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벽과도 같았다. 김민재(나폴리)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은 대성공이었다. 김민재가 리버풀 공격진을 무력화시킨 가운데 나폴리는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에서 기분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나폴리는 8일(한국시간) 오전 4시 홈구장인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린 2022-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1차전 리버풀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지난 7일, 나폴리 김민재가 리버풀 루이스 디아즈 선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나폴리 김민재가 리버풀 루이스 디아즈 선수와 몸싸움을 하고 있다. ⓒ AFP / 연합뉴스

 
김민재, 최후방에서 맹활약... 나폴리 대승

나폴리는 4-3-3을 가동했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빅터 오시멘-마테오 폴리타노가 공격진을 형성한 가운데 중원은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스타니슬라우 로보트카-안드레 잠보 앙귀사가 포진했다. 포백은 마티아스 올리베라-김민재-아미르 라흐마니-지오반니 디 로렌조, 골문은 알렉스 메레트가 지켰다. 

리버풀도 같은 4-3-3이었다. 루이스 디아스-호베르투 피르미누-모하메드 살라가 스리톱을, 제임스 밀너-파비뉴-하비 엘리엇이 허리를 책임졌다. 포백은 앤드류 로버트슨-페어질 반다이크-조 고메즈-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 골키퍼는 알리송 베케르였다.
 
홈 팀 나폴리가 초반부터 강공에 나섰다. 전반 2분 만에 오시멘의 골대를 맞추는 슈팅으로 분위기를 잡아가더니 5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밀너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은 뒤 지엘린스키가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리버풀도 반격에 나섰지만 전반 10분 살라의 슈팅을 김민재가 막아냈다. 전반 19분 반 다이크가 페널티킥을 허용했는데, 이번에는 키커로 나선 오시멘의 슈팅이 알리송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재는 전반 25분에도 리버풀의 역습 상황에서 적절하게 클리어링하며, 맥을 끊었다. 후방의 안정감에 힘입은 나폴리는 전반 30분 추가골을 기록했다. 고메즈의 실수를 틈 타 지엘린스키의 전진 패스를 받은 앙귀사가 마무리지었다. 

나폴리는 오시멘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한 시메오네가 전반 44분 추가골을 작렬하며, 전반을 3-0을 만든 채 마감했다. 분위기를 탄 나폴리는 후반 2분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앙귀사가 칩 패스를 받은 시메오네가 옆으로 패스했다. 이후 골키퍼와의 일대일에서 지엘린스키가 두 번의 슈팅 끝에 골망을 갈랐다.

0-4로 뒤진 리버풀은 2분 뒤 디 로렌초의 빌드업 실수를 놓치지 않고, 로버트슨을 거쳐 디아스의 왼발슛으로 한 골을 만회했다. 

나폴리는 후반 12분 크바라츠헬리아 대신 알레시오 체르빈, 폴리타노 대신 이르빙 로사노를 투입하며 측면을 모두 바꿨다. 리버풀도 후반 17분 살라, 피르미누, 밀너 대신 디오구 조타, 다윈 누네스, 티아고 알칸타라를 넣으며 총력전에 나섰다. 그러나 뒤늦게 발동이 걸린 탓에 큰 점수차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반과 달리 후반의 경기 양상은 다소 소강상태였다. 여러 차례 공방전에도 불구하고 서로 위협적인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결국 나폴리는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빠른 적응력' 김민재, 유럽 대항전에서도 통했다
 
올 여름 나폴리로 이적하자마자 주전 자리를 꿰차며, 성공적인 행보를 거닐고 있다. 김민재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세리에A 개막전부터 지난 주말 라치오전까지 5경기 연속 선발이자 풀타임을 소화했다.

무엇보다 김민재의 적응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세리에A 2라운드 몬차전에서 데뷔골을 신고한 데 이어 5라운드 라치오전에서도 득점을 터뜨리며, 나폴리의 리그 선두 도약을 이끌었다.
 
안정적인 수비와 공중 장악력은 물론이고, 공격 상황에서의 빌드업, 세트피스 득점력을 모두 뽐내며 팀 내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첼시로 이적한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손색이 없는 활약이다.

또 다른 시험대는 챔피언스리그였다. 공교롭게도 김민재의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은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전이었다.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 출신 모하메드 살라를 비롯해 다르윈 누네스, 호베르투 피르미누, 루이스 디아즈 등 화려한 공격진을 갖춘 팀이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김민재의 경기력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장기인 전진 수비와 커버 플레이, 과감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리버풀의 공격을 봉쇄했다. 살라는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초반 조기 교체 아웃됐다. 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우루과이 공격수 다르윈 누네스 역시 후반에 투입됐지만 활약상은 미비했다.  

이날 김민재는 90분 동안 터치 50회, 패스 성공률 83%, 태클 성공 3회(성공률 100%), 차단 3회, 걷어내기 6회, 헤더 클리어 4회, 가로채기 2회, 지상볼 경합 성공 3회(성공률 100%), 공중볼 경합 성공 1회(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특히 태클과 지상볼-공중볼 경합에서는 100%의 성공률을 보였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축구 전문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 닷컴'은 김민재에게 평점 7.3을 부여했다. 양 팀 수비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세계 최고의 수비수 반 다이크와 비교해도 김민재가 압도적이었다. 반 다이크는 경기 내내 나폴리의 파상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무려 4실점을 허용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훌륭한 데뷔전을 치른 김민재의 성공 스토리는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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