지시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전형적인 일본관청 및 정치인의 화술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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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최초 행정지도 이후의 과정을 보면 일본 정부의 본심이 지분 매각에 있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10페이지에 달하는 최초 행정지도 이후 라인야후는 총무성에 답변서를 보냈다.

상당 부분은 총무성이 지적하는 재발방지책에 초점을 맞춘 답변서였고, 지적 당한 각각의 내용에 따라 매우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 적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자본적 관계 재검토는 무슨 뜻인지 애매모호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지주회사들이 협의한다고밖에 쓸 수 없었는데, 2차 행정지도에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문제시하는 걸 보고 그제서야 일본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무성은 4월 16일 2차 행정지도에서 자본적 관계 재검토에 대해 적나라하게 매우 강한 어조로 "언제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7월 1일까지 답을 내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7월 1일이 아니라 5월 8일과 9일로 예정돼 있던 라인야후 및 소프트뱅크의 결산일에 지분 매각에 대한 구체적 결론이 나와야 한다는 총무성의 비공식적인 압박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 본다면 네이버가 오래전부터 라인야후 지분을 넘기기 위해 준비해 왔었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총무성의 의도가 본격화된 2차 행정지도 이후 부랴부랴 지분 관련 협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제재
 

2019년 8월 2일 서울역에서 일본이 무역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 이희훈


일본 정부가 왜 이런 행동에 나섰는가에 대해선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 및 집권여당 자민당이 2019년부터 공들여온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이하 경제안보법)'을 거론하지 않고선 이번 사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없다.

원래 경제안보법은 중국을 타깃으로 한 측면이 컸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화선은 2019년 8월에 있었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사건이다.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대한 아베 신조 정권의 정치적 대응이었다. 당시 일본 내에서도 법적 근거가 없었기에 경제산업성이 정령 형식으로 해당 기업 및 관청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때 법률적 근거의 필요성을 느낀 아베 정권은 2019년 9월 13일 경찰청 출신의 기타무라 시게루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장에 임명했다. 공안 출신의 기타무라는 탈냉전 시대 이후 '경제안보'를 줄곧 외쳐 온 사람으로 아베 신조 및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최측근이었다. 이후 '그림자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내각부 내각정보조사실의 최고 고문이 된다.

이와 동시에 자민당은 '경제안전보장일괄추진법안'을 책정하기 위한 모임을 만든다. 현재 자민당 내에 설치돼 있는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본부장 아마리 아키라)의 전신이 바로 그것이다.
 

2023년 12월 1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새롭게 임명된 각료 4명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 기시다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사카모토 데쓰시 농림수산상. ⓒ 연합뉴스

 
2021년 10월 기시다 1차 내각이 발족했고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일본의 경제안전보장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한달 후 제 1회 경제안전보장추진회의가 열렸고, 내각관방부에 '경제안보법제 준비실'이 설치된다. 이후 16차례에 걸친 회합을 가진 끝에 2022년 5월 11일 "경제시책의 일체적 조치에 따른 안전보장확보 추진에 관한 법률안" 즉 '경제안보법'이 통과된다.

이후 경제안보법을 바탕으로 각종 제도가 만들어진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만 보자면 ▲ 주요 물자의 안정적인 공급 확보에 관한 제도(2022년 8월 1일) ▲ 첨단 주요 기술의 개발지원에 관한 제도(2022년 8월 1일) ▲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확보에 관한 제도(2023년 11월 17일) ▲ 특허 출원의 비공개에 관한 제도(2024년 5월 1일) 등이 있다. 5월 10일에는 '신변조사 제도'가 통과됐다.

라인야후는 특정사회기반사업자로 지정됐고 이는 위에서 언급한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인 공급확보에 관한 제도"의 제약을 받는다.

