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8월 9일 경남 양산지역 한 논에 낙동강 녹조 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8월 9일 경남 양산지역 한 논에 낙동강 녹조 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 낙동강경남네트워크

관련사진보기

 
환경부가 수돗물 녹조 독소 관련해 지난 2일 해명자료를 또 냈다(환경부 설명자료). 8월 31일에 이어 두 번째다. 환경부는 "마이크로시스틴-LR 포함 주요 조류독소물질 분석 중"이란 제목으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Microcystin)은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기존 태도를 그대로 되풀이했다.

발암물질이자 간 독성을 띠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최대 200배 독성을 지녔으며, 프랑스 등은 생식 독성에 따라 기준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자신들이 사용하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과 환경단체가 사용한 효소면역측정법(ELISA)을 사용해 분석한 결과 두 방법 모두 수돗물에서 "불검출"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환경단체 의혹 제기에 답변 회피

그러나 이번 해명자료에서 환경부는 1일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 환경단체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앞서 8월 31일 환경부 해명자료를 '비상식적 변명'이라 규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부 마이크로시스틴 측정법 LC-MS/MS의 정량한계(수치로 표시할 수 있는 한계)가 오락가락했다. 2012년 환경부 보도자료, 2022년 1월 환경부 산하기관 수자원공사 발표 자료, 2022년 8월 부산시 발표 자료에서 LC-MS/MS 정량한계는 0.1ppb로 기록돼 있다.

정량한계 0.1ppb이라는 것은 0.1 이상은 수치로 표시하고, 그 이하는 불검출 또는 정량한계 미만으로 표시한다. 실제 0.1ppb라고 측정한 자료도 있다.

그런데 8월 31일 환경부는 보도 해명자료에서 LC-MS/MS 정량한계를 0.02~0.006ppb라고 밝혔다. LC-MS/MS의 성능이 갑자기 5배~16.6배나 증가했다는 말이다. 어떻게 성능이 개선될 수 있는지, 아니면 산하 기관과 지자체마다 다른 정량한계를 적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환경부는 명확히 해명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해명자료에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둘째, 환경부는 이전 해명자료에서 "환경단체가 활용한 ELISA 분석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제시하고 있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지만 표시한계(Reporting Level)가 0.3㎍/L(ppb)로서, 0.3 미만의 값은 신뢰도가 낮아 검출량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되지 않고 있음(EPA, 미규제 오염물질 모니터링 규칙)"이라고 했다.

표시한계는 정량한계와 같은 의미이다. 여기서도 환경부의 꼼수가 있다.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USEPA)가 0.3ppb을 기준을 규정한 것은 우선 6세 미만 어린이의 음용수 기준이기 때문이다. 0.3ppb 이상이면 문제가 되기에 즉각 조치가 취해진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0.3ppb 이하 측정을 제한하는 대상은 정수장 종사자 등 비전문가에 해당한다.

전문가는 0.3ppb 이하까지 측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환경부는 누락시켰다. 이번에 환경단체가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분석을 의뢰한 전문가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10년 넘게 ELISA법을 다룬 부경대 이승준 교수였다. 우리나라에서 ELISA법을 가장 많이 다룬 전문가이며, USEPA 관련 동향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전문가 중의 한 명이다.

이승준 교수는 이번 수돗물 분석을 신형 ELISA로 사용했다. 신형 ELISA는 정량한계가 0.05ppb이며, 검출한계(독성 존재 여부를 수치로 표시하진 못하지만,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한계)가 0.0016ppb이다. 이런 내용은 ELISA 박스에 표시돼 있으며, 환경단체 기자회견 자료에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민간단체 분석법은 신뢰할 수 없다는 환경부의 주장은 의도적이거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는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지만, 환경부는 2일 해명자료에서 답변하지 않았다.

환경부, 기초 데이터는 왜 공개 안 하나 

셋째, 환경부가 ELISA 측정법으로 측정했다면서 이에 대한 로우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았다. 낙동강 정수장 5곳을 분석했다면, 기초 데이터(정량한계, 검출한계, 원수 및 정수 검사 결과)가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LC-MS/MS의 정량한계를 언급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사용한 ELISA의 정량한계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와 기초 데이터를 공개해야 했다.

사실 환경부가 실제 ELISA를 사용했는지도 의심스럽다. 환경부와 낙동강 지자체는 올해 ELISA를 구입한 기록이 없다. ELISA는 유통기한이 8개월이라 지난해 구입한 ELISA는 올해 쓸 수가 없다. 환경부는 이런 의혹에 관해 설명을 2일 해명자료에 담지 않았다.

넷째, 환경부는 수돗물에 관해서만 변명했을 뿐, 정작 낙동강 본류의 심각한 녹조 상태에 대해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낙동강 농수로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최대 1만6952ppb가 검출됐다. 이는 USEPA 물놀이 금지 기준 8ppb의 2119배에 해당하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다. 낙동강 본류에선 최대 8600ppb로, 미국 기준 대비 1075배에 이른다.

이승준 교수가 미국에서 확인한 가장 높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400ppb였다. 그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농도"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런 물이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수돗물로 만들어지는 현실에 대해 환경부는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환경부는 환경단체가 사용한 ELISA의 경우 0.3ppb 이하는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0.3ppb 이상은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환경부는 낙동강이 독성 마이크로시스틴으로 가득 차 있다는 환경단체 분석 결과를 인정한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대책이 없다. 아니 의지가 없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시스틴이 점령한 낙동강, 대책 없는 환경부

환경단체는 9월 1일 논평에서 "4대강사업 이후 낙동강은 유속이 10배 느려졌다. 물의 흐름을 막는 보 구조물 때문이며, 그 물에서 대규모 녹조가 창궐해 강을 뒤덮었다. 녹조 독소가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사회 재난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부는 지금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과 싸우고 있다. 환경부는 이런 상식에 기반해 문제를 지적한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를 폄훼하고 매도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지켜야 할 환경부가 되려 국민과 싸우려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라고 환경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환경부가 수돗물 마이크로시스틴 의혹과 관련해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수돗물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러 의혹에 대해 환경부는 회피하지 말고 답변해야 한다.

태그:#마이크로시스틴, #수돗물, #환경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