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9월 둘째주 비영어권 TV 쇼 1위를 차지한 <수리남>.

넷플릭스 9월 둘째주 비영어권 TV 쇼 1위를 차지한 <수리남>. ⓒ 넷플릭스

 
"수리남 정부의 우리 정부에 대한 입장표명은 없었으며, 외교부는 수리남과의 우호 관계 유지를 위해 지속 노력 중입니다." -15일 외교부 안은주 부대변인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과 관련해 수리남 외교장관의 공식 항의 소식이 전해진 15일, 외교부는 위와 같은 입장을 내놓으며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와 관련, 수리남 외교 장관은 <수리남>이 "사실에 근거했거나 근거하지 않았거나 수리남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며 법적 대응 및 대사관을 통한 공식 항의 의사를 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후 외교부가 이 같은 논란을 의식, 넷플릭스이나 제작사 측과 협의해 <수리남>의 영어 제목을 '나르코스 세인츠'로 변경하는데 일조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후 시리즈가 아닌 수리남 국가와 관련된 보도들이 이어졌다. 교민의 안전을 걱정하거나 수리남을 둘러싼 마약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이른바 '수리남' 효과라고 부를 만하다. 넷플릭스 일간 월드 차트 3위까지 오르며 주목을 받은 드라마가 배경 국가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아울러 수리남 외교부의 항의 소식이 소위 '네거티브 마케팅'에 일조했다거나 그 반대로 <수리남> 제작사의 주가 하락까지 뉴스화됐다.

여러모로 K-콘텐츠, K-컬쳐 전성시대의 방증이라 하겠다. 그리고, 그 <수리남>이 이번엔 환영할 만한 소식을 전했다. 넷플릭스 월드 차트 3위(관련 기사 : 전세계 3위 '수리남', 왜 K-가장에 열광하나)에 이은 비영어권 TV 쇼 1위 소식이었다.

전 대륙 고른 인기 보여준 <수리남>
 
영화 <수리남> 스틸컷 영화 <수리남> 스틸컷

▲ 영화 <수리남> 스틸컷 영화 <수리남> 스틸컷 ⓒ 영화 <수리남> 스틸컷

 
21일 넷플릭스 공식 순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9일 공개된 <수리남>은 공개 2주차인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비영어권 TV 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수리남>의 누적 시청 기록은 6천2백만 시간으로 2위인 <다이어리 오브 어 지골로>의 3천4백만 시간의 2배 가까운 수치를 보여 놀라움을 더했다.

한주 전인 9월 첫째주 금요일 공개된 <수리남>은 5위로 데뷔, 2천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한 바 있다. 흥미롭게도, 한주 전 1위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누적 시청 시간은 3천1백만 시간이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바통을 이어받은 <수리남>이 1주만에 2배가 넘는 시청 시간을 기록한 것이다. 심상치 않은 <수리남>의 인기를 반영하는 수치라 할 수 있다.

9월 둘째주 비영어권 차트에서 흥미로운 점은 또 있다. 바로 한국 시리즈의 끝모를 인기다. <수리남>은 전 세계 82개국에서 1위에 등극했다. 9월 둘째주 순위 전체의 경우, 한국 시리즈만 5편이었다. 1위 <수리남>에 이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4위를, <신사와 아가씨>가 5위, <작은 아씨들>과 <환혼>이 각각 9위와 10위를 차지했다.

압도적인 누적 시청수를 자랑한 <수리남>은 아시아는 기본이요, 중남미와 유럽, 아프리카와 오세아니아까지 10위 권 안에 포진되며 전대륙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종영 이후 역주행 중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의 경우, 중남미와 아시아 21개 국가에서, 지난 3월 종영한 KBS 주말극 <신사와 아가씨>는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와 유럽 중 유일하게 프랑스를 포함한 51개 국가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각각 16개국과 12개국에서 선전한 <작은 아씨들>과 <환혼>은 아시아 국가 위주였다. 이중 <신사와 아가씨>가 중남미 및 아프리카, 유럽 중 프랑스에서 인기라는 사실은 확실히 이채롭다. KBS 주말극의 경우, 중년 이상 시청자들이 즐겨 보는 올드한 드라마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시아는 기본이다. 그런 <신사와 아가씨>가 '텔레노벨라'(텔레비전 소설, 라틴계 통속극)로 친숙한 중남미를 넘어 아프리카와 유럽 프랑스 시청자들에게까지 몇 주째 호응을 받고 있다. K-콘텐츠의 보편성과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다시 <수리남>으로 돌아가 볼까. 넷플릭스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0일 <수리남>은 북미를 포함한 월드 차트 4위를 달리고 있다. 11일 8위로 데뷔, 이후 14일 3위에 올라선 이래 1주일간 3~4위를 고르게 유지 중이다. 비영어권 국가에서의 인기 상승 여부에 따라 <오징어 게임>과 같이 월드 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시각을 더 넓혀볼까.

