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D-100] 늘어난 엔트리, 벤투호에 승선할 태극전사 26명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나설 벤투호의 구성원도 조금씩 가려지는 모양새다. 이번 월드컵에선 각 팀이 기존보다 3명 많은 26명의 최종 엔트리를 꾸릴 수 있다. FIFA는 6월 카타르 월드컵 규정을 개정해 팀당 엔트리를 최대 3명씩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4-2-3-1 전술을 주로 쓰는 대표팀의 원톱 스트라이커는 황의조(보르도), 조규성(김천)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황의조는 6월 A매치 기간 브라질(한국 1-5 패), 이집트(한국 4-1 승)를 상대로 골을 넣는 등 A매치 47경기에서 16골을 기록 중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한국 대 이집트 경기에서 선취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는 황의조.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9월 A매치 일정이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5일 북중미의 강호 코스타리카(9월 23일 고양종합운동장), 아프리카의 복병 카메룬(9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과 2연전을 치른다고 공식 발표했다.
 
9월 A매치는 19일부터 27일까지 팀당 2경기씩 치를 수 있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마지막 A매치 기간이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에게는 최종엔트리를 확정짓기 전 최종 모의고사인 셈이다.

최근 열린 동아시안컵이 국내 선수들 위주로 꾸려졌다면, 이번 2연전에는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 김민재(나폴리) 등 유럽파까지 망라한 최정예 전력을 소집할 수 있다. 여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최종명단의 윤곽과 월드컵의 성적까지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정작 팬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2연전의 기획과 효과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코스타리카(34위)와 카메룬(38위)은 모두 본선 진출국이기는 하지만 한국(28위)보다 FIFA 랭킹이 낮은 상대팀이다. 물론 피파랭킹이 그 팀의 수준을 모두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월드컵을 앞두고 강팀들을 상대로 벤투호의 현재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코스타리카는 북중미팀이라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포르투갈(유럽)-우루과이(남미)-가나(아프리카)와는 모두 소속 대륙이 다르다. 월드컵을 대비한 스파링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는 상대였다.
 
이번에도 안방에서 상대를 불러들여 편안한 환경에서만 평가전을 치르는 것이 정작 대표팀의 현 주소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과연 어떤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2002년 이후 최근 20년간 역대 대표팀들은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해외 평가전을 통하여 막바지 전력담금질을 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잡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 나선 히딩크호의 경우, 개최국이었음에도 역대 가장 많은 해외원정을 소화하며 강팀들과 정면승부를 통하여 맷집을 키웠다.
 
이밖에도 남아공월드컵을 앞둔 허정무호는 2010년 3월에서 런던에서 코트디부아르를, 브라질월드컵을 앞둔 2014년 3월의 홍명보호는 그리스 원정에서 각각 2-0 승리를 거뒀다. 지난 2018 러시아월드컵의 신태용호는 3월에 북아일랜드(1-2)와 폴란드(2-3)를 각각 상대한 바 있다.
 
벤투호의 경우 원정 경험이 최근 20년간의 대표팀을 통틀어 손에 꼽힐 만큼 빈약하고 승률도 그리 좋지 않았다. 출범 이후 대부분 평가전을 국내에서 치렀고, 원정경기의 대부분은 지역예선에서 만난 아시아팀들이었다. 일방적인 홈팬들의 응원이나 경기장 환경 등 홈 어드밴티지에만 익숙해져있다면, 원정에서 강팀들을 상대로 돌발변수나 불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취약해지기 쉽다.

한국이 아시아권팀들과의 대결을 제외하고 최정예멤버로 A매치 원정경기(중립지역 경기 포함)를 치른 것은 지난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카타르와의 2연전이 마지막으로 약 2년전이다. 올해 1월 터키 전지훈련과 7월 동아시안컵에서는 유럽파 주전들이 일제히 결장했고,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이후인 지난 6월 열린 남미팀들과의 A매치 4연전에서는 정예멤버가 소집되었지만 모두 국내에서 치러졌다.
 
근본적인 원인은 축구협회가 월드컵을 앞두고 본선진출국들간의 치열한 A매치 '섭외전쟁'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들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자신들만의 월드컵 플랜에 맞춰 최상의 평가전 상대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인다. 팀마다 사정상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가급적 중립지역이나 원정경기로 최종 모의고사를 치르는 흐름이 보편적이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2018년부터 네이션스리그를 창설하며 A매치 기간마다 이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유럽 강팀들은 국제대회가 아닌 이상, 평가전을 통하여 타 대륙 팀들과 만날 기회는 거의 사라졌다. 그나마 유럽이 아닌 다른 대륙 팀들간의 평가전도 한정된 대진상대-중립지역 경기 감수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로워졌다.
 
한국 축구협회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번 9월 평가전 일정 확정이 유독 늦었다. 다른 국가들이 모두 원정경기로 평가전 일정을 확정하고 발표할 동안, 한국은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협상 상대 자체를 찾는 것조차 애를 먹었다. 냉정히 말해 코스타리카와 카메룬은 다른 국가들의 9월 일정이 대부분 확정된 이후, 그나마 후순위로 밀려나서 남은 상대를 구한 것에 가깝다.
 
한국이 굳이 홈 평가전을 고집하는 것은 당장의 입장 수익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둔 대표팀에게는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가뜩이나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피로도가 높을 핵심 유럽파들에게 또다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을 안겼다는 것도 아쉽다. 만일 유럽 중립이나 원정경기를 성사시켰다면 유럽파들은 현지에서 합류하면 되기에 체력과 컨디션을 조절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벤투호는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0-3 참패를 당하며 월드컵을 앞두고 불안감을 드리운 바 있다.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모두 빠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국내파 주전들은 대부분 합류했고 벤투 감독이 수년간 일관되게 다져온 빌드업축구를 내세웠음에도, A매치 경험이 거의없는 3진급의 일본에게 완패한 것은 큰 충격을 안겼다. 여론의 우려와 비판이 빗발쳤지만, 벤투 감독과 축구협회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스타리카-카메룬과의 2연전은 동아시안컵 한일전 참사 이후 치르는 첫 A매치이자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모의고사이기도 하다. 여기서 조별리그 상대팀들에 비하여 더 강하다고 볼 수 없는데다 홈어드밴티지까지 안고서 또다시 코스티라카-카메룬을 상대로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벤투호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될 것이뻔하다. 다소 안이해보이는 축구협회의 선택이 과연 벤투호의 향후 행보에도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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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리카 카메룬 벤투호 9월A매치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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