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30 06:28최종 업데이트 23.10.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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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북 안동 병산서원에서 열린 유림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27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보수 결집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도 최근 활동 폭을 넓혀 관심이 집중됩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았고, 이 전 대통령도 재임기간 설치한 4대강 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을 만났습니다. 보수 정당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공개행보는 내년 총선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보수대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전통 보수층 재건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입니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난 다음날 경북 안동을 찾아 유림들과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연 이틀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간 것은 이례적입니다. 지방을 방문할 뚜렷한 현안도 없었다는 점에서 최근 TK지역 지지세 하락에 따른 집토끼 구애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심상치 않은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 

이런 가운데 최근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활동도 부쩍 늘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 추도식 참석에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구 달성군 사저 인근 전통시장을 방문했습니다. 언론과의 접촉도 강화해 사면 후 첫 인터뷰를 하는 한편 회고록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사면 이후 국립대전현충원 묘역 참배를 시작으로 여러차례 공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지난 25일 열린 4대강 보 걷기 행사에는 친이명박계 인사 30여 명이 동행해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이런 두 전직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당히 정치성이 개입된 행동이라고 분석합니다. 사법적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치적을 드러내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입니다. 자신들의 언행이 어떤 여파를 미칠지 누구보다 잘 아는 정치인으로서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옛 친이·친박계 인사들이 내년 총선에서 일정 역할을 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주목할 점은 여권의 반응입니다. 최근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여권 핵심부에서 나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박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가진 경험이나 영향력 등을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지난 25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예방한 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국정을 운영한 전직 대통령의 활동은 나쁜 쪽보다 좋은 쪽이 많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권에선 여권이 두 전직 대통령을 끌어 안는 총선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과거 친이·친박계 인사 일부에게 공천을 주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이를 통해 외형적으로나마 보수진영이 총결집했다는 인상을 줘 지지를 이끌어내자는 계산입니다. 여기에는 최근 친박계 인사들이 TK지역에서 독자출마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보수대통합'이 실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검사 시절 박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전력으로 아직 보수층에 앙금이 남아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 인사들은 총선을 치를 때 서로 '공천 학살'로 패인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박근혜∙이명박 등 세 사람이 악연을 딛고 뭉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겁니다. 총선 국면에서 이들 간에 어떤 합종연횡이 펼쳐질지 주목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충재의 인사이트>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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