행정지도 안에는 전기통신사업법이 등장하는데, 전기통신사업법의 실질적인 상위법이 경제안보법에 해당한다. 즉 경제안보법에 의거해 마련된 기간 인프라 산업 제도 아래 14개 분야가 지정됐는데, 이 중 열 번째에 전기통신사업이 있고 라인야후는 전기통신사업이 지정하는 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국 경제안보법의 제재를 받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2023년 4월 4일 경제안전보장상의 중요정책에 관한 제언서를 건네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오른쪽에서 세번째). 현재 일본 경제안보법의 주요 제도 및 법령은 이 제언서에 따라 차근차근 제정되고 있다. ⓒ 자민당

   
그렇다면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 공급확보에 관한 제도는 어떻게 마련됐을까. 2023년 4월 4일 자민당 정책조사회 산하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아마리 아키라 중의원), 안전보장조사회(오노데라 이쓰노리 중의원), 사이버 시큐리티 대책본부(시모무라 하쿠분 중의원), 디지털사회 추진본부(히라이 다쿠야 중의원)는 14페이지짜리 '경제안전보장상의 중요정책에 관한 제언서'를 들고 기시다 총리와 당시 경제안보상이었던 다카이시 사나에를 찾아갔다.

제언서는 크게 '시큐리티 클리어런스(SC) 제도의 도입', '사이버 시큐리티(CS)의 확보', '경제 인텔리전스(EI)의 강화'로 이뤄져 있으며 제언의 이유로 "경제안보상 중요한 정보가 보전되고 정보를 취급하는 인적 자원의 적성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가 일본에선 충분히 마련돼 있지 못한 현실을 바탕으로 국제적 정합성 등의 관점에서 재빠른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향후 1년 이내를 목표로 가능한 한 빠른 검토를 하여 법 개정 및 체제 정비를 행해야 하며 특히 사이버 시큐리티는 종래의 수동적인 방위가 아니라 유사시 평시 관계없이 사전 예방에서 사후 대처까지 포함해 공격 영향을 경감시킬 수 있는 능동적 방어의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위해 실시권한 등의 법정비 및 관련 법령의 관계를 정리하여 능동적 방어를 실시할 권한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경제안보법 및 그 제도들을 다루는 주무기관으로, 총리 직할 국가안전보장국(NSS)과 내각부 내각정보조사실(CIRO)이 등장한다. 이 두 기관과 떼어놓을 수 없는 인물이 앞에서 언급한 기타무라 시게루이며, 이후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NSS와 CIRO가 모든 정부기관의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라인야후 사태 역시 시기적으로 본다면 자민당 정책조사회 제언이 받아들여져 2023년 11월에 제정된 경제안보법에서 지정된 기간 인프라 산업의 안정적 공급확보 제도의 구속을 받는 전기통신사업에 걸린, 어떻게 보자면 '시범 케이스'가 된 셈이다.
 

2023년 4월 4일 자민당 정책조사회가 작성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에 제출한 '경제안전보장상의 중요정책에 관한 제언서' ⓒ 박철현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지분을 팔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순 없다. 그래서 '자본관계의 근본적 재검토'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관습상 저 말은 지분매각을 통한 지분율 조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갑작스레 한국 여론이 들끓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지분 매각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시작으로 다들 톤 조절에 나선 것이다. 총무상의 '자본적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했을 뿐 경영권 관점에서의 자본 관계 협상은 언급한 적이 없다'라는 이상한 논법이 대표적이다.

어찌 되었건 일본은 5년 동안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준비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4월 말에서야 파악했다. 정치적 의도가 명확한 사안인데 물리적으로 제대로 대처할 시간이 없다. 라인야후 역시 일본 기업인 이상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더더욱 커다란 문제에 봉착한다. 라인야후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이다.

"총무성 하자는 대로 하면 라인은 네이버 기술을 안 써야 하는데, 그게 사실상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게 하려면 시간적으로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그동안 현재 라인 애플리케이션은 앞으로 신기능 추가나 신규 기획을 못 한다. 지금 라인이 네이버 기술이니까. 근데 라인은 플랫폼이다. 플랫포머가 업데이트를 못한다?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실제로 라인야후 역시 네이버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즉 완전한 기술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대만,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라인 계열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들은 어떻게 되는지도 불투명하다. 여러 문제, 사안들이 중첩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이번 협상은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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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https://omn.kr/28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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