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4.18 12:00최종 업데이트 24.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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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 김동석

 
'슈퍼 화요일'이었던 지난 3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가 결정되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식화되면서 재격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1월 5일에 있을 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 현장을 읽으며 활동하는 미주한인유권자연대의 김동석 대표를 지난 9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미주한인유권자연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영어로는 미주한인풀뿌리연대(Korean American Grassroots Conference)라고 한다. 우리의 목표는 워싱턴에서 연방의회를 상대로 입법 기능을 갖추는 것이다.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과 한미 관계 발전을 위해 일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뉴욕도시권 한인커뮤니티에서 20년 넘게 활동했고 워싱턴에서 10년째 자리하고 있다.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는데 ▲ 주요 상임위 보좌관들을 초청해 이슈 브리핑을 하고 ▲ 한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방의원실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 미국 10여 도시권의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회기마다 정책자료집을 발간해 의원실에 배포하고 ▲ 연방의회 내 한인 보좌관들의 네트워킹을 한다."

-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을 예측해 주목받았는데 당시 트럼프가 당선된 기류는 무엇이었나?

"내가 예견했다기보다는 당시 트럼프가 일으킨 바람을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무시하지 말고 트럼프를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2016년 대선을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가 이긴 것이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졌다고 보는 것이 맞다.

2015년 말부터 트럼프 진영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티파티(공화당 내 강경 보수파) 활동가임을 알고 있었다. 흑인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역반응이 우파 유튜버들을 결접시키는 현상으로 드러났고 2014년경 결정된 젊은 우파 활동가들이 터닝포인트 USA(청년 보수단체)로 조직되었다. 이런 우파 활동가들이 트럼프 진영으로 몰렸다.

2008년 오바마 캠페인부터 선거판에 새롭게 등장한 현상은 '흐름'이 결론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조직이나 재원이 받쳐주는 힘 있는 후보가 아니라 떠오르는 후보, 상승세를 타는 후보에 주목해야 한다. 2016년에는 트럼프라는 정치권 밖의 후보가 바람을 만들어 상승세를 보였다. 뉴욕의 맨해튼 부동산 파워브로커들이 트럼프 캠프를 운영하게 되었고 뉴욕의 정치방식이 트럼프의 캠페인이 되었다.

트럼프의 캠페인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양당 정치가 2008년 금융위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정치권이 자본가들의 책임을 묻지 않고 구제금융을 그냥 퍼주고 말았다. 오바마 정부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에 분노한 백인 저소득층 노동자들이 화풀이하며 길거리로 나오게 된 것이 트럼프 유세에 참석한 군중이다. 보수정당인 공화당이 아니라 극단적인 우파 성향의 시민들이 트럼프를 보고 나온 것이다. 이런 정치 바람이 우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캠페인을 주도했고 중·서부 백인노동자들이 트럼프의 언어에 견인되었다."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았다면
 

2021년 1월 20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의 북측 현관인 노스 포티코에 도착해 계단을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트럼프가 패한 원인은 투표율이다. 팬데믹 상황이라 정상적인 선거는 아니었다. 만약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트럼프가 연임을 했을 것이다. 당시 투표율이 역대급이었는데 66.9%의 높은 수치였다. 트럼프가 부정선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이것으로 우편투표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선거 한 달을 앞두고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열흘 정도 병원에 격리되어 있다가 급기야 병원을 탈출해 경합 주 유세를 갔는데 지지율에서 밀리던 플로리다를 두 번 방문해 뒤집었다. 트럼프 캠프에서는 트럼프가 코로나에 감염만 되지 않았더라면 위스콘신과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애석해했다."

- 지난 3일 <뉴욕타임스>는 핵심이 되는 7개 주 가운데 6개 주에서 트럼프가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우세로 보나?

"경합 주 여론조사는 불룸버그의 조사가 표본도 많고 더 광범위하다. 블룸버그가 지난 3월 26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상승세를 보였다. 위스콘신에서는 1%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고 미시간에서는 트럼프와 동률이었다. 아직은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조지아 등에서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에서 이기고 있다. 재판에 끌려다니느라 유세를 못했던 트럼프가 부랴부랴 위스콘신과 미시간으로 갔다.

지금 누가 이길 것인가를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경합 주 지지율을 보면 지금 투표를 할 경우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복귀할 것이다. 슈퍼 화요일 이후 트럼프는 계속 민·형사 재판에 시달리느라 캠페인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렇지만 트럼프의 결집된 지지층이 축소되지는 않았다.

바이든 측은 고심이 많다. 지지층의 높낮이가 유동적이고 최근 MZ세대를 포함한 소수계 중심의 진보 세력들이 빠져나가는 추세라 바이든 캠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선거자금 모금이 여유 있게 들어와서 경합 주에서 크게 홍보활동을 이어가고는 있다.

그렇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바이든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해 진보세력 내 불만이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민(난민) 문제와 함께 바이든에게 아주 불리한 변수이다. 최근 흑인과 히스패닉 지지층도 이탈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일변도 지원에 대한 항의 표시이다."

- 바이든과 트럼프가 격돌했던 2020년 대선과 이번 대선의 차이는 무엇인가?

"팬데믹이 끝나고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른다는 차이가 있다. 양쪽의 유불리를 따져보면, 투표율이 낮아도 트럼프 지지층은 반드시 투표하고 바이든 지지층은 투표율이 높아야 유리한 결과가 항상 나왔다.

