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미성년 성폭행 사건으로 15년을 감옥에서 보냈던 김근식이 이달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회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12건에 이르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을 저질렀고 성범죄자 중에서 재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다시 우리 사회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소아성애증에 가까운 성범죄에 대한 욕망은 과연 치료나 교화가 가능한 영역인가. 법이 내린 형량은, 과연 죗값에 걸맞는 무게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는가. 과연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이러한 성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는가. 출소를 앞둔 김근식을 둘러싼 모든 논란은 바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들이다.
 
김근식의 재범 가능성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10월 1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공포의 하얀 차,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의 출소' 편을 통하여 연쇄 미성년 성범죄자의 지난 범행을 분석해보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현재 상태와 재범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한편, 미성년 성폭행 범죄를 예방할 방법에 대하여 조명했다.
 
피해자 서문주(가명)씨는 어른이 된 지금도 그날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문주 씨는 10여 년 전이던 초등학교 4학년 때 김근식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그날의 충격으로 한동안 성인남자들을 보기만 해도 오랫동안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문주 씨는 최근 뉴스를 통하여 김근식의 출소 소식을 알게 됐고 당시의 아픈 기억과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되며 눈물을 흘렸다.
 
2006년 당시 인천 지역에서는 '하얀차 괴담'이 떠돌았다. '어린 여학생들이 납치되었거나 사망했다', '하얀 차를 탄 아저씨를 조심해라' 등의 흉흉한 이야기들이 주민들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나돌았다.

목격자 최지은(가명)씨는 12살이던 초등학생 시절 통학버스를 놓쳐서 조금 늦게 귀가하려다가 텅빈 학교 주차장에서 하얀 차에 홀로 타고 있는 김근식과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떠올랐다. 자신을 계속 주시하는 시선에 알 수 없는 공포감을 느낀 지은씨는, 학교 건물로 들어가서 선생님을 찾았고 함께 다시 돌아왔을 때 차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고.

2006년 9월 19일 김근식이 경찰에 체포되면서 마침내 하얀차 괴담의 정체가 세상에 드러난다. 김근식은 출소한 2006년 5월말부터 체포된 9월 11일까지 4개월도 안되는 사이에 무려 12건에 이르는 성폭행 범죄를 저지를 만큼 극악무도한 아동 연쇄범죄자였다. 실제로 괴담과 마찬가지로 김근식은 하얀 승합차를 타고 아이들을 유인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수법을 썼다.
 
김근식은 성범죄 15년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해왔고 최근 형기 만료로 10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김근식의 출소와 맞물려 16년 전 그 순간의 고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피해자들의 존재가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006년 당시만해도 김근식 사건은 사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린 독일월드컵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고, 해당 지역에서는 흉흉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데 자칫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여 언론에 정보를 노출하는 것을 자제하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경찰은 해당 지역에 비슷한 피해자들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비로소 연쇄성범죄 사건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김근식은 주로 아이의 선한 동심을 이용하여 도움을 요청하거나 심부름을 시키는 식으로 아이를 차로 유인하고 납치하여 범죄를 저질렀다. 전문가는 이러한 김근식의 범죄유형이 약한 초식동물들이 무리에서 이탈하는 순간을 노려 사냥하는 스타일에 가까운며 '포식자형 아동 성폭력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피해자들의 진술과 주변 탐문 조사를 통해 용의자를 추적했다. 결정적 단서는 범행 현장 인근에서 입수한 CCTV 영상이었다. 차량 번호판은 식별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언급했던 하얀 차에서 범인이 내리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던 것.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하얀 차의 차종을 확인하고 범인에 대한 단서를 추적했다.
 
하지만 차량을 통해 범인을 특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 수사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피해자가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 사건을 최초보도한 강종구 기자는 "경찰에서는 '내일 잡을 수 있어'라고 하는데,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능사인가. 추가범행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도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밝혔다. 언론보도 이틀 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고, 피해자로부터 범인의 DNA를 확보하면서 마침내 범인이 김근식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게 됐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온다는 것을 파악한 김근식은 브로커의 도움을 받아 해외로 도주했다. 하지만 그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범죄조직에서도 창피하다며 보호를 거부하면서 김근식은 다시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김근식은 경찰의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경기도에서 또다시 미성년자를 성추행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
 
결국 공개수배가 시작된 다음날 김근식은 스스로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내며 체포됐다. 당시 김근식의 국선변호인은 "자기 행동을 억제할 수 없어서 스스로 감옥에 있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더라"면서 자수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이미 김근식의 신원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체포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상황이라 사실상 검거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강간치상 전과 19범의 중범죄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김근식이 체포된 이후 그의 충격적인 추가 범죄 이력들이 속속 밝혀졌다. 김근식은 2000년에 이미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한 차례 수감된 것을 비롯하여 강간치상 전과 19범의 중범죄자였다.
 
김근식의 지인들은 2006년 출소 후 젊은 성인여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던 김근식이 "애들만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그가 연쇄성범죄를 다시 시작한 것은 출소한 지 불과 16일 만이었다.

