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전봉석, 박정연, 임승현 감독.

(왼쪽부터) 전봉석, 박정연, 임승현 감독. ⓒ 그린나래미디어(주)

 
'집만 있었어도…'

아마 <홈리스>를 보는 관객이라면 영화 내내 떠올릴 생각일 것이다.

<홈리스>는 단편 영화 <운수좋은 날><엘리제를 위하여> 등을 만든 임승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을 받았다.

아기를 키우는 젊은 부부 한결(전봉석)과 고운(박정연)이 보증금 사기를 당한 뒤 머무를 집이 없어 힘겨움에 빠졌다. 아기를 데리고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중 한결은 자신이 아는 할머니의 집으로 고운과 아기를 데리고 간다.
     
 영화 <홈리스> 임승현 감독.

영화 <홈리스> 임승현 감독. ⓒ 그린나래미디어(주)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끌고 오지만 동시에 빈곤과 노인 고독사 등 사회 이슈들을 골고루 담아냈다. 5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임승현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에 저희 집 가세가 좀 기울었을 때 찜질방에서 산 경험이 있다. 그 기억을 가지고 한결과 고운을 찜질방에서 살아가는 인물로 그렸다"라고 말했다.

극 중 나오는 혼자 사는 할머니에 대해서는 "공동 각본을 쓴 김승현 작가의 이모할머니가 독거노인이신데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섞어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임 감독은 집이 없는 이들의 생활을 보기 위해 관련 기사를 찾고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 답사하러 가기도 했다.

한결과 고운은 예고 없는 불행을 차례로 연속적으로 겪는다. 찜질방에서 고운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아기가 다친다. 치료비가 30만원인데 빌려야 할 처지다. 둘이 보증금 사기를 당한 뒤 범인은 잡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일상이 극단적인 위기인 셈이다.

임 감독은 "인물들에게 불행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건 인위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다"면서도"인물들을 압박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살아보니 불행한 일은 한 번에 닥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영화 <홈리스>의 한 장면.

영화 <홈리스>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주)

 

한결과 고운이 어떻게 만나 지금의 곤경에 처하게 됐는지, 주변 가족 등에 대해서는 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오로지 이 둘이 지금 처한 현실에 집중한다.

임 감독은 "모든 걸 보여주지 않고 설명하지 않아도 봐주시는 모든 분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주거 빈곤이나 청년 문제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이고 화려하지 않은 인물들이 극적인 사건 안에서 벌어지면 충분히 관객분들이 전사(前史) 없이 빠져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배달 오토바이를 모는 한결 역의 전봉석 배우는 짧은 머리에 거친 피부톤으로 어딘가 늘 불안해 보인다. 그는 "어두운 소재인데 저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아이가 있는 친구들을 많이 관찰했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라고 말했다.

아기를 안은 채 전단 아르바이트 하는 고운 역의 박정연 배우는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고운의 행간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라며 "관객들이 (한결과 고운을) 응원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비난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홈리스 임승현 전봉석 박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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