<수리남>과 K-콘텐츠, K-컬처의 어떤 변곡점

"이 상이 마지막 에미상이 아니길 바라겠습니다."

지난 13일 한국은 물론 세계를 놀라게 한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의 제74회 에미상 시상식 감독상 수상 소감이다. 배우 이정재의 주연상을 포함해 TV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총 6개 부문을 수상한 <오징어 게임>의 성공 신화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왔다.

이중 하나가 바로 K-콘텐츠, K-컬처의 지속성 여부였다. 2024년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 이전까지 그에 버금가는 성공을 통해 K-콘텐츠의 인기를 지속할 수 있는 콘텐츠가 나올 것이냐는 의문 말이다.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신사와 아가씨>가 좋은 예다. 이처럼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을 통해 이전에 방영된 전통적인 형식의 드라마까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찾아보는 동시에 <수리남>과 같이 국내 유명 감독의 콘텐츠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갯마을 차차차>처럼 국내 시청자보다 세계 시청자들이 열광한 사례도 없지 않았다. 이에 대한 눈여겨볼 분석을 소개한다.
 
18개 조사대상국 중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한류지수가 상승해 한류에 대한 높은 관심도와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류현황지수'와 '한류심리지수' 평균은 3.2, 123.2로 2020년 대비 각각 4.9%, 6.2% 증가했다. 미국, 영국, 호주, 남아공 등 과거 한류 인기가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국가 들에서 한류 대중화가 크게 일어났다.

2020년과 비교하여 한류콘텐츠 이용다양성은 평균 4.9에서 5.4로, 이용집중도는 평균 35.3에서 41.9로 증가했다. 특히 과거 한류에 대한 관심이 낮았던 40대 이상 남녀와 10대 남성의 이용다양성과 이용집중도가 크게 증가해 성별, 연령별 집단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진흥원)이 올해로 6번째 발간한 <2022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중 일부다. 여기서 한류지수는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 현지 소비자에게 수용된 정도와 그것의 성장 또는 쇠퇴 경향을 반영하는 지표'로서, 진흥원은 '한류의 현재 인기와 대중화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현황지수와 한류의 성장 또는 쇠퇴 정도를 나타내는 한류심리지수로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18개국 조사 결과, 2개 항목의 한류 지수 모두 증가했고, 특히 미국과 유럽, 오세아니아와 아프리카 등 K-콘텐츠의 인기가 전 대륙에 걸쳐 대중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최근 넷플릭스 차트를 보면 <수리남>과 <신사와 아가씨>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 등 인기 콘텐츠를 통해 한류 대중화가 진척된 부분은 고무적"이라며 "한류콘텐츠 제작시스템의 고도화, 전문인력 풀(pool)의 확장을 바탕으로 국내외 자본 투자 역시 활발한 점을 고려한다면 한류는 정점이 아닌 변곡점을 맞이했다고 보는 게 합당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변곡점이란 분석이 눈에 콕 박힌다.

일각에선 K-콘텐츠가 결국 자기 색깔을 잃고 북미처럼 중심 국가의 입맛에 맞는 무국적 콘텐츠로 편입될 것이고,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이 그 신호탄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차트나 콘텐츠의 면면이 가리키는 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전 세계로 유통되는 플랫폼을 이제야 만난 것일 뿐 할리우드나 미드에 가장 근접한 작품들을 제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에서 알 수 있듯, VFX나 편집, 무술 등 기술적인 면이야말로 '가성비'가 등장할 만큼 제작비 대비 높은 질적 수준을 자랑해왔다. 

<수리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르코스> 시리즈 등 '미드'로 친숙한 마약 갱단 수사물 장르의 법칙과 볼거리를 제대로 구현하는 동시에 한국적인 개성이나 주제를 놓치지 않은 경우다.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이런 작품들이야말로 K-콘텐츠의 정점이 아닌 변곡점을 대변할 수 있는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수상 소감 속 황동혁 감독의 바람과 더불어 <수리남>의 비영어권 1위 달성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리남 윤종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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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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