전문가는 김근식이 1차범행 이틀 전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대포차를 구입한 것을 두고, "뚜렷한 목적성이 있다. 결코 충동에 의하여 일어난 범죄가 아니다. 언제든 피해자가 나타나서 적절한 기회만 된다면 저지를 수 있는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근식은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아이를 유인했던 그 자리로 다시 데려다 놓고 사라졌다. 표창원 범죄심리전문가는 이런 패턴이 "김근식의 시그니처"라고 규정하며 "범행을 저지르고 방치된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발견되어 신고할 수 있기에, 어린이들이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야만 이 사건 자체가 불거지지 않고 자신이 범행을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계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근식이 저지른 13차례 범행 모두 피해자의 외음부가 파열될 정도로 심각한 성폭력이었다. 이는 김근식이 소아성애증에 해당하는 성도착 증세를 지니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김근식은 교도소에서도 유명인사였고 동료 재소자나 교도관들에게도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 요시찰 대상으로 분류되는 문제수였다. 전문가들은 모두 이러한 충동적인 공격성이 출소후에도 높은 재범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타깝게도 성도착증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대상 범죄자들은 이제까지의 현대정신의학적 치료 기법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성범죄는 일정한 자극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큰 자극으로 발전해나가는 유형의 범죄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 장면. ⓒ SBS

 
제작진은 아동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김근식의 수법을 재현하는 실험을 단행했다. 실험 전날 아이에게 남자 대역배우의 사진을 보여주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미리 경고를 줬다. 남자는 다음날 마주친 아이에게 짐을 옮기거나 열쇠를 찾아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며 차량쪽으로 유인했다.
 
미리 교육받는 대로 의심스러운 남자의 부탁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자리를 떠난 아이들이 있었던 반면, 어떤 아이들은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고 의심까지 했음에도 선한 마음에 끝내 거절하지못하고 부탁을 들어주고 만다. 몰래 지켜보던 한 실험 아동의 어머니는 "실제 상황에서 나쁜 마음을 지닌 사람이 저렇게 했다면 너무 아찔할 것 같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아동전문가는 "아이들은 의심 가는 상황이 있어도 성인이 설명하거나 설득하면 그냥 수긍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취약성을 설명하며 "이러한 아이들의 순수한 심리를 악용하는 게 정말 불행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아동성범죄의 위험은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최근 80대 노인이 12세 여아를 집으로 유인하여 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른 사건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줬다. 그는 과거에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전과가 있었던 것이 드러났고, 심지어 집행유예 기간에도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도진기 변호사는 "핵심은 두 가지다. '80살이 넘었다는 것'과 '피해자 측과 합의했다'는 것"이라며 재범의 위험이 높은데도 법원이 범인에 대하여 안이한 판결을 내린 것을 꼬집었다.
 
범인인 노인은 처음에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가 바뀌어 치매를 호소하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가해자의 아내는 지금도 혐의를 부인하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노인에게 끔찍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부모는,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서 감당해야 할 상처를 걱정하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안이한 처분

성범죄는 아동과 성인을 떠나 재범의 위험이 높고 범행이 거듭될수록 강도가 세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어리면 어리다는 이유로' 각종 명분을 내세워 성범죄자들에 대한 안이한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사실상 추가로 또다른 성범죄를 저지르자고 법원이 기회를 주고 풀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20년 12월, 형기만료로 출소한 성범죄자 조두순의 사회 복귀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출소한 지 약 2년이 된 지금도 조두순은 24시간 감시대상이 되어 경찰의 꾸준한 관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지역에만 아동을 2회 이상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범죄자들의 숫자는 무려 34명에 이른다. 고령의 노인인 한 아동 성범죄자는 유죄를 인정받아 복역한 후에도 오히려 추행으로 몰렸다고 주장하며 성폭행 등 일부 혐의는 여전히 부정하고 있었다.

현재 출소한 그는 교도소에 있는 동안 형식적인 세미나 정도 외에는 별다른 성교육을 받은 일이 없었고, 출소할 때 초등학교 접근금지 등 별다른 세부조치로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10월 17일이면 신상정보 의무고지기간인 5년이 지나, 그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도 사라지게 된다.

김근식은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불과 15년형을 선고받는데 그쳤고 아직 한창 활동할 수 있는 50대의 나이에 출소를 앞두고 있다. 2006년 누군가에게 성폭력를 당했다는 강명희(가명)씨는 너무 어릴 때 피해를 당하여 성폭력인지도 사춘기가 되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며 안타까운 사연을 고백했다.
 
명희씨는 "죗값을 치르게 하면 마음정리가 되는데, 애초에 그럴 기회를 엄마, 아빠가 박탈했다고 생각하니 진짜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여전히 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명희씨는 "살인사건 피해자는 세상에 없다.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이 느끼는 고통을 피해자 본인이 느끼는 게 성폭행인 것 같다. 평생 계속 상처를 가지고 가야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김근식의 재범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는 김근식같은 소아성범죄자들에게 출소후에도 무기한 치료감호기간을 확대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미국이나 스위스에서는 전문가의 완치 판정이 내려질 때까지 비슷한 제도를 시행중이다.

김근식의 출소는 얼마 남지않아 우리앞에 다가올 현실이다. 안타까운 피해자들과 우리의 아이들을, 끔찍한 범죄와 가해자들의 위협으로부터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준비는 과연 되어있을까.
그알 아동성범죄 김근식 조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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