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도 만나는데, 대통령은 왜 우리를 안 만나주나"

“문재인 대통령님, 좀 만납시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데 왜 만나주지 않는 겁니까!"

처절하지만 당당했다. 필사적으로 땅을 기고 구른 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광화문은 장애인들 곁에 아직 그대로 서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한 뼘 한 뼘 나아갔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이었다.

'장애인의 날' 하루 전인 19일 오후 전국에서 모인 77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장애인 차별 철폐와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 행진에 나섰다. 이날 행진을 기획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77명의 의미를 “칠월 칠석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중증장애인들”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간절히 원한다는 뜻이다.

420공투단은 이날 오체투지에 앞서 결의대회를 열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시설수용정책 등 ‘장애계 3대 적폐’ 폐지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 장애인노동권 및 교육권 보장, 장애인활동지원 확대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 당사자, 장애인 학부모,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민용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했는데, 어떻게 사람을 차별하나”라면서 “왜 우리를 수용시설에 가두고, 등급을 매겨놓고, 부양의무제에 묶나”라고 성토했다.

역시 발달장애인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국가는 국민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외쳤다. 이어 “남북도 만나기로 했는데, 문 대통령은 왜 우리를 안 만나주나”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오체투지에 참여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더 이상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는 것을 저기 보이는 청와대에 가서 힘차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면서 “이제 이 땅에서 배제되고 거부 당하고 소외되서 차별받는 세상을 멈췄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선두에서 오체투지 중이던 한 장애인은 “우리의 치부를 다 보여주면서 여기 이렇게 바닥을 기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에 목숨 걸고 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청와대로 가는 것”이라고 동료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은 '장애인의 날'에도 계속된다. 420공투단은 2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2차 결의대회를 연 뒤 청와대 앞 농성을 무기한 이어갈 예정이다.

(취재: 정교진 조민웅 기자 / 영상편집: 조민웅 기자)

ⓒ조민웅 | 2018.04.20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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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실하려고 애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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