일반적으로 미국 유권자의 편재를 보면 민주당이 35%, 공화당이 25%, 무당적 유권자가 35~40%를 차지하고 있다. 양당이 항상 박빙인 것은 공화당은 유권자 숫자가 적지만 투표율이 높고, 민주당은 투표율이 낮지만 유권자 숫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미국의 선거 현상인데, 2020년 대선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유권자의 2/3 이상이 사전투표/우편투표를 했다. 평소 투표를 잘 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우편투표를 하는 바람에 투표율을 한껏 높였던 것이다. 덕분에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700만 표 이상을 더 받을 수 있었다."

팬데믹이 2020년 미국 민주당 후보를 바꿔
 

2021년 1월 20일(현지시간)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워싱턴 EPA=연합뉴스


- 코로나 팬데믹이 미국정치와 대선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1930년의 대공황, 1960년대의 인권운동, 2001년의 911테러 등 돌이켜보면 사회적 재앙이 닥쳤을 때 미국 정치권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를 계기로 정치권 판도가 달라지곤 했다. 그런데 2020년에는 이 세 가지 재앙이 동시에 찾아왔다. 코로나와 인플레이션, BLM(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이다. 이 세 가지 사회적 재앙에 직면해 선거가 치러졌다.

팬데믹은 2020년 미국의 민주당 후보를 바꿔놨다. 당시 대선 프라이머리가 시작되었을 때 버니 샌더스의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민주당 지지층의 요구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아이오와, 뉴햄프셔를 거치면서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는 것이 거의 확정적으로 보였다.

당시 나는 4위를 하는 바이든이 후보가 될 가능성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아예 바이든 캠프에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러다 2008년 오바마에게 표를 몰아줬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부채 의식이 있던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흑인들이 힐러리가 지원하는 바이든에게 표를 몰아 주는 바람에 바이든이 1위를 했다.

그 직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팬데믹 선언이 있었고 그때부터 모든 선거는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이후 다른 민주당 경선 후보들이 사퇴하고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갑자기 바이든이 선두에 섰다. 순전히 팬데믹 덕분이라고 본다."

- 미국 한인사회에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팬덤이 있거나 한인들이 미 대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는가?

"미국에서 정치세력은 백인과 비백인으로 나뉘고 비백인 중에서 소수계는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으로 분류된다. 나는 소수계 이민자 그룹 가운데 아시아계(AAPI) 시민참여 활동가이고 특별히 한국인이라는 분류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한인그룹이 미국의 연방 정치권에 의미 있게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시아인의 정치력을 보여주는 조지아주 사례가 있다. 2016년에 트럼프가 힐러리를 5.09%포인트 차이로 이겼지만 2020년에는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아시아계가 민주당에 몰표를 줘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0.23%포인트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 조지아주는 그런 아시안들 때문에 연방상원 2명이 모두 민주당이다."

"일본의 아시아 주도 의지... 한국이 간과해서는 안 돼"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포르노 스타에게 지급한 성추문 입막음 비용 부정 지출 관련 혐의 재판 심문기일에 출석해 심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 사법 리스크가 트럼프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트럼프 캠프의 가장 큰 약점인데 본격적인 프라이머리가 시작되기 전(지난해 10월 말)까지는 오히려 동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바이든에게 정치적 탄압을 당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 기부금이 더 많이 들어왔고 지지층이 결집했는데 경합 주에서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한동안 트럼프와 측근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했다.

그런데 사법 리스크가 정리되고 연방 검찰이 구체적 사안을 가려 정식으로 기소 절차를 밟게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달라졌다. 일단 재판 진행 과정에 들어가는 금액이 어마어마하다. 항소를 유지하기 위해 마련해야 하는 보석금이 1~2억 달러다.

슈퍼화요일이 끝나고 3월에 예정된 재판을 연기하기 위해 트럼프의 전 재산을 다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의 측근들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트럼프가 정말로 겁을 먹었다고 한다. 이 당시 돈을 빌리려고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트럼프의 모습이 만평으로 나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형사 기소만 4가지이고 민·형사를 다 포함하면 소송만 80개가 넘는다. 경합 주의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트럼프에게 걸린 4가지 형사 기소건 중 하나라도 유죄판결이 나오면 트럼프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하는 유권자가 그곳에서 니키 헤일리(공화당 경선 시 경쟁 후보)를 지지하는 숫자보다 많다. 대통령 재임 중 일어난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 문제인데 트럼프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분위기이다."

- 바이든이나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각각 한국에 끼칠 가장 큰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누가 되든 미중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무늬만 다르지 '미국 우선'이라는 내용은 바뀌지 않는다. 외교 안보 측면으로 보면 대중국 전선에서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일본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 관계까지 윤석열 정부와 합의를 봤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바이든이 정권을 다시 잡았을 때 이런 기조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전혀 맺지 않으면 북중러는 자동으로 결합된다. 이렇게 되는 상황은 일본에 치명적이다. 아마도 바이든 정부는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를 갖도록 할 것이고 워싱턴을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숨겨진 아젠다 중 하나이다.

트럼프의 경우, 재집권 준비를 하는 '프로젝트 2025'의 안보와 외교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북한, 중동, 우크라이나 전쟁도 집단(동맹) 안보가 아니라 미국이 직접 일대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주한미군에 대해 군인 한 명당 얼마씩을 한국 정부에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차기 미국 권력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에도 보이고 바이든 정부와는 이미 공유하고 있는 면적이 넓다. 일본이 아시아를 완전하게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을 한국이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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