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01 06:33최종 업데이트 23.05.01 07:04
  • 본문듣기
<이충재의 인사이트>(https://chungjae.com)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충재 기자는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자료사진) ⓒ A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께 한국을 첫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기 방한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당초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가 끝나고 여름 이후 답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터라 더욱 주목을 끕니다. 외교가에선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석열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조처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한일 간 결속을 일본이 주도한다는 모양새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는 겁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 군사동맹 체제 가속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일 양국은 기시다 총리 조기 방한 문제를 놓고 물밑 협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이 19일부터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초대된 이후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이 G7 참석을 위해 연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럽다는 점이 논의 배경이라고 합니다. 가뜩이나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굴욕외교' 비판이 큰 상태에서 기시다 총리 답방 없이 윤 대통령이 일본을 찾게 되면 부정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일 정상이 '셔틀 외교'에 합의한 만큼 기시다 총리의 답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우리 측이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허용하나 

외교전문가들은 기시다 총리 조기 방한의 더 큰 이유로 미국의 의향을 거론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본과 관계 개선을 꾀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추켜세우면서 보다 긴밀한 한일 협력을 촉구했습니다. 이런 언급은 윤 대통령 뿐만 아니라 기시다 총리에게도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일본 언론들도 "일본 정부로서는 이런 흐름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동맹국인 미국이 중시하는 일-한 결속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한일 간의 과도한 군사적 밀착입니다.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한일이 '지소미아 정상화' 이후 북한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탄약과 연료, 무기부품 등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만약 일본 자위대 수송기와 함정이 탄약·연료 등을 싣고 한국 항구, 공항에 들어올 경우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허용하게 됩니다. 자칫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촉진하고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에 빨려들어 갈 것이란 우려를 피할 수 없습니다.

더 걱정되는 점은 최근의 한일, 한미일 관계를 주도하는 이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2년 밀실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다 여론의 반발로 사퇴하는 등 대표적인 '한일 군사동맹론자'로 분류됩니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과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등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외교안보 정책에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도 김 차장 주도로 한일 군사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선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성의'를 기대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에 역대 내각의 담화 계승 정도만 언급하는 데 그쳤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시다 총리가 '사과와 반성'을 언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시다 총리가 여전히 자민당 보수파의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한국 쪽의 요청에 응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입니다.

정치권에선 기시다 총리 방한 때 한일 군사협력 방안만 강조될 경우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가뜩이나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군사협력이 가속화하는 데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큽니다. 미국 국빈 방문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윤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북핵 대응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더 원하는 건 강제동원과 독도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솔한 사과입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