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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시민단체 활동가와 변호사로 활약하다 도의원이 됐다.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라는 다소 이례적인 삶의 경로와 그에 따른 시각으로 경기도를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의정활동 중 마주하는 사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편집자말]
한 학교 도서관.
 한 학교 도서관.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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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후 5시 52분]

경기도 2000여 곳의 학교는 대부분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엔 어김없이 사서가 배치돼 활동한다.

그런데 같은 일을 하는 사서지만 신분은 네 가지로 나뉜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사서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서(정규직 사서교사)와 사서교사자격은 취득했지만, 임용이 아닌 각 학교와 계약을 체결해 근무하는 사서가 있다(기간제 사서교사). 사서가 아닌 타교과 교사자격을 가졌지만, 도서관법에 따른 사서자격을 취득해 각 학교와 계약을 맺어 사서교사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상치교사). 마지막 네 번째는 사서교사 또는 사서 자격을 취득하고 교육청과 계약을 맺어 활동하는 사서다(무기계약직 사서).

2022년 7월 1일 기준 기간제 사사 교사는 696명, 상치교사는 271명 그리고 무기계약직 사서는 1194명에 달한다. 반면 정규직 사서교사는 212명에 불과하다.

교육부와 교육청간 혼선이 만들어낸 '상치교사'

학교도서관의 사서가 이처럼 복잡한 구조를 가진 것은 도서관의 확충과 그에 따른 사서의 수급에 비해 사서교사 자격과 임용 정원 확충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민선 교육감 체제에서 경기도교육청은 1교 1도서관 정책을 빠르게 추진했다. 하지만 도서관의 급격한 증가에 비해 사서교사 정원은 요지부동이었다. 도서관은 교육청 정책만으로 확충 가능했지만 사서교사 정원은 교육부 소관이었다. 교육청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경기도교육청은 고육지책으로 사서교사 자격이 아니더라도 교사자격자가 사서 자격을 취득하면 기간제 사서교사로 채용했다. 본래 교과와 다른 교과를 가르친다고 해서 이들을 '상치(相馳)교사'라 부른다.

상치교사와 무기계약직 사서까지 동원해 겨우겨우 각 도서관에 사서를 배치한 경기도교육청은 무기계약직 사서의 충원을 중단했다. 이후 무기계약직 사서는 점진적으로 줄어들었다. 정년이나 개인 사정 퇴직 사유도 있었지만, 교사 자격을 가진 이들 다수가 기간제 사서교사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비록 기간제였지만 교사이기 때문에 방학이 보장됐고, 급여도 무기계약직보다 30%가량 높았다.

특히 사서교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계약 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대부분 재계약이 되고는 했기에 고용상 불안정함이 없었다. 교사자격이 있다면 굳이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는 무기계약직으로 있을 필요가 없었다.

보수교육감의 '진보 지우기'가 불러온 혼란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첫 기자회견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첫 기자회견
ⓒ 경기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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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민선 교육감이 출범하고 나서 줄곧 진보를 표방하던 후보가 당선돼온 경기도에서 무려 13년 만에(2022년) 보수를 표방한 임태희 후보가 교육감에 당선됐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에 상치교사 채용 중단 지침을 내렸다. 대부분 학교에 사서가 배치된 상황에서 더이상은 사서교사 자격이 없는 교사를 상치시키면서까지 채용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수교육감이 그간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모두 뒤집어 엎으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상치교사의 채용 중단 역시 이런 맥락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상치교사들은 보수교육감이 자신들을 자르려 한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곧바로 상치교사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경기도교육청은 부랴부랴 '현재 채용 중인 상치교사는 기존과 같이 최소 4년의 기간은 보장할 것'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기간제 교사들은 채용된 학교의 정원이 유지된다면 최대 4년까지 재계약이 가능했다. 하지만 상치교사들의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계약 기간 내 사서교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교직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계약직이 기간이 끝나면 그만두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치교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사서교사 자격은 없지만 교사로 학생을 위해 도서관에서 열심히 일했다. 대부분의 기간제 교사들처럼 반복해 재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학교 도서관 사서가 충원되니 '이젠 너희들은 필요 없다'며 내쫓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한계

상치교사의 설움은 백분 공감이 된다. 하지만 사서교사 임용과 사서교사 자격 정원은 교육부, 즉 정부 소관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오랫동안 지속해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사 정원을 증원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학교는 필요하다. 학교에는 도서관이 있고 도서관에는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도서관보다 사서교사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상치교사, 그들의 설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장 그들의 민원을 해결할 뾰족한 수는 없다. 그저 정부에 사서교사 증원을 꾸준히 요구하는 것, 교육청이 그들의 어려움을 살펴볼 수 있도록 신경 쓰는 것이 현재로서는 전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의원이며 현직 변호사이기도 하다.


태그:#경기도 교육청, #임태희, #사서교사, #상치교사, #교육공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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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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