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전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 추모 공연 포스터.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전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 추모 공연 포스터. ⓒ Foo Fighters

 
미국의 록밴드 푸 파이터스(Foo Fighters)는 디지털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아날로그를 드높이는 존재다. 그들의 음악과 공연은 '록은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선언과 같다. 수많은 밴드가 트렌드에 편승하는 와중에도, 이들은 하드 록을 고수하며 호쾌한 격려를 보낸다. 그들은 진한 인간적 매력을 풍기는 뮤지션이기도 했다. 2015년, 리더 데이브 그롤(Dave Grohl)이 다리 골절 부상을 당했을 때, 깁스를 한 채 내한 공연을 강행했던 일화는 전설처럼 남아 있다.

올해 3월 25일,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가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전세계 록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는 리더인 데이브 그롤과 함께, 명실상부한 밴드의 간판 멤버였다. 1999년부터 푸 파이터스의 일원으로 활약한 그는, 강력한 드럼 연주와 무대 매너는 물론, 가끔 훌륭한 보컬 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금발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짓는 호쾌한 웃음 역시 데이브 그롤 못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것은 밴드 멤버들과 음악계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빌리 아일리시는 2022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서, 테일러 호킨스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Happier Than Ever'를 불렀다.

팬들의 걱정은 데이브 그롤과 밴드 멤버들에게 쏠렸다. 호킨스의 사망 이후, 푸 파이터스가 진행하고 있던 'Medicine at Midnight' 투어는 전면 중단되었다. 데이브 그롤은 커트 코베인(너바나)에 이어, 다시 한번 절친한 동료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푸 파이터스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팬들의 걱정도 있었다.

'퀸' 멤버부터 가족까지, 음악으로 추모해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전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 추모 공연 포스터(런던 공연)

푸 파이터스(Foo Fighters) 전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Taylor Hawkins) 추모 공연 포스터(런던 공연) ⓒ Foo Fighters

 

3월 29일, 푸 파이터스는 밴드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데이브 그롤이 지난 6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폴 매카트니 공연에 게스트로 등장하는 등 활동을 재개하긴 했지만, 밴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활동 중단 선언 약 5개월 만에 푸 파이터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는 9월, 푸 파이터스는 테일러 호킨스의 유족과 함께 테일러 호킨스 추모 공연을 개최한다. 이 공연에서 푸 파이터스는 테일러 호킨스의 사망 이후 처음으로 밴드의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푸 파이터스 뿐 아니라, 공연에 합류하는 아티스트들의 면면이 쟁쟁하다. 테일러 호킨스가 가장 존경하는 밴드였던 퀸의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추모 공연에 참여한다. 데이브 그롤과 함께 너바나의 원년 멤버인 크리스 노보셀릭, 레드 제플린의 베이시스트 존 폴 존스, 메탈리카의 리더 라스 울리히,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 키스의 진 시몬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드러머 채드 스미스 등, 록의 거장들이 한 곳에 모인다. 푸 파이터스 가입 이전, 가수와 드러머로 인연을 맺었던 앨라니스 모리셋 역시 추모 공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일 로저스와 마크 론슨, 케샤, 마일리 사이러스 등 다양한 세대와 장르의 뮤지션들 역시 힘을 보탠다.

테일러 호킨스의 친아들인 셰인 호킨스(16세) 역시 아버지를 추모하는 공연에 참여한다. 2001년, 조지 해리슨 추모 공연이 열렸을 때 그의 친아들 다니 해리슨이 무대에 올라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를 기타로 연주했던 순간을 연상시킨다.

이 공연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된다. 9월 3일에는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9월 27일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기아 포럼에서 펼쳐진다. 이 공연은 MTV 유튜브 채널과 플루토 TV 등을 통해 고스란히 생중계될 예정이다.

테일러 호킨스는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남아 있다. 추모 공연이라고 해서, 무거운 장송곡이 울려퍼지는 현장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록 페스티벌과 같은 현장이 될 예정이다.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친구들은 한 곳에 모여서 기타와 드럼, 베이스와 노래로 울고 웃을 것이다. 노래하는 장발의 드러머에게, 이보다 더 걸맞은 추모의 예우는 없다.
푸 파이터스 테일러 호킨스 레드제플린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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