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20 06:15최종 업데이트 23.11.2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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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2023.11.17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끝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지 못한 채 19일 귀국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시 주석의 빡빡한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중국 측이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소원했던 한중 관계가 여전히 냉각 상태임이 확인된 셈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화해무드'로 돌아선 가운데 한미일 밀착 일변도의 '윤석열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APEC 순방의 핵심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개최 여부였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과 경제무역관계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 개최는 당면한 과제였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다소 경직됐던 중국과의 관계개선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습니다. 외교라인에서는 일찌감치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성사에 공을 들였고, 대통령실 안팎에선 윤 대통령 출국 전부터 "한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불발에 대해 6년 만에 방미한 시 주석 일정이 바빴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용시간은 제한돼 있고, 중국은 우선 미국과의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어떤 나라와 얼마나 콤팩트하게 회담을 나누고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시 주석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물론 기시다 일본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심지어 멕시코·페루·피지·브루나이 정상들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 설명에 따르더라도 한국이 이들 국가와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는 얘기가 됩니다.

대통령실은 한중 정상회담 대신 APEC 행사 전 윤 대통령이 시 주석과 악수하고 담소한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불과 수 분 간 통역을 끼고 이뤄진 대화에서 두 정상은 서로 "APEC 회의에서 성과를 내길 바란다"는 덕담을 한 마디씩 주고받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한중 간 현안인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경제 협력 문제 등 구체적 사안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중일도 정상회담 했는데... 협소해진 한국의 외교 공간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첫 정상회담 이후 만남을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전 첫 대면 역시 상견례 성격이 강했습니다. 외교가에선 한중 관계가 한미일 밀착 속에서 여전히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국이 올해 의장국으로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재개도 어렵게 됐습니다. 공고한 한미일 결속을 자산으로 한중 관계까지 개선하려던 윤 대통령의 전략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외교전문가들은 한중 회담 불발에 대해 중국이 의도적으로 기피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중국이 예민한 이슈로 얽혀 있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한미일의 공동 행보에 균열을 내려 하는 것으로 파악합니다. 저변에는 지난 4월 대만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발언의 여파가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외교가에선 미중 관계가 회복되는 가운데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습니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관계가 안정화로 국면이 전환되면서 한국의 입지는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중일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한국의 외교 공간은 더 협소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 불발은 대중 리스크 관리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일 결속 강화에 올인했던 윤석열 정부 외교 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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