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의조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황의조가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손흥민-황의조 1992년생 동갑내기 손흥민과 황의조가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찾아온 부상 악령이 한국 대표팀을 덮친 사례는 많다. 황선홍(1998 프랑스 월드컵), 이동국(2006 독일 월드컵), 김진수(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월드컵), 권창훈(2018 러시아 월드컵)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손흥민(토트넘)에게 뜻하지 않은 부상이 찾아올 줄 누가 예상했을까. 안와골절 수술 후 회복 여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선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몇 경기에 출전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벤투호의 공격진은 비상이 켜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흥민의 회복에만 목을 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메워야 한다. 
 
손흥민 중심의 플랜A 전술, 부상으로 물거품되나
 
벤투호는 지난 4년 동안 점진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무엇보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이 중심이 된 공격진 구성만큼은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최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베스트11에서 1, 2선은 대부분 유럽파로 채워져 있을만큼 공격력이 강하다.

특히 벤투 감독은 에이스 손흥민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러한 고민은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돌입하기 전까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플레이메이킹에 대한 짐을 줄여주고, 득점에 치중하도록 움직임을 수정했다. 그 결과 손흥민은 아시아 최종예선 7경기에 출전해 팀 내 최다인 4골을 폭발시키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이후 6, 9월 열린 A매치에서도 손흥민은 6경기에서 4골을 터뜨려 기대에 부응했다. 프리킥 슈팅 감각은 더욱 예리해졌으며, 카메룬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던 헤더골마저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뿜어냈다.
 
손흥민 부재시 플랜B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일관되게 손흥민을 풀타임으로 활용한 바 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만약 손흥민이 월드컵 본선에서 결장한다면 벤투 감독이 준비해온 플랜A 전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공격진에서 확실하게 믿을만한 무기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손흥민 못지않게 공격진에서 비중이 높은 선수는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황희찬(울버햄튼)이었다. 이 가운데 황의조는 벤투호 출범 이후 가장 많은 A매치 득점을 기록하는 등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바 있다. 황희찬도 벤투 감독으로부터 꾸준하게 중용받으며 주전 한 자리를 꿰찼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벤투호의 최전방 구성은 손흥민(왼쪽)-황의조(중앙)-황희찬(오른쪽)이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6,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4-4-2를 기반으로 하는 투톱 변형 전술(4-2-3-1, 4-4-1-1, 4-1-3-2)을 다각도로 실험했다. 이에 손흥민-황의조 투톱, 혹은 황의조가 벤치로 내려가는 대신 활동량이 많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셰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손흥민의 중앙 정착이 고정화 됨에 따라 황희찬이 주 포지션인 왼쪽으로 옮겨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강력한 슈팅력으로 손흥민에게 쏠리는 하중을 줄여주고 있다. 황희찬이 왼쪽 터치라인으로 벌리고, 왼쪽 풀백 김진수가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전술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패턴 또한 벤투호의 주요 공격 옵션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황희찬 황희찬이 지난 6월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 황희찬 황희찬이 지난 6월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황의조-황희찬, 올 시즌 소속팀서 무득점 부진

문제는 황의조와 황희찬의 폼이 예전만 못하다는 데 있다. 황의조는 올 여름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로 임대 이적한 이후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 2시즌 연속 리그앙 보로도에서 두 자릿수 골을 터뜨리며, 가치를 입증한 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강한 발목힘을 이용해 어느 위치를 가리지 않고 시도하는 슈팅력은 월드컵에서도 통한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몸놀림이 무거운 탓에 슈팅 각도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여름 프리미어리그 이적을 추진하기 위해 프리 시즌 기간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황희찬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튼 2년차를 맞은 황희찬은 시즌 초반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서며 1도움을 올리는 등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벤치로 밀려났다. 브루누 라즈 감독이 경질된 뒤 황희찬은 지난 6일 브라이튼전, 10일 리즈전에서 연속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벤투호가 처한 상황은 절망적이다. 확실하게 방점을 찍을 스코어러가 없다. 정우영은 2선 모든 위치를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성·많은 활동량·압박에 특화된 자원이며, 전문 골잡이 유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올 시즌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에게 기대를 걸기엔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팀과의 수비진을 상대로 얼마나 경쟁력을 보여줄지 미지수다.
 
첫 경기 우루과이전까지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 남짓이다. 이 기간 동안 벤투 감독이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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