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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나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 안위를 위해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지. 햇빛을 보냈다면 되레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태풍을 보내니 굳세게 버티게 되더라. 의도치 않게 전사가 됐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023년 6월까지 보장된 자신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전사'라는 말로 표현했다. 

전 위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퇴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만에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14일 전 위원장에게 '국무회의 참석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했고, 윤 대통령은 사흘 뒤 직접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라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겨냥했다. 이후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라며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6월 말엔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받았다. 권익위가 7월 1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변드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밝히자, 같은 달 27일 또 다른 여당 의원이 나서 재차 유권해석 질의와 답변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월 28일, 감사원은 '전 위원장 복무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권익위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두 차례 기간이 연장된 감사는 지난 9월 29일 종료됐다. 감사 종료 하루 전, 감사원은 권익위의 서해 공무원 관련 유권해석 담당 실무 직원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6일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유족이 권익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전 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와 여당, 여기에 피격사건 유족까지 손발을 맞춘 듯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이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겪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 위원장은 "이번 정권을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그 최전선에서 맞서게 된다는 부담감,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발당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이 해당 사건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나와의 관련성을 만들어냈고 내 답변을 두고 감사원은 감사를 하고, 이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라며 "일련의 상황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 위원장은 최근 마무리된 권익위에 대한 감사에 대해서도 "모두 문제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내가 정말 청렴하게 권익위원장을 했다는 사실이 감사로 인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허탈한 듯 웃었다. 

현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남겨둔 상황.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칼을 빼고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며 권익위에 쳐들어왔는데 빈손이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나"라며 "뭘 가지고 엮을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6일 진행한 전현희 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10명 갑자기 들이닥쳐... 위원장 2년 탈탈 털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 총체적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은 여전히 유효한 건가. 

"기관장으로서 조직과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부패 방지와 권익 구제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 둘 때문에라도 사퇴할 수 없다. 법에 권익위원장의 임기와 권익위의 독립성이 명시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혹한 시기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고 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버리고 그만두면 비겁한 일이다. 때문에 개인 전현희를 희생하며 어렵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정권의 압박이라는 상황에 몰리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 생긴다. 나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 안위를 위해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지. 햇빛을 쬐면 되레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태풍을 보내니 굳세게 버티게 된다. 의도치 않게 전사가 됐다."
 
- 감사원이 감사한 내용이 결국 ▲위원장의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 1건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 문제 ▲위원장 관사 관리 관련 비용 건 ▲위원장 근태 ▲위원장 행사 한복 관련 건 ▲위원회 고위 직원 징계 관련 건 ▲위원회 일반직 직원 채용 관련 건이었다고 지난 9월 21일 회견에서 밝혔다. 

"권익위원장을 표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감사원 특별조사국 직원 10명이 들이닥쳤다. 통상 감사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전격적인 감사였다. 나를 표적으로 내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2년을 탈탈 털었다. 어마어마한 비리가 있어야 될 거 같은데, 조사한 내용을 보니 편집국장과의 오찬이었다. 정말 최대치로 봐도 4000원 초과(전 위원장은 지난 2월 언론사 편집국장과 오찬에서 1인당 3만 4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 기자 주)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 3만 원 이상 음식물 접대를 금지하고 있다. 참석 인원을 확인해 보니 1인당 3만 원 이하였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다. 사실관계를 다퉈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게 청탁금지법 위반인 것처럼 막 부풀려서 (감사원은 언론 등에) 얘기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시절 이를 보도한 기자와 담당 판사에게 술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한 일이 있다. 이 건은 경찰에서 이미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종결 처리했다. 이 건과 비교해 보라. 내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관사 동파 수리 문제도 횡령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행사 한복 대여건도 터무니가 없다.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처리했다는 게 확인됐다.

제가 정말 청렴하게 권익위원장을 했다는 사실이 감사로 인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업무적으로 문제 삼으려는 유권해석 관련해서도 유권해석 실무진이 결론을 내고, 저는 그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이다. 그 결론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결론을 변경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권익위의 독립성을 위원장이 지켜줘야 하니까.

그런데 감사원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성 있게 결론을 변경했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감사원이 칼을 빼고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며 권익위에 쳐들어왔는데 빈손이다, 이러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나. 뭘 가지고 엮을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5월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월 19일부터 본격 시행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신고방법 및 신고자 보호 보상, 향후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때 입은 암행어사 한복을 문제 삼았다. ⓒ 연합뉴스
 
- 한복은 지난 5월 '명예 암행어사 행사' 때 입은 그 한복이 문제가 됐던건가.

"맞다. 그런데 참 구차해서... 대한민국 감사원이 그 많은 특별조사국 직원을 동원해 그걸 비리라고 파고 있다는 게 (감사원이) 민망한 일이다."
 
전 위원장이 '민망하다'며 말을 아끼자 인터뷰에 동석한 권익위 관계자가 정황 설명을 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에서 국제반부패회의가 크게 열렸다. 큰 행사는 장소 대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와 함께 준비하는데, 당시 그 업체를 통해 위원장 행사용 한복을 빌렸다. 이후에 그 업체가 한복 대여업체에서 빌렸던 그 한복을 행사 소품용으로 구매해서 갖고 있었다. 

지난 5월에 명예 암행어사 위촉식 행사 때 입을만한 한복이 있나 알아보던 차, 업체가 지난 번에 위원장이 입었던 그 한복을 갖고 있다고 그냥 빌려주겠다고 했다. 정부기관이 예산도 있고 굳이 돈을 안 주고 빌려 입을 이유가 없다. 그 보라색 한복만 세 번인가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을 지급한 사항이다." (기자주- 감사원은 왜 보라색 한복을 그냥 제공 받았냐고 문제 삼았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 겨냥"

- 지난 4일 감사원 감사의 법적 문제점 열 가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중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하는 게 '직권남용'으로 보인다. 

"업무를 하더라도 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면 직권남용이다. 그래서 감사원이 감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페이스북에 지적해 놓은 것이다.

이번 감사는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시작한 감사라서 직권남용 소지가 있고, 이것이 직권남용이라면 감사 결과 자체가 위법한 감사가 된다. 또 그 결과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건 또 다른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면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관련해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국정감사 중이니 당분간은 국정감사에 집중하고 이후 시기를 보고 있다. 

법적 대응만 할 것이라면, 증거를 한꺼번에 모아서 수사기관에 가지고 가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감사원 직원들도 똑같은 공무원이고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공무원들에게 감사원 관련 법이나 규칙, 판례에 이런 내용이 있으니 감사할 때 유념해서 법과 원칙을 지켜가며 감사하면 좋겠다는 참고의 의미로 올린 거였다. 그런데 잘 안 보는지 위반을 많이 하더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9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권익위 직원 괴롭히기, 불법감사 중단'을 촉구하며, '표적인 권익위원장을 직접 조사하라'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 5일 긴급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국민의힘, 감사원, 검찰이 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렇다면 결국 최종 목표는 뭐라고 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정권 최고 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보인다. 당시 비서실장, 관련 부처 장관들, 청와대 인사들이 다 고발돼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야말로 아무 상관없는 나까지 얼떨결에 끼워넣어졌다. 국민의힘·감사원·검찰까지 이렇게 연계돼서 나를 사퇴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내릴 사항인가.

"권익위는 그 사건과 아무런 업무적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난 6월 국민의힘 의원이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 사건은 주무부처가 통일부, 법무부다. 유권해석이라는 건 소관 법령에 권한이 있는 부처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권익위는 주무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 그래도 요청이 왔으니 실무진이 유권해석을 했고 '권익위에 구체적인 신고나 민원 신청이 들어온 게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알 수 없어 답변 드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답변을 작성했고 그 내용 그대로 나갔다. 그랬더니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도 국민께 사과를 했는데 권익위원장이 답변 못하겠다고 하니 자격이 없다면서 물러나라고 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였다. 
 
국민의힘이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그 답변을 가지고 나와 서해 공무원 사건과 나의 '관련성'을 만들어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르고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  그리고는 이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유족은 지난 6일 직권남용과 공용서류무효죄로 전 위원장을 고소했다 - 기자 주). 일련의 상황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남은 건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냐다.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 감사원 감사는 종료됐고, 이제 감사 결과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소회가 어떤가.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다. 정권의 사퇴압박을 받는 최전선에 본의 아니게 서게 됐다. 이번 정권을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그 최전선에서 맞서게 된다는 부담감,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 법을 지키면서 정해진 임기를 지키고 일하는데 사퇴 압박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감사원 역사상 가장 세게 감사 받은 게 내가 아닐까. 2년치를 탈탈탈 털었는데, 나도 내가 여태 버텨냈다는 게 신기하다. 

감사원은 내가 부당하게 개입해서 유권해석 등의 결론을 바꿨다는 주장을 할 거 같다. 그러나 나는 결론을 바꾸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이걸 어떤 식으로 엮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조작·날조 하지 마라. 부당한 프레임을 씌우지 않도록 지켜볼 생각이다."
태그:#전현희, #권익위원회위원장